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 - ‘동호 문답’에서 지혜를 배우자 -1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이라는 말은 논어 ‘위정’ 편에 나오는 말입니다. 원문은 [子曰: "溫故而知新, 可以爲師矣."(자왈, 온고이지신, 가이 위사의)]입니다. 이 말을 풀어보면 [공자가 말하기를 “옛것을 익히고 새로운 것을 알면 스승이 될 만하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서 옛것을 익힌다는 것은 단순히 옛것만 익히는 것이 아니라 옛 것을 잘 익히고 이를 미루어 새로운 것을 안다는 것입니다. 이는 다시 말해 옛것을 제대로 익혀야 새로운 것을 알 수 있다는 것이지요.
옛것이라고 하면 우리는 흔히 구시대적인 것이라고 인식을 하는 경향이 있죠. 저도 이 책을 알기 전까지는 그런 생각을 가졌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은 후로는 생각이 완전히 바뀌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율곡 이이가 쓴 ‘동호 문답(東湖問答)’이라는 책입니다.
동호 문답은 율곡이 동호독서당이라는 곳에서 사가독서를 하면서 이상적인 왕도정치에 대해서 문답 형식으로 쓴 글입니다. 여기서 ‘사가독서(賜暇讀書)’라는 것은 오늘날의 안식년제도와 비슷합니다. 일정기간 왕이 문신에게 학문에 전념하게 하기 위해 조정의 일을 쉬게 하는 제도입니다. 이 기간 문신들은 독서를 통해 학문을 수양했습니다. 그래서 사가독서라고 하는 것이고 세종 때부터 이어져 오던 제도입니다.
동호 문답은 율곡이 33세인 1569년에 쓴 책입니다. 다시 말해 약 450년 전에 쓴 글입니다. 450년 전이라면 지금과 시대나 문화 적인 상황이 오늘날과는 달랐다는 것은 당연한 것이겠지요. 그래서 오늘날 관점으로 봐서는 한계가 있는 부분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이 책의 내용을 보면 오늘날에도 우리가 보고 배울 수 있는 점이 있습니다. 이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안다면 그야말로 ‘온고이지신’이겠지요.
‘동호 문답’을 통해 처음 배울 것은 리더십입니다. 율곡은 동호 문답의 ‘군주의 도에 대해 논하는 것’을 통해 올바른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두 가지 경우와 그렇지 않은 두 가지 경우를 말하고 있습니다.
동호의 손님이 주인에게 물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치세와 난세가 없을 수 없는데, 어떻게 하면 치세가 되고 어떻게 하면 난세가 됩니까?”
주인: 치세도 두 경우가 있고, 난세도 두 경우가 있소.
손님: 무슨 말씀이신지요.
주인: 군주의 재능과 지혜가 출중하여 뛰어난 영재들을 잘 임용할 수 있으면 치세가 될 것이고, 비록 군주의 재능과 지혜가 모자란다고 하더라도 현자를 임용할 수만 있으면 치세가 될 것이오. 바로 이것이 치세가 되는 두 가지 경우 라오. 그러나 군주가 재능과 지혜가 출중할지라도 자신의 총명만을 믿고 신하들을 불신한다면 난세가 되지요. 또 군주가 재능과 지혜가 부족하여 간사한 자의 말만을 편중되게 믿어 자신의 귀와 눈을 가린다면 난세가 되지요. 바로 이것이 난세가 되는 두 가지 경우 라오.
- 이이 '동호 문답' 중에서
여기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것을 보면 뛰어난 리더가 되려면(동호 문답에서 말하는 치세가 이에 해당한다.) 뛰어난 인재들을 등용하는 것에서 시작이 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리더가 뛰어나건 그렇지 않건 자신 주위에 뛰어난 인재를 두고 그들로부터 그들의 지혜를 빌리고 모든 역량을 집중할 때 비로소 조직은 제대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뛰어난 인재의 지혜를 빌릴 때는 그들의 의견을 듣고 필요하다면 그들에게서 배우는 것이 전제가 되어 있습니다.
반대로 조직을 위험에 빠뜨리게 하는 리더(동호 문답에서 말하는 난세가 이에 해당한다.)는 뛰어난 인재를 등용하지도 않을뿐더러 설사 그런 인재를 등용했더라도 그들의 의견을 제대로 듣지 않는 것에서 시작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자신의 능력만을 믿고 다른 사람의 말을 제대로 듣지 않는 경우와 자신의 입맛에 맞는 말만 하는 사람들의 말만 듣는 경우가 이에 해당됩니다.
여기서 우리는 생각해 볼 수가 있습니다. 율곡을 통해 오늘날 우리가 하고 있는 리더십이 어떤 것인지. 그리고 제대로 된 리더십을 발휘하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 ‘동호 문답’을 통해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다음 편은 리더를 만드는 조력자들을 어떻게 해야 되는지에 대해 논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