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마음으로 기꺼이 하던 일들도, '해야 한다'라고 생각하면 도망치고 싶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신나게 추던 춤도 멍석 깔아 주면 쭈뼛대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일까?
이것은 지금 나의 이야기다.
해야 할 일을 미루고 미루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지경까지 왔음에도 불구하고, 아이패드를 앞에 덩그러니 놔두고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며 별 시답잖은 글이나 쓰고 앉아 있다.
하지 않아도 되는 일들은 오히려 하고 싶어 발을 동동 구른다. 이 무슨 청개구리 심보인지. 그 일들도 막상 판을 깔아주면 언제 그랬냐는 듯 하기 싫어지곤 하니 결국 모든 일이 다 똑같다.
지금 미루고 있는 이 일도 분명 '하고 싶은 마음'으로 시작한 것이었는데, 불과 두 달 여 만에 그 불타던 마음은 이렇게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그 도망의 끝에, 몇 달간 들여다보지도 않았던 브런치에 글까지 쓰게 된 것이다.
아, 이래선 안된다.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은 미루더라도 해야 하는 일은 의욕적으로 하는 것이 옳다. 머릿속으로는 알지만 쉽게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 쉽게 말해 마음이 동하지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느냐, 나를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느냐의 문제와도 비슷하달까. 난 따지자면 전자인 셈이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만 만날 수 있는 사람. 거기다 내가 그를 좋아하는 것보다 그 사람이 나를 더 좋아하게 되면 마음이 식어버리는 요상한 심리. 사람을 만날 때에도 일을 할 때에도 이 걸리적거리는 심리는 늘 나를 괴롭힌다.
한번 사라진 그놈의 '하고 싶은 마음'이 하도 다시 생기질 않아서, '이건 해야 하는 일이 아니야. 내가 하고 싶어서 시작한 일이고 언제든 관둘 수도 있어. 압박감 가지지 말자.'라며 스스로를 설득하려고도 해 보았다. 효과는 없었다. 아,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나는 이 일이 하고 싶지 않다.
시작하지 않았으면 되었을 문제일까?
그랬다면 '그때 그 일을 시작했다면'으로 시작하는 후회와 망상의 나래를 펼치느라 또 현실에 집중하지 못했을 것이다.
어쩜 좋을까. 오늘은 끝내야 하는데. 오늘은 끝내야 한다는 생각이 나의 의욕을 오히려 더 끌어내리고 있다.
그러든지 말든지 시간은 가고 오늘은 지나고 내일은 오겠지. 깔끔한 마음으로 내일을 맞이하느냐, 찝찝한 후회들로 점철된 채 내일을 맞이하느냐는 지금의 나에게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