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선태유 Aug 17. 2016

인문고전에서 배우는 지혜

1.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 -  ‘동호 문답’에서 지혜를 배우자  -2

앞서 이이의 ‘동호문답’을 통해 리더가 갖추어야 할 조건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앞서도 살펴보았듯이 아무리 훌륭한 리더라도 조력자를 잘못 만나면 그 조직은 와해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렇다면 리더가 어떻게 하면 훌륭한 조력자를 만날 수가 있을까요? 오늘은 이 ‘조력자’에 대해서 야이기 하려고 합니다.


율곡은 ‘동호문답’에서 훌륭하고 능력이 있는 조력자들은 세 가지 부류로 나누고 있습니다. 율곡이 나눈 조력자의 세 가지 부류는 대신(大臣), 충신(忠臣), 간신(諫臣)이 그것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드는 것이 있지 않나요? 저는 ‘대신(大臣), 충신(忠臣), 간신(諫臣)을 어떻게 구분하는지와 구분을 한다면 어떤 임무를 맡겨야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의문이 드네요. 의문에 대한 답도 육곡이 ‘동호문답’을 통해 제시를 해 주었습니다. 이제 그것을 살펴보겠습니다.


스스로 도덕을 체득하여 추기급인(推己及人:자기 마음을 미루어 보아 남에게도 그렇게 대하거나 행동(行動)한다는 뜻) 함으로써 당대 군주를 요·순과 같은 임금으로 만들고 당대 백성을 요·순의 백성들로 만들며, 오로지 정도에 의해서만 군주를 섬기고 수행하는 자를 ‘대신(大臣)’ 이라고 한다.


오직 나라만을 걱정하여 자신을 돌보지 않고 진심으로 군주를 섬기고 백성을 보호하며, 비록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순조로운 때든 어려운 때든 가리지 않고 정성을 다하여 사직을 편안하게 하는 자를 ‘충신(忠臣)’ 이라고 한다.


어떤 자리를 맡으면 그 직분을 생각하고 임무를 맡으면 효과를 상각하며, 비록 인물의 그릇이 나라를 다스리기에는 부족하더라도 간사의 재주를 가져서 특정 직무를 감당할 수 있는 자를 ‘간신(諫臣)’이라고 한다.

                                                                                                                                    - 이이 ‘동호문답' 중에서 


율곡은 조력자의 부류를 대신, 간신, 충신으로 분류를 해 놓았습니다. 그런데 대신, 충신, 간신에 대해서 조금 이해하기가 어렵죠? 이는 유교, 특히 공자에 대해서 알고 있어야 이해를 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공자는 군주의 표본으로 요·순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는 논어에 언급이 되어 있는 부분이기도 하죠.


“위대하도다, 요의 임금됨이여! 높고 높도다! 오직 하늘만이 이토록 위대하거늘 오직 요임금만이 이를 본받았도다. 넓고 아득함이여! 백성들이 무어라 형용할 수도 없도다. 높고 높도다, 그가 이룬 공적이여! 빛나도다 그 찬란한 문화여!”

                                                                                                                                        - 논어 <태백> 중에서


“아아 그대 순이여! 하늘의 정해진 뜻이 바로 그대에게 와 있으니, 진실로 중용의도를 지키도록 하라. 천하가 곤궁해지면 하늘이 내려 주신 천자의 자리도 영원히 끊어질 것이다.”

                                                                                                                                          - 논어 <요왈> 중에서


논어에 언급되어 있는 것처럼 요·순은 역사를 통틀어 최고의 성군이라고 할 수 있는 임금입니다. 요·순은 자기 몸을 닦아 백성들을 편안하게 한 임금의 표본입니다. 한 마디로 수신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죠. 요·순 때에는 백성들이 편안하게 지내서 임금이 누구인지 조차 몰랐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오히려 임금이 누구인지 알 필요가 없다는 것이 더 정확할 것입니다. 백성들이 편안하면 임금이 드러나지 않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여기서 살펴보자면 율곡이 말하는 ‘대신(大臣)’은 바로 군주를 요·순과 같은 임금으로 만들고 백성들도 요·순의 백성들로 만들 수 있는 ‘조력자’라고 할 수 있겠죠. 이 정도의 조력자라면 모든 백성들이 편안하게 지낼 수가 있겠죠. 그래서 율곡은 대신이 나오기는 어렵다고 한 것이 아닐까요.


다음으로는 ‘충신(忠臣)’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율곡은 충신의 대명사로 그 유명한 ‘제갈량’을 꼽고 있습니다. 제갈량은 지혜가 뛰어난 인물로 유비를 보필해서 많은 업적을 남겼죠. 하지만 유비를 요·순에 버금가는 임금으로는 만들지 못했죠. 이것이 율곡이 제갈량을 대신이 아니라 충신으로 본 이유이기도 하죠.


