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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윙크의사 May 27. 2023

돈과 행복에 대하여

돈에 대한 생각이 많은 요즘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Multipotent’한 재화이다. 변동성 높은 시대에 담긴 불안함은, 유튜브와 각종 SNS의 ‘돈’에 대한 관심으로 표출된다. ‘돈’이 개인의 정체성을 증명하며, ‘돈’만이 삶의 성공 여부를 담보한다. ‘돈’이 되지 않는 일을 선택한 이들은 바보 취급을 받고, 결과적으로 상대적 박탈감에 빠져 헤맬 수 밖에 없다. 


삼십대에 한 쪽 눈을 잃으면서, ‘안전’한 삶에 대한 욕구가 커졌다. 한 인간의 ‘안전’한 생존 또한 돈이 필수재로 들어간다. 수술도, 치료도, 회복도, 돈이 있어야 가능했고, 혹은 돈으로 시간을 앞당길 수 있었다. ‘돈’으로 살 수 있는 집과 식량은, 안전한 삶에 가장 우선적으로 필요한 조건이다. 


‘돈’은 삶의 목적이 될 수도 있고, 수단이 될 수도 있다. 돈이 많으면 그만큼 할 수 있는 것도 많아진다. 돈과 별개로 느껴지는 윤리성과 이타성 또한 돈이 많은 환경에서 발현되기 쉽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으나, 풍족하고 안전하다고 느끼는 만큼, 베풀 여력 또한 커진다. 폐지를 주워 모은 돈을 기부하는 어르신들이 존경스러운 것은, 나라면 하지 못 할 선택이라 그런 것이 아닐까. 


소득이 어느 수준 이상이 되면 행복도와 상관이 없다는 '이스털린의 역설'을 들여다보자. 연간 소득 7만 5천불 이상의 돈은 행복도와는 큰 관련을 보이지 않는다는 프린스턴대학의 연구(Kahneman & Deaton(2010))도 있다. 월 평균 근로소득이 1100만원을 넘으면서부터는 소득 증가가 행복 증대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국내 연구 보고서도 나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소득과 행복의 관계에 관한 연구: 근로시간과 근로소득 간의 상호성을 반영하여’ (2022)) 이 연구들은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을 넘으면 행복도와 관련이 없거나 혹은 감소한다는 결론을 강조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임계점 이하까지는 소득과 행복도가 비례한다는 사실이다.


현대 사회에서 삶을 안전하게 지속할 수 있는 ‘돈’의 양을 객관적으로 수치화 할 수 있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하지만 이 또한 내 신체와 나를 둘러싼 환경이 안정적이라는 전제를 기반으로 한다. 갑작스레 신체를 상실해 노동이 불가능하거나, 자산 가치 하락 혹은 물가가 상승하는 등 변동성이 큰 환경이라면, 돈-행복도 곡선 자체가 출렁이며 한 인간의 심리적 안정을 확보하기 위한 소득 기준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지도 모른다. 


변동성이 큰 불안한 시대일수록 ‘돈’에 대한 관심과 욕구가 늘어나는 것은, 어쩌면 인간의 자연스러운 생존 본능일지도 모른다. 식량을 구하는 것에 생존이 달려 있었던 과거 원시시대에 에너지를 잘 비축하는 유전자가 자연선택 되었듯이, 돈이 생존의 필수재가 되는 현대 자본주의 시대에서는 돈을 잘 벌고 모으는 유전자가 성공적으로 남을 지 모른다. 


그런 차원에서, 나의 유전자는 지금,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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