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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씨 Aug 29. 2019

첫사랑 변주곡, 돌고 돌아도 그 사람이라면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2019)





가을이라기엔 조금 이른 여름의 끝자락.

언제 더웠냐는 듯 해가 지면 서늘한 바람이 스친다.

뜨거운 커피에 얼음 몇 개를 띄운 듯한 로맨스 영화가 개봉했다.

마냥 뜨겁지만은 않지만 대체로 따뜻한 온도의 첫사랑 영화.

유열의 음악 앨범. 제목도 포스터도 스틸컷도 응답하라 시리즈를 떠오르게 한다.

풋풋하고 달콤한 흔한 첫사랑 이야기에 조금 다른 빛을 띠는 이 영화는 ‘첫사랑 변주곡’쯤 되겠다.





크레센도, 점점 커지는 마음.

"네가 떠날 때, 돌아오지 않을 줄 알았어. 그런데도 나는 너를 기다렸어.”

영화 속 미수(김고은)와 현우(정해인)는 75년생. 두 사람은 유열의 음악 앨범이 첫 방송하던 날 처음 만난다.

어쩐지 한눈에 봐도 비슷해 보이지 않는 둘은 멀어질 듯하면서도 가까워지고 점차 서로 온도를 맞춰간다.




데크레센도, 서서히 그리고 여리게

“우린 계속 우연히 만나네.”

눈빛만 봐도 알 수 있고 옷깃만 스쳐도 느낄 수 있는 두 사람은 자꾸만 엇갈린다. 그것도 아주 사소한 이유로.

이쯤 되면 인연이 아닌지도 몰라-하며 단념할지도 모르지만, 둘 사이의 뜻하지 않은 공백은 두 사람을 더 애틋하게 만든다. 사랑해, 라는 말을 뱉고도 사랑은 식기 마련이며 다시는 떠나지 않겠다는 다짐이 흐려지는 동안 두 사람의 그림자는 짙어진다.




도돌이표, 돌고 돌아도 그 사람이라면.

“나에겐 그런 행복의 순간이 많지 않아. 떠올리고 싶은데 생각이 잘 안나.

그래서 사진을 찍어둔 거야. 뺏기지 않으려고.”

남자의 마음은 제 눈의 콩깍지가 벗겨질 때. 그리고 여자의 마음은 남자의 눈에 불안이 스칠 때 멈춘다고.

견고한 두 사람의 틈은 불안 그리고 불안이었다. 상대방의 불안을 내 것처럼 느낄 만큼 깊어진 사랑이기에 무서웠으리라. 그래서 잠시 멈췄고 애써 뒤돌아섰다. 등 뒤의 네가 나처럼 울고 있을 줄 알았지만, 달려가서 너를 안지 않았다. 하지만 돌고 돌아도 그 사람이라면 나는 안다.

내가 다시 너에게 달려갈 것을. 처음 네가 달려와 내 품에 안기던 것처럼.





영화엔 이런 대사가 등장한다.

어쩌면 두 사람의 서사와는 상관없는. 


“엄마가 크리스마스트리는 밖에 두라고 하셨어. 예쁜 건 같이 보는 거라고.”


유열의 음악 앨범은 크리스마스트리 같다. 어쩌면 조금은 오래되고 낡은. 하지만 저마다 간직한 크리스마스의 추억처럼 보자마자 미소가 지어지는 그런 트리 말이다. 그래서 이 영화를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어떤 시절의 이런 사랑을 혼자 보기 아까워서. 예쁜 건 같이 보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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