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거위 Jul 26. 2016

부산 동구 매축지마을

영화 <아저씨> 촬영지

늦은 오후, 인적이 끊긴 골목에서 반짝이는 눈을 가진 길냥이를 만났다

켜켜이 쌓인 세월이라는 문화재를
보는 것 같은 이 골목은
원래 바다였던 곳을 일제강점기에
매립(매축)하여 생겨난 마을이다.



사람 하나 간신히 지날 법한
비좁은 골목을 기웃거리다 보면
적산가옥의 골조가 그대로 남아있는 낡은 집,
출입금지 딱지가 붙은 빈집들도 여럿 보인다.



서쪽으로 이어지는 골목이 끝나는 곳에는
매끈하게 지어올린 거대한 아파트 단지가
장벽처럼 가로 막고 있다.



드문드문 담벼락에 그려진 꽃과 나무 벽화가
화사하지만 그늘져 보이는 까닭은
이런 대조적인 풍경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서구 동대신동 닥밭골, 중구 대청동 색채마을
부산을 대표하는 명소로 자리매김한
사하구 감천동 감천문화마을
그리고 여기 이곳 매축지마을까지.
부산에는 유난히 이런 소읍이 많기도 많다.



얼핏 보아서는 음습하고 퇴락한 골목이지만
여전히, 마음 따뜻한 달동네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터이기도 하다.


이런 소읍에 뿌리박고 살아온 소시민의 이야기
공간과 사람에 얽힌 그 작은 역사들은
결국 개발의 논리에 밀려 사라지겠지만
이 사진처럼 작은 흔적이라도 남겨야 하는 것은
우리들의 몫이 아닌가 싶다.



작가의 이전글 티비를 보다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