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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연 후원 요청

근황(23.01.05)

제 친구 여러분들 중에서도 작금의 시위를 달갑게 여기지 않는 분들이 있을 것으로 압니다. 서울에서 차량 없이 지하철을 통해 출퇴근하는 많은 분들이 그럴테지요. 학교 앞에 자취하는 대학원생으로 시위에 대해 말을 얹는 것이 미안하긴 합니다. 게다가 후원에 동참하자고 글을 적으려 하니 조금 더 미안하긴 합니다. 하지만 뭐라도 적어야 할 것 같긴 하니, 잠시 할 말을 골라보았습니다.


이 시위의 당위와 시민으로서의 의무에 대해 언급하며 윽박지르듯 글을 쓸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헌법을 들먹이고 투쟁의 방향을 들먹이면서요. 근데 또 생각해보니 지난 10년의 성적표가 지금의 이 험악한 사회의 표정이라면, 그런 방식으로 다시금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지양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정교함을 내어주더라도 친절한 몇 마디가 보다 효과적인 것이 아닌지, 공학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새해 들어 저는 말을 좀 더 예쁘게 하길 바라는 주변의 시선에 부응하고자 합니다.


아무튼 전장연의 정식 명칭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입니다. 장애인 연대가 아닌 장애인 차별 철폐 연대입니다. 그게 그거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저는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연대라는 것은, 서로의 정체성을 가로질러서 서로의 존재에 부채의식을 느끼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장애인들 역시 이동하고 교육받고 노동하며 지역사회의 일원이 되게 해 달라는 요구에 부채의식을 느끼고 있으며, 이를 묵살하고 시위 현장을 무정차로 지나치며 공안 수사팀에 의해 전장연을 수사하는 지금의 상황에 큰 불안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에 작은 후원금이나마 함께 하였으며, 비슷한 생각이 있으신 다른 분들께도 계좌를 공유드리려 합니다.


사실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서로 다른 생각을 지닌 분들이겠지요. 그분들께는 분노와 짜증을 잠시 미뤄두실 수는 없을까 부탁드려 봅니다. 우리네 증오란 우리 일상 반경에서 멀어질수록, 또 우리 일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사소할수록 그 틈을 찢고 분출되는 법이니까요. 산업 재해와 교통사고도 빈번한 나라에서 거리에 장애인들이 자유로이 나설 수도 없는 환경이라는 것은 제게는 부끄럽게만 느껴집니다. 보다 너그러운 동료 시민이 되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후원계좌 안내: 국민은행, 009901-04-017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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