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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노래하지 않는 이유

지금은 나의 비트에 맞춰  나의 스토리를 노래할수 있기까지 기다림의 시간

아들을 보면

노래를 자주 부른다

노래로 배운 것들을 흥얼거리고

노래로 배운다

노래가 생활이다

아이는 그런것 같다

나도 그랬다


스타크레프트 게임의 황금기와

겹치는 청소년기를 보내며

게임에 소질이 없던 나는 여느 친구들과 달리

피씨방, 당구장 등에는 잘 가지 않았다


그래도 그나마했던것은 노래방에 가는 거였다. 학업스트레스를 풀러 친구들과

노래방에 자주 갔다


대중가요를 부르며, 내가 그 가수가 된 마냥

심취해 보기도하고, 나름 노래도 못하는 편은

아니었다고 생각해서 노래부르길 즐겼다

많은 가능성 속에 세상 많은 노래가 다 내 노래 같던

시절이었다고 할까?


하지만 대학교 2학년이후

노래방 갔던 기억은 손에 꼽을 정도고,

지금은 노래를 잘 하지도 않는다


만들어진 노래 속 화자와

나와의 거리감이 생겨서일까?


노래부를 마음이 도무지 안생기는

팍팍한 삶 때문일까?

BOBBY 꽐라 뮤비 중 한장면

노래는 하지않지만

힙합장르는 즐겨듣는다

알아들을 수있는 국내아티스트 중심으로긴 하지만


흥겨운 비트가 던져지고

랩퍼들은 자신의 삶 속 real한 이야기들로

비트를 꾸민다


힙합이 멋진 이유는 생생한 화자의

이야기로 채워져 있기 때문인것같다

그리고 마이너한 자기의 삶이 메이저로

올라오기까지 고난과 역경도 닮겨있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극복한 과정을 표현한

것이 좋다


인생의 굴레가 다 거기서 거기인듯 하면서

크고작은 변화와 굴곡이 있는 것처럼


힙합도 반복되는 비트에 적절한 변주

어우러지며 멋진 음악이되는게 마치

인생같다고 할까?

그 위에 내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이 그렇게 매력적으로 보였다


아주긴 시간은 아니지만 35년 살다보니

어릴때 무궁한 것 같던 가능성 중에

내게 허용된 굴레가 생기고 갈래가 생기며

세상 노래 중 내 노래같은 것은 점점

없어져 가는 것같다

그래서 말수가 줄어드는 것처럼

노랫수가 줄어들어가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이젠

내가 비트를 만들고, 내가 가사를 써서

남의 노래가 아닌 내 노래를 부르고 싶어졌다

물론 아직도 남의 노래만 듣고 있지만...


더 이상 사회가 정해논 경로와 이야기에만

따라가지 않고 싶고,

내가 만든 길을 가고 싶은 마음과

내 노래를 하고 싶은 마음은 비슷한 마음인것 같다


지금 노래 부르지 않지만

내 속의 노래가 없어서 안부르는건 아니다

잠시 밖으로 흘려 내보내지 않을 뿐이다


그리고 내 속에 흐르는 노래를 언제, 어떻게 밖으로

흘려보낼지에 대한 고민이 삶을 노래하는

나를 주저하게 된다


지금 sns를 통해 조금씩 밖으로 흘려보내는 시도를

하며 시기를 견주어본다

훗날

꼭 노래는 아니더라도

글로, 어떤 형식의 컨텐츠로든

내 자체의 멜로디를 찾아 다시 노래하고 싶다


소심하게 샤워 물소리를 방어막 삼아 부르는

노래는 언제 세상에 울려퍼질 수 있을까? 

고단한 초기 청년기에 깊었던 고민에서

조금 벗어난 지금

갈 수록 내 노래를 부르지 못하고, 부르기 힘든 여건을 살아가는 청년들이 떠오른다

그들도 나처럼 노래부르지 못하고 있는건

아닐까?


노래 부르고싶다

너목보의 자신감 넘 치는 음치들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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