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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미 Nov 19. 2017

평범하게 살긴 그른 걸까 #1

수능을 치르고

 11년도 수능은 어려웠다. 12년도부터 교육과정이 바뀐다고 하니 무슨 점수가 나오든 나는 대학에 무조건 진학을 할 예정이었다.

 운 좋게 우리 학교에서 수능을 보게 돼서 끝났을 때는 그저 모의고사가 끝나고 하교하는 느낌이었다. 제2외국어 시험까지 치르느라 어둑어둑해질 때쯤 나왔던 것 같은데, 멀리서 가족들이 보였다. 함께 저녁을 먹으러 가는 길목에서 나는 시험이 끝났다는 안도감보다는 슬픔을 느꼈다.

 고등학교 3년 동안 나는 많이 겉돌았던 것 같다. 지역 내에서 여자고등학교로는 1위였던 내 모교의 타이틀은 나에게는 무척 부담스러웠다. 그리고 비평준화인데다 고입시험까지 치르고 들어왔던 아이들의 눈에는 자부심과 열정이 불탔던 반면, 나는 3년 내내 학교로 줄 세우는 이상한 우리나라 교육에 대해 회의감을 느끼고 있었다. 이미 우리 학교 친구들은 혜택을 많이 받고 자랐거나, 교육제도에 알맞게 적응해 왔던 아이들이라 그런 말에 공감을 해 주면서도 정작 행동으로는 늘 하던 방식을 따랐다. 그때는 무슨 생각에서였는지, 열심히 공부하며 코피 흘리는 애들 뒤에서, 어제 봤던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며 노는 데서 희열을 느꼈다. 참 바보 같은 짓이었다.

 그렇다고 내가 공부를 아예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나는 꽤 성실했고 또 책임감도 있었기 때문에 시험기간이나 모의고사 기간에는 열심히 했던 적도 많다. 학교 내신은 중하위권이긴 했지만, 모의고사 성적은 중위권에서 중상위권까지 나왔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고3 가을이 다가오자, 나는 마음을 놓았다. 이미 지역 내의 국립대학교에 수시를 넣었던 상태였고 수능 등급만 맞추면 들어가는 것이 확정이었다. 솔직히 많이 얕봤었다. 모의고사를 볼 때마다 인 서울 대학교를 갈 만한 성적은 나왔었기 때문에 설마 지방 국립대를 못 갈까 싶었던 것이다.


 수능 가채점을 하고 가채점 등급이 나오는데 나는 머리가 핑 돌며 울렁거림을 느꼈다. 평소보다 국영수 합쳤을 때 이 등급이나 낮게 나왔던 것이다. 기대 않던 사회탐구영역에서 두 개를 만점 받기는 했지만, 수시 등급에 맞추질 못해서 수시로는 지방대학에 갈 수가 없었다. 그래도 그때까지만 해도 담임선생님은 정시로도 갈만한 성적이 되기 때문에 너무 낙담하지 말라고 하셨다. 그 말을 믿었다. 그리고 실제로 작년 재작년 등급컷을 봤을 때도 충분히 하향지원이었다.

 하지만 합격자 발표날이 되자 예상은 뒤엎어졌다. 가 다군에 지원했던 지방 국립대에서 다 예비가 떴다. 알겠지만 국립대는 예비번호가 잘 빠지지 않는다. 그날 나는 아주 많이 울었다. 솔직히, 고등학생에게 대학교는 하늘과 같아서 대학에 떨어졌다는 건 하늘이 무너졌다는 것과 같지 않나. 부모님께도 죄송했고, 나 자신도 미웠고 하늘을 원망했다. 난 욕심부린 것이 하나도 없는데 왜 그러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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