충신은 말 그대로 군주와 백성에게 충성을 다하는 신하죠. 이 충신은 요·순 정도는 아니더라도 나라를 안정되게 이끌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평안할 때든 그렇지 않든 관계없이 말이죠.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충신도 대신에는 못 미치지만 훌륭한 조력자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대신은 나오기 힘들어도 충신은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고 율곡은 말하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대신이 없으면 충신을 발탁해서 조력자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할 수 있겠습니다.


이제 마지막으로 간신(諫臣)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간신이라고 하면 ‘간사한 신하’라고 알고 있습니다. 간사한 신하는 주로 임금에게 능력이 아닌 아첨으로 권력을 얻고 그 권력을 이용하여 자신의 재물과 지위를 높여가는 데만 주력한다. 정치나 외교 경제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자신의 지위 유지에만 애를 써 한 나라가 망할 때 일조하는 신하입니다. 하지만 율곡이 말하는 ‘간신(諫臣)’은 간언 할 줄 아는 신하는 말하는 것입니다. 여기에 쓰이는 한자 ‘간(諫’)은 ‘간언한다’는 뜻입니다. 반대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간신(姦臣)’의 ‘간(姦)’은 말 그대로 ‘간사하다’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율곡이 말하는 ‘간신(諫臣)’과 우리가 알고 있는 ‘간신(姦臣)’의 차이를 알아두었으면 합니다.


그렇다면 율곡이 말하는 ‘간신(諫臣)’은 어떤 신하일까요? 간신은 말 그대로 임금이 잘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 바른 말을 할 줄 아는 신하입니다. 여기에다 율곡은 간신을 한 분야의 전문가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비록 인물의 그릇이 나라를 다스리기에는 부족하더라도 간사의 재주를 가져서 특정 직무를 감당할만한 자’라고 한 것에서 알 수 있는 부분이죠. 리더가 조직을 이끌어 나갈 때 대신이나 충신이 있는 것도 좋지만 한 분야에 특출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전문가를 그 분야의 책임자로 임명해서 맡기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죠.


쉽게 말해 대신과 충신은 근 틀에서 무언가를 하는 조력자라면 간신은 특정 분야의 전분가라고 할 수 있죠. 이런 사람들이 정말로 자신의 직무를 제대로 한다면 그 조직을 제대로 돌아갈 것이고 리더는 훌륭한 리더가 될 것입니다. 율곡도 ‘동호문답에도 이런 말을 하고 있습니다.


대신이 군주다운 군주를 만나면 삼대(요·순시기)의 정치를 회복할 수 있고, 충신이 국사를 담당하면 적어도 위망의 화는 면할 수 있다. 간신에게는 유사를 맡기는 것은 가능하지만 큰 임무를 맡겨서는 안 된다.


간사한자(姦臣)들을 물리치고 현인을 등용하는 것은 오직 지난날의 폐단을 없애고 신령스러운 은택을 베풀어 민생을 구하기 위해서이다.


진실로 군주다운 군주가 있다면 반드시 거기에 걸맞은 신하가 있기 마련이다. 옛날에 성스럽고 슬기로운 군주가 큰 유위의 정치를 이루고자 할 때에는 반드시 여러 신하를 두루 살펴보시되, 그들이 현명한지 아닌지는 잘 관찰하여 그가 현명하면 그와 더불어 격의 없이 사귀었고, 속마음을 비춰보고 과연 그가 현명하다는 것을 믿은 연후에 큰 임무를 맡겨서 그에게 공을 이루도록 하는 책임을 지웠다.

                                                                                                                                    - 이이 ‘동호문답' 중에서

 

율곡도 말했듯이 리더다운 리더가 있고 조력자다운 조력자가 있다면 그 조직은 금상첨화일 것입니다. 그 전에 한 가지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리더는 리더다운 리더십을 가지고 훌륭한 조력자를 볼 수 있는 혜안을 가져야 하겠고, 조력자도 조력자에 걸맞은 능력을 갖추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제대로 된 리더와 조력자는 나올 수는 없고 서로 만날 수도 없을 것입니다.


여러분들도 한 번 생각을 해보는 시간을 갖길 바랍니다. 과연 내가 리더다운 리더인지, 조력자다운 조력자인지를 말입니다. 그리고 능력이 부족하다면 노력을 해서 그에 걸맞은 능력을 갖추기 바랍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인문고전에서 배우는 지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