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어학연수를 준비하자
1학년 1학기 중간고사가 지나고 나는 유학원을 찾아다녔다. 혼자서 불어가 되지도 않는데 학교 어학원에 직접 컨택하는 건 생각하지도 못했고, 그래서 찾게 된 곳이 유학원이었다.
다른 어학원은 나를 어서 보내지 못해 안달이었다. 그런데, 강남의 작은 오피스텔에서 작게 유학원을 운영하시는 원장님은 오히려 나의 프랑스행을 우려하셨다. 아마 내가 뚜렷한 목표 없이 어학연수를 가겠다고 하는 폼이 걱정되셨던 것 같다. 원장님은 어학연수도 연수지만, 내가 그 후에 어떤 전공을 공부하고 싶은지, 졸업 후에는 어떻게 하고 싶은지를 물어보셨다. 나는 당황스러웠다. 내 머릿속에는 이 학교를 벗어날 생각밖에 없었고, 학교를 졸업하면 뭐든 될 것 같은 막연한 생각만 갖고 있었을 뿐이다. 외국에서 공부했는데, 설마 무슨 메리트가 있지 않겠어.라는 무시무시하게 애기애기한 생각들이었다.
그때 나는 '아니 내가 가겠다는데 왜 이래'라는 생각이 강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원장님이 믿음직스럽다고 생각했다. 나를 돈벌이로 보기보다는, 진심으로 방향을 찾아주고자 하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이 유학원에서 연수 준비를 진행하기로 했고,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나는 진심으로, 이때의 선택에 후회가 없다. 원인은 다소 순진하고 충동적이었을지라도, 결과적으로는 내 생애에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남긴 연수였기 때문이다. 다만, 다시 돌아간다면 굳은 목표와 결의를 세우고 나서 가야겠다는 생각을 할 것 같다. 내가 진정으로 어떤 공부를 하고 싶은지도 중요하고, 십 년 이십 년 후의 빅픽쳐를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때 나는 정말 정말 정말 우리나라에서 대학을 다니고픈 마음이 없었다. 3년간 공들여 공부했는데 다 떨어지고는 남은 게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았다. 허탈했고, 원망스러웠을 뿐이다. 그래서 프랑스 대학에 들어가고 싶었다. 다시 말해 이것이야말로 도피성 유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