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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태유 Aug 23. 2016

인문고전에서 배우는 지혜

1.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 -  ‘동호 문답’에서 지혜를 배우자  -3

앞서 올바른 리더와 조력자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오늘은 ‘동호 문답’을 마치면서 어떻게 하면 조직을 잘 이끌어 나갈 수 있는지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율곡은 리더다운 리더가 있으면 그에 걸맞은 조력자가 있게 마련이라고 했습니다. 여기서 리더다운 리더는 통찰력을 가지고 인재를 적재적소에 잘 쓸 수 있는 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말합니다. 예나 지금이나 인재를 제대로 선발해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은 무척이나 어렵습니다. 그래서 리더에게 요구되는 것이 인재를 알아보고 쓸 수 있는 눈입니다.


그렇다면 리더에게 선발된 조력자들은 어떻게 해야 될까요? 올바른 조력자라면 리더가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는 사람이 아니라 간언을 해 줄 수 있는 사람입니다. 리더도 사람인지라 올바른 판단을 하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이때 리더가 올바른 방향으로 조직을 이끌 수 있도록 간언을 해 주는 것이 조력자의 임무입니다.

그리고 리더나 조력자 할 것 없이 중요하게 생각되는 덕목은 바로 열린 귀와 열린 눈입니다. ‘열린 귀와 열린 눈’이라 함은 바로 경청을 잘하고 배려를 잘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소통을 잘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갖춰야 될 항목이기도 하죠. 그렇기에 율곡도 동호 문답에서 이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었던 것입니다.


진실로 군주다운 군주가 있다면 반드시 거기에 걸맞은 신하가 있기 마련이다. 옛날에 성스럽고 슬기로운 군주가 큰 유이의 정치를 이루고자 할 때에는 반드시 여러 신하를 두루 살펴보시되, 그들이 현명한지 아닌지 잘 관찰하여 그가 현명하면 그와 더불어 격의 없이 사귀었고, 속마음을 비춰보고 과연 그가 현명하다는 것을 믿은 연후에 큰 임무를 맡겨서 그에게 공을 이루도록 하는 책임을 지웠다.

                                                                                                                                    - 이이 ‘동호 문답’ 중에서


잘못된 법을 개혁하려면 마땅히 언로를 넓혀서 좋은 정책을 모아야 하니, 위로는 공경 대신에서 아래로는 가마꾼이나 말구종에 이르기까지 모두 각자 시대의 폐 법을 진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이이 ‘동호 문답’ 중에서


율곡이 언급한 내용은 16세기뿐 만 아니라 오늘날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의 리더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인재를 뽑을 때 정말 율곡이 말한 대로 가려서 선발을 하는지 새겨봐야 할 것입니다. 이는 인재가 없다고 한탄할 것이 아니라 자신이 인재를 제대로 보는 눈이 있는지를 생각해 봐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정치권에 있는 사람들은 정책을 수립할 때 정말로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의견을 묻고 검토해서 수립하는지 한 번 생각해 봐야 할 것입니다. 율곡이 말한 가마꾼이나 말구종은 오늘날로 비춰 본다면 한 사람 한 사람의 일반 국민이라고 할 수 있겠죠. 일반 국민들에게 묻고 물어서 정책을 수립한다면 보다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을 펼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날의 국민은 조선시대의 가마꾼이나 말구종과는 달리 언제 어디서나 자신들이 뽑은 대표자들이 정책을 잘 펼치는지 아닌지 보고 들을 수가 있죠. 그렇기에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의견이 중요한 것입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동호 문답’ 통해 본 율곡의 사상은 시대와 공간을 초월한다고 할 수 있겠죠. 그만큼 오늘날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큰 것입니다.


PS> 동호 문답을 읽을 때 유의해야 할 부분을 소개하겠습니다.

율곡은 동호 문답에서 선조가 똑똑하고 성군이 될 자질이 있다고 표현을 했는데요. 이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선조의 이미지와는 다를 것입니다. 물론 율곡이 절대 아부한 것은 아니지요. 선조가 똑똑한 것은 명종이 후사가 없어 덕흥군(덕흥대원군)의 세 아들 중에 한 명을 양자로 들이려고 시험을 했습니다. 여기서 하성군(훗날 선조)이 가장 똑똑한 모습을 보여서 세자로 삼았습니다.


