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ong Feb 20. 2017

Arrival (컨택트) VS 콘택트

두 영화에 대한 단상

Arrival (컨택트) VS 콘택트

Arrival (컨택트.2016)를 어제 본 직후 소감은 "이걸 왜 이제 봤을까..." 였습니다. 드니 벨뇌브의 고감도 영상과 소름끼치는 사운드는 제겐 아마도 하나의 영적 의식과 같은 체험이었습니다. 간혹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패신저스"와 비교하는 의견들이 꽤 많은데, 장르가 다르니 비교 불가합니다. 물론, 흥행성 블록버스터로 오인하고 볼 수도 있고 그러하다면 기대보다 실망이 몇 배 더 클 수도 있습니다. 굳이 덧붙이자면 같은 SF라도 액션의 범주는 절대아니고, 심오하고 철학적인 인류의 소통을 그렸습니다. 인디펜던스데이 류의 지구침공 영화는 절대 아님...

ARRIVAL(컨택트. 2016) 포스터

20년전 개봉한 "콘택트(1997)"와도 전혀 무관한 영화입니다. 당시 그 영화도 흥행은 별로였던 것으로 알고 있고, 그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소재로 다룬 영화라는 부분은 유사성이 있다고도 볼 수는 있겠지마는..... 그 영화에 대한 좋았던 기억으로 이번 영화 제목이 동명으로 바뀐 것(실제로는 1997년 당시엔 원제가 CONTACT "콘택트" 였고 이번엔 "컨택트" 이다)에 대해 큰 불만보다는 이 영화의 본질이 희석되어 싫었습니다. 단지 주인공이 여자라는 것, 그리고 그들이 보내는 신호를 해석하며 커뮤니케이션 한다는 것.. 그것을 빼고는 큰 공통점은 찾기가 쉽지가 않았습니다.

콘택트(1997) 포스터

*매튜 매커너히는 이 때부터 외계 영화와 인연이 죽
있었나봅니다. 콘택트(1997) 이후 인터스텔라에도 출연했으니.

콘택트(1997)


유기적 언어체계라는 점이 두 영화 모두 인상적인데 콘택트(1997)에서는 3차원적 조합으로 풀어낸 코드였고, 그것이 우주선 설계도, 즉 초대의 의미로 보여진다면 이번 컨택트(2016)에서는 마치 연기같은 퍼짐으로 유기체가 지구상 전 인류의 화합을 원한다는 뉘앙스를 붓으로 그려내듯 형성되는 것이 실로 감탄스럽기까지 합니다. 마치 커피 컵자국 같은 오묘한 형상의 비주얼이라니. 언어를 모르는 아기라면 과연 익힐 수 있는 것일까?

[흔히 볼 수 있는 커피컵자국]


콘택트(1997)


ARRIVAL(컨택트. 2016)


결국 콘택트(1997)의 조디 포스터는 먼저 돌아가신 부모님에 대한 기억과 과학에 대한 절대신뢰를 가지고 미지의 세계로 나아가는 선구자 역할을 자처하는 데 반해, 컨택트(2016)의 에이미 아담스는 딸을 잃은 어머니의 애틋함을 품고 시간의 앞과 뒤를 뛰어넘는 전달자로서 결국 인류를 구원하는 모습으로 그려집니다. 둘다 남주의 역할은 인류의 어머니와 같은 여주인공의 조력자로 그려질 뿐, 영화는 여성을 축으로 전개됩니다.

ARRIVAL(컨택트. 2016)


외계인이 전혀 등장하지 않는 콘택트(1997)는 오직 디지털 신호만으로 교감하는데, 컨택트(2016)에서는 헵타포드로 불리는 여러 촉수를 가진 외계 생명체가 등장하는데 - 아쉽게도 오징어나 문어같다고들 하는데 오히려 코끼리같은 헤비함으로 더 신비롭기까지 함 - 이들이 뿜어내는 유기체 언어로 서로간에 맞장구를 치는 대화(?) 구도가 오히려 더욱 더 큰 신비로움을 자아냅니다. 심지어 투명한 벽을 두고 하이파이브를;;; 치는 부분은 그들이 더 진일보한 것으로 보이기까지.

ARRIVAL(컨택트. 2016)


게다가 너무나 무거울 것 같은 그들의 운송수단 역시 큰 바위같지만 세로로 떠있는 모습이 마치 프링글스 칩처럼 묘하게 가벼워 보여 더욱 신비스러움을 배가시킵니다. 위기의 순간 가로로 돌려 인디펜던스데이의 모선처럼 세상을 덮으려다가도 화합이 실현되는 순간 연기처럼 사라지는 그것들을 보면 숙연해질 정도로 경이롭습니다. 살면서 본 수많은 외계를 소재로 다룬 영화중에 가장 실제에 가까운 영화를 꼽으라면 이 영화가 아닐까.... 물론 실제는 아무도 알수는 없지만, 그 정도로 이번 영화가 주는 몰입감과 리얼리티는 최고라고 느꼈습니다.

ARRIVAL(컨택트. 2016)

그래비티나 인터스텔라 등의 영화가 충분히 많았으니 이제는 웬만한 비주얼로는 안구 자극이 어렵지만서도, 1997년 당시 콘택트는 정말 대단한 비주얼이었으며 작금의 SF 영화를 보면 광활한 우주공간을 너무나도 잘 표현하고 있는데, 컨택트(2016) 에서는 단 한번도 우주에 대한 묘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신비스럽습니다. 마치 그들의 모선이 작은 우주인 것처럼 그려진다... 그만큼 그들의 존재감이 우주 그 자체인 것처럼 크게 다가옵니다.



이 영화는 테드 창의 원작을 영화화 한것이지만 결국 주고자 하는 메시지는 참 명쾌합니다. 소통과 화합입니다. 그들에 대한 해석이 달라 대립각을 세워가며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보이다가도 누군가는 그 반대로 그들의 입장에서 화합을 이루어냈을 때, 그들은 바로 사라집니다. 즉 그들의 존재 이유는 놀랍게도 인간입니다. 인간의 본질과 과거, 현재, 미래를 다 고찰하는 듯합니다.


영화제목을 바꾼 것에 대한 성토가 많아 시작한 포스팅이지만, 다른 나라들도 각기 다른 제목으로 개봉한 것을 알고서는 조금은 누그러지기 시작은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가장 제일 꽤 유감스러운 것은 국내 포스터입니다. 다른 포스터들은 본질만을 보여주는데 반해 왜 국내 포스터는 이력서 같은지...


1997년엔 어쩔 수 없었다 손 치더라도 말이죠;;;


여튼 쓰다보니 길어져 마무리를 해야겠네요 ㅡㅡ;;;

맨 앞에 쓰려다 말았지만, 그동안 보아왔던 SF류에 대한 모든 선입견을 다 내려놓고 감상한다면 주고자 하는 메시지가 명확하게 느껴지실 것입니다. 이상 두서없이 쓴 포스팅을 마치겠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