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이 되었다.
사장은 잘 포장되고 진열된 초코를 바라보며
편안한 미소를 지어본다.
문으로 다가가 오픈 클로즈 팻말을
무심하게 툭 돌려놓고 서둘러 초콜릿을 돌본다.
혹시나 먼지라도 한톨 앉을까
덮어놓은 유리케이스의 표면을 가까이 들여다보며
새로 낀 실리콘 장갑과 작은 먼지 솔로
한 톨의 먼지마저 앉지 못하게 쫓아낸다.
그러다 멈칫하는 사장.
한 개를 먹을까 말까 대립된 두 갈래의 마음속 농성이
손끝의 떨림으로 그대로 전해져온다.
실리콘 장갑을 끼고 있는 사장의 손끝은
유리케이스의 손잡이로 향하다 되돌아오기를 반복한다.
결국 허리를 펴고 일어나 단호한 표정으로 한참을 노려본다.
눈을 질끈 감고 돌아서서 카운터로 걸어간다.
침을 꾸울꺽 삼키는 사장.
아무래도 먹고 싶은 마음이 아주 강하게 밀려오는 것을 꾹 참고
카운터로 걸어가 의자에 털석 앉아
팔을 괴고 손끝을 모아 세운다.
그리곤 생각에 잠긴다.
오늘도 찾아와 사장의 그 모습을 보던 그녀.
이 바보 같은 사장이 오픈 클로즈 팻말을 돌리다 말아서
밖에서 보기엔 여전히 클로즈인건 관심도 없나 보다.
그녀는 한참을 들여다본다.
눈을 질끈 감고 침을 꿀꺽 삼키는 사장을 보며 여자는 나즈막히 중얼거린다.
"아니, 저럴거면 그냥 하나를 먹지 왜 참는거지?"
알 수 없는 그의 행동에 그녀는 점점 더 초콜릿 맛이 궁금해
사장을 따라 자연스럽게 침을 꿀꺽 삼켜본다.
그리고 한마디 더 중얼거린다.
"아니, 다 만들고 포장하고 진열까지 했는데
왜 오픈을 안 하지? 저 사장놈은 팔 생각이 없는 건가?"
오늘도 뭔가 허탕친 기분에 씩씩거리며 돌아선다.
그녀는 밀려오는 짜증만큼이나 큰 보폭으로 성큼성큼 멀어진다.
그러다 돌아서서 다시 가게쪽으로 몸을 돌려
허리춤에 손을 턱 올리고 노려본다.
그리고 그녀는 부드럽고 하얀 손으로 검지를 힘차게 뻗어보이며
가게를 향해 손가락질을 한다.
"이놈에 망할 초콜릿 가게. 다시는 오나봐라. 쳇."
그렇게 그녀는 다시는 오지 않겠다는 결심을 하며 다시 뒤돌아 가게와 멀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