물론 똑똑하다고 다 정치를 잘하는 것은 아니죠. 정치를 잘하는 것과 똑똑한 것은 관련이 적습니다. 이 똑똑한 하성군의 모습을 보았기에 율곡은 성군이 될 자질이 있다고 판단을 했던 것입니다. 여기서 율곡은 한 가지 조건을 내 걸었습니다. 그 조건도 ‘동호 문답’에 나와 있습니다.


주상께서 만약 낳아주신 사친을 높이는 사사로운 마음이 싹튼다면 소인들이 반드시 틈을 엿보아 ‘가정황제를 본받으라.’는 말로써 임금을 현혹할 것입니다.

                                                                                                                                  - 이이 ‘동호 문답’ 중에서

* 가정황제: 중국 명나라 제11대 황제(재위 1521~1566). 정치적 부패와 몽골, 왜구의 침입으로 혼란한 상황 속에서 난정(亂政)을 초래했다. 


율곡이 언급한 내용을 보면 한 가지로 요약을 할 수가 있죠. 방계 승통(왕과 왕비의 아들 즉 임금의 적통 후계자가 없을 경우 후궁의 아들이나 후궁의 손자, 임금의 조카 등 '임금의 직계 아들'이 아닌 인물이 왕위를 물려받는 것)에 대한 콤플렉스를 극복해야만 성군이 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콤플렉스가 있는 왕 중에 성군이 된 왕이 있을까요? 조선시대 9대 임금 성종이 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성종은 원래대로라면 왕이 될 수가 없었습니다. 성종의 아버지인 의경세자(훗날 덕종으로 추존)가 일찍이 죽어 그의 동생이 세조의 뒤를 이어 왕위를 계승하게 됩니다. 그가 바로 조선의 8대 왕인 예종이죠. 하지만 예종은 즉위 13개월 만에 승하하고 맙니다. 여기서 뒤를 이을 왕이 누가 될지 꼬이게 되는 거죠.


예종에게는 4살 된 아들 제안대군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4살짜리 아이에게 왕위를 물려주는 것은 위험한 일을 초래할 수 있는 여지가 있습니다. 바로 제안대군의 4촌 형들 때문이죠. 그 4촌 형이 월산군(훗날 월산대군)과 성종이 되는 자을산군이죠. 월산군과 자을산군 그리고 제안대군은 세조의 손자라는 공통점이 있죠. 당연히 이들의 몸에는 세조의 피가 흐르고 있습니다. 만일 제안대군이 왕위에 올랐다면 월산군이나 자을산군이 할아버지인 세조처럼 하지 말라는 법은 없죠. 이렇게 되면 피바람이 불 것은 뻔한 것입니다. 그래서 의경세자의 아들 중에 왕을 선택하게 된 것이죠.(단종과 수양대군이 떠오르는 부분이죠.)


여기서 중요한 것은 성종은 의경세자의 둘째 아들이라는 것입니다. 원래대로라면 왕이 될 수 없는 위치에 있었습니다. 형인 월산군이 살아 있으니까요. 그런데 자을산군이 한명회의 딸과 결혼을 해서 그 덕에 왕위에 오르게 되죠. 그래서 성종은 항상 ‘한명회 때문에 왕이 되었다.’는 꼬리표가 따라다녔습니다. 하지만 성종은 이를 이겨내고 경국대전을 완성하는 등 조선의 제도를 완성을 시켰습니다. 이를 보더라도 콤플렉스를 이긴다면 성군이 될 수가 있는 것이죠.(이는 묘호가 '성종'이라는 것만 봐도 알 수가 있습니다.)  율곡은 이것을 알기에 언급을 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선조는 콤플렉스를 끝내  이기지는 못했죠. 하지만 자신의 부모님을 높이지는 않았습니다. 이는 선조의 아버지가 덕흥대원군으로 되어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그럼에도 율곡의 안목이 뛰어난 것은 앞을 내다보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바로 선조의 손자이자 정원군의 아들인 인조가 반정에 성공한 후 가장 먼저 한 것이 아버지를 추존하는 것이었습니다. 인조는 아버지를 추존하는 것만 관심이 있었지 국내외의 정치에는 관심이 없었죠. 그래서 정묘호란과 병자호란이 일어나고 자신이 삼전도에서 청 태종에게 세 번 절하고 아홉 번 머리를 조아리는 굴욕을 당했죠. 이는 바로 율곡이 경계한 그대로 된 것이라 할 수 있죠. 이를 보면 율곡이 앞을 내다보는 능력이 탁월했다는 것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 율록을 통해 지난날을 거울삼아 오늘날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 지를 배울수가 있는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 온고이지신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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