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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안팔리는 시대, 도서전의 인기를 해석하는 법

by 마음정원사 안나

�서울 국제 도서전에 다녀왔습니다.

언제부터인가 도서전은 많은 사람들이 빼놓지 않고 찾는 축제가 되었는데요, 이번 서울 국제 도서전은 일반판매를 시작하기도 전에 얼리버드에서 티켓이 매진이 되면서 뜨거운 감자가 되었습니다.

� 얼리버드로 판매된 티켓은 무려 15만장!

원래 이렇게 사람들의 책에 관심이 많았는가 부터 시작해서 어떻게 현장판매를 남겨두지 않은 것이냐까지! 업계 관계자 조차도 티켓을 구하지 못할 정도로 뜨거운 역대급 흥행을 두고 여러가지 해석이 난무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도드라진 반응은 출판 관계자분들의 놀라움이 아닌가 싶었네요.
왜냐하면 전반적으로는 독서인구가 줄어들면서 업계 사람들은 매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거든요.

도서전의 폭발적인 인기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몰라 휘둥그런 표정을 한 출판사 종사자부터 서점 운영하시는 분들의 모습이 눈앞에 보이는 듯 했습니다.

�이런 현상에 대하여 저 또한 의문을 가지고 있었는데 스레드에 올라온 수많은 포스팅들을 보면서 많은 분들의 다양한 의견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그 인사이트를 여러분들께 나눠드려요.

1.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 꼭 “매출을 높여주는 것"은 아니다.

가게에도 손님이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 그만큼 매출이 늘어난다고 하지요. 책을 많이 읽으면 아무래도 책을 사게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많이 읽는 사람이 꼭 자신이 읽는 것에 비례해서 책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되지는 않는다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책을 일년에 100권 읽는 사람은 도서관에서 60권을 빌려서 읽고 밀리의 서재에서 30권을 보고 구매는 10권도 채 안할 수도 있습니다. 이들은 책은 많이 읽지만 서점이나 출판사 입장에서는 매출에 도움을 주는 소비자는 아닌거죠. 이들은 도서전과 같은 이벤트에도 참여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에 책에 관련된 것이라면 기꺼이 지갑을 열 준비가 되어 있는 소비자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책을 요리조리 맛보고 즐기고 나누면서 즐거움을 더 키워나갑니다. 골방에서 혼자 조용히 책을 읽어 치우는 것이 아니라 단 몇 권을 읽더라도 자신이 읽은 책을 전시하고, 찍어서 SNS에 올리고, 이 책에 관련된 굿즈를 사고, 같은 취향을 가진 다른 이들과 연대하면서 즐거움을 열 배 스무배로 즐기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평면으로 되어 있는 글자를 오감을 활용하여 입체적으로 즐기는 적극적인 독자입니다. 요즘 소비자들은 수동적으로 주어진 것을 받아들이기 보다는 적극적으로 즐기는 것을 선호합니다. 그래서 축제에 참여해서 그 문화를 만들어 가는 적극적 주체가 되고 싶어합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축제처럼 즐기는 현상은 더욱 도드라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도서전에도 20대 여성이 많이 보이는 것이겠죠.

2. 두 번째는 ‘종이책’을 사야만 하는 이유는 예전보다 더욱 까다로워졌다는 것입니다.


과거에 글은 종이책으로만 전달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기록의 방식이 너무나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유튜브나 전자책, SNS를 통해서도 사람들은 양질의 정보를 충분히 전달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위로를 얻거나 혹은 정보를 얻기 위해서라면 이제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더 편리한 방법이 더욱 많아졌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시대에 이 수많은 간편한 방법을 뒤로하고 부피를 차지하고 무게가 나가는 종이책을 산다는 것은 그 종이책이 가지고 있는 물성에서 특별함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겠죠.


문체부에서 보고한 2023년 국민독서실태 자료에 따르면 성인의 독서율은 2013년 72.2%에서 2023년에는 43%로 29.2%p 하락했습니다. 이런 통계를 두고 요즘 사람들의 문해력을 걱정하는 기사가 난무하지만 정말 사람들의 독서율이 하락했다고 말할 수 있는가 라고 묻는다면 대해 저는 두 눈을 굴리게 되네요. 많은 지식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롱블랙은 자신들을 이렇게 소개합니다.


“롱블랙은 뉴스를 전하는 미디어가 아닙니다. ‘새로운 시대의 책’을 발행하는 미디어예요.”


책 이라는 것이 더이상 예전과 같이 물성을 가진 물건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는 시대적 해석이라고 보여집니다. 저도 또한 가끔은 예술로 경제를 해석해 놓는 시리즈를 연재하는 기자의 아티클을 읽을 때면 양질의 책을 읽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으니까요. 그러니 우리는 기존에 ‘책’ 이라고 규정해 놓은 형태로 정보를 전달 받는 비중은 현격하게 줄어들었지만 일상의 곳곳에서 다양한 형태로 응용된 ‘새로운 시대의 책’을 접하는 시간은 더 늘어났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독서율이 떨어졌다고 걱정하는 언론의 걱정은 어찌보면 부질없는 걱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죠.


3. 책 시장도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다.


출판사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와중에도 시장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작은 출판사들이 있습니다. 프랑스 문학을 중심으로 하는 ‘녹색광선’과 지식의 세계를 유영하자는 세계관을 가진 ‘터틀넥 프레스’ 그리고 '~~ 하는 법' 시리즈로 유명한 '유유 출판사'입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지향하는 독자가 정확하게 정해져 있다는 것입니다. 일반 대형 출판사가 문학, 철학, 경제, 과학, 역사와 같은 모든 종류의 책을 다루고 있기에 독자층의 성격도 뒤죽박죽이라면, 떠오르고 있는 출판사들은 독자층이 누구인지 알고 그들에게 필요한, 그들이 좋아할 분야의 책을 집중적으로 다룹니다. 그들이 전달하는 메세지 또한 독자타겟을 정조준하기 때문에 출판사가 '나에게', '말을 건네는' 인격을 가진 곳이 되는 것이죠. 그러니 독자는 팬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 출판사의 독자들은 자신의 취향을 공유하고 나누는 것을 좋아합니다. 내가 이 출판사의 독자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기꺼이 그 사람들 사이에서 결속을 다지고 싶어합니다. 그렇기에 북토크가 열리면 한걸음에 달려가고, 굿즈를 판매하면 재고 따지지 않고 바로 구매를 합니다. 도서전 같은 이벤트가 열리면 방문해서 사진을 찍어 올리는 것은 물론이고요.


똑똑한 출판사들은 이들을 위한 다양한 접점을 더 많이 열고 있습니다.

이 중에 정점을 찍고 있는 곳이 바로 배우 박정민이 운영하는 무제 출판사겠죠.


고민시를 비롯한 최고의 배우들이 참여한 오디오북을 비롯하여 체험형 전시를 만들면서 텍스트를 오감으로 즐길 수 있는 이벤트를 만들면서 출판계의 새로운 장을 열어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욱 입체적이고 다채로워질 책 시장이 기대가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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