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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마인더 Dec 12. 2023

쓸모 있는 사람이 되려면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ㅣ미치 앨봄



인간으로 태어나서 반드시 어떤 행위를 해야만 쓸모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스스로 착하다고 여겨지는 일을 할 때 자신이 쓸모 있다는 느낌을 받곤 한다. 성장과정 내내 형편이 어려웠기 때문일까 나는 누구보다도 쓸모 있 사람이 되고 싶었다.



20대 초반에 내가 생각한 쓸모란 나보다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돕는 일이었다. 먹을 게 없어 매 초마다 한 명씩 생명을 잃게 된다는 아이들을 돕고 싶어서 종로에 있는 한 NGO에 면접을 보게 되었다. 면접을 보러 오라는 메일을 받고 대구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다시 복잡한 서울의 지하철을 타고 사무실 까지 가야하는 긴 여정이었지만 가는 동안 내내 심장이 콩닥거렸다.



가정집을 개조해 만든 작은 사무실에서 부산대를 나온 언니 한 명과 면접을 봤다. 실무자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나에게 물었다. "지방에서 올라와 일할 수 있겠어요? 우리는 주로 통번역 업무와 후원(donation) 관리 업무를 해요." 당시 면접을 봤던 NGO단체의 급여는 백만 원이 겨우 조금 넘었다. 집이 대구에 있는 내가 서울에서 자취를 하기에는 작은 급여였다.  



면접을 마치고 나와 지하철 역으로 가면서 함께 면접을 본 부산대 언니와 이런저런 이야길 나눴다. 언니는 이미 서울에 집을 마련해 살고 있었고 급여보다는 자신의 커리어를 위해 이 기관을 선택했다고 했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언니는 나보다 영어도 잘하고 서울에 집도 있으니 나보다 적임자구나..." 그날 이후에 누군가를 돕고 싶으면 먼저 나부터 먹여 살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좋은 의도만으로는 실제로 누군가를 돕는 건 불가능하다고, 선한 일도 먼저 성공해야 한다고 단단히 생각을 굳히게 된 것이다. 그 이후로 나에게 '쓸모'란 = '성공'하는 일이 되었다.



20대와 30대를 성공이란 놈의 뒤꽁무니를 쫒으며 애써보았지만 쉽게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럴수록 더욱 스스로가 한심하게 여겨지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보니 쓸모 있다는 것이, 무언가를 기여한다는 것이 꼭 그렇게 거창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에게 대가를 바라지 않고 친절할 수 있을 때, 내게 주어진 이 하루를 충실하게 살아냈을 때, 이 모든 것들이 가치 있는 순간이 아닐까 하고 말이다. 누군가가 나에게 무거운 짐을 털어놓고 나서 아주 조금은 홀가분해졌다며 진심 어린 미소를 보일 때 그 순간이 나를 참 행복하게 만든다.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ㅣ미치 앨봄


"미치, 마치 저 꼭대기에 있는 사람들에게 뽐내려고 애쓰는 중이라면 관두게.

어쨌든 그들은 자네를 멸시할 거야.

그리고 바닥에 있는 사람들에게 뽐내려 한다면 그것도 관두게.

그들은 자네를 질투하기만 할 테니까.

어느 계층에 속하느냐로는 해결되지 않아.

열린 마음만이 자네를 모든 사람 사이에서 동등하게 해 줄 걸세."


그는 말을 멈추고 나를 바라보았다.

"난 지금 죽어가고 있어. 맞지?"

"네"


"내가 다른 사람들의 고민을 듣는 일이 왜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나?

내 고통과 아픔만으로도 충분한 이 마당에? 물론 내 고통만으로도 충분하지.

하지만 타인에게 뭔가를 주는 것이야 말로 내게 살아있다는 기분을 느끼게 해 주지.

자동차나 집은 그런 느낌을 주지 않아.

거울에 비친 내 모습으로는 그런 느낌을 받지 못해.

내가 그들을 위해 시간을 할애할 때, 그들이 슬픈 감정을 느낀 후에 내 말을 듣고 미소 지을 때,

그럴 때의 느낌은 건강할 때의 느낌과 거의 비슷해."


"그렇군요."


"마음속에서 우러나는 일들을 하라고. 그런 일들을 하게 되면 절대 실망하지 않아.

질투심이 생기지도 않고, 다른 사람의 것을 탐내지도 않게 되지.

오히려 그들에게 베풂으로써 나에게 되돌아오는 것들에 압도당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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