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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미 Dec 15. 2017

평범하게 살긴 그른걸까? #6

비행기-기숙사까지의 여정

나이는 기억나지 않지만, 대학교를 다니고있다는 언니였다. 그때는 무슨 배짱이었는지, 같은 한국인을 만났고 또 물어볼 사람이 생겨서 그랬는지 아무튼 그 언니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고, 내가 가던 곳이 TGV타는 곳이 맞다는 확답(?!)을 얻게됐다. 알고보니 그 언니도 TGV를 타러가던 중이었다고 한다.


 불문과였던 그 언니는 스페인을 여행하고, 교환학생으로 프랑스 학교에 일년 동안 지내러 왔다고 했다. 프랑스의 다른 소도시에서 지낸다고 했던 것같은데, 그때는 프랑스의 도시이름을 그닥 많이 알고 있지 않아서 잊어버렸다. 아쉽다. 내 글을 읽고 연락이 닿는다면 정말 고맙다고 하고싶은데 기억나는것이 없어서 ㅜㅜ


 그 언니는 차 시간이 돼서 먼저 떠났고, 나는 기차를 기다렸다가 어찌저찌 Dijon행 열차를 찾았다. 그런데 내 가방이 너무너무 무거워서.... 가지고 올라갈 수가 없었다. 알고보니 TGV는 진짜 그냥 옛날 열차같아서(;;) 탑승로도 좁고 작은 간이계단을 꽤 올라야하는 그런 열차였다.

 낑낑대고있는데, 어떤 멋진 백발의 할아버지께서 친절하게 가방 드는걸 도와주셨다. 한분이 들수있었으면 좋으련만, 할아버지도 낑낑대시자, 다른 아저씨가 와서 한명은 위에서, 한명은 뒤에서 밀며... 겨우겨우 올릴 수 있었는데 할아버지의 말이 너무 웃겼다.

"어휴....!집 한채를 여기다 넣었나봐"

 그땐 불어를 못했지만.... 난 똑똑히 들었다. 메종maison이라고 한건 확실해...

 내가 열심히 메흐씨 merci.... 했지만 할아버지는 숨을 헐떡이시느라 내 얘기를 못들었던 것 같다ㅜ 죄송해요...


여차저차 기차에올라탄 후, 프랑스에서 바로 쓸수있는 폰을 이용해 기차 안에서 부모님과 통화할수있었다. TGV에는 1등석과 2등석이 나눠져있는데, 예매할 당시에 1등석과 2등석 가격차이가 4유로(약 육천원)정도밖에 차이가 안났어서 1등석을 예매했었는데 자리가 아주 편했고 또 한가지는 너무 조용해서 오랫동안 통화를할 수 없었다.


 디종Dijon역에 도착하자 어둑어둑했다. 10시쯤 됐던걸로 기억한다. 모든 역에서 그렇듯, 택시들이 줄을 서고 있었다. 나도 유학원에서 택시를 이용하는게 좋을거라는 조언을 들었기 때문에 택시를 잡아 탔다. 불어를 못했기 때문에 기숙사 주소가 적힌 종이를 기사님께 드렸다. 그러자 금방 기숙사에 도착했다.

 기숙사 1층에 가니 리셉셔니스트가 있었다. 내 옷차림만 봐도 알겠는지, 나를 보자마자 영어로 이름과 국적을 물었다. 그러자 서류를 찾더니 열쇠를 건네줬다. 4층이었다. 당연히 엘리베이터가 있겠거니 했는데 없어서(;;;) 곤란해하고 있는데, 기다리라고 하더니 기숙사에 들어가려던 흑인 남자를 불러세웠고 (아마도 내 가방좀 들어달라고 했던 것같다) 그 학생이 정말 친절하게 내 가방을 끌어줬다ㅜ 부담가지 않게 올라가면서 농담도 하고 마지막으로 방앞까지 데려다주고는 본인은 복도 끝에 살고있으니 어려운일이 있으면 방으로 찾아오면된다고 해줬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고마운일인데 나는 모든일이 다 갑작스럽기도 하고 몸이 지치기도해서 고맙다고만 하고 더 감사표시를 못했다. 그때는 겁도 더 많았어서 웬지 남자방에 찾아가는게 무서웠더랬다.


 어찌저찌 무사히 내방에 들어갔는데 생각보다 크고 깨끗했다. 밤이 늦었기 때문에 짐을 대강 풀고 누웠다. 누우니 보이는건 늘 내가 내방에 누워서 보던 천장이 아니었다. 이상하게 눈물이 나왔다. 해냈어. 하는 생각과, 앞으로 닥칠 일들에 대한 두려움이 섞여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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