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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펀치 Jan 06. 2021

HELLO 2021

공식적으로 삼십대가 됐다.


늘 새해가 되면 지난 한 해를 돌아보고 앞으로의 1년을 계획하곤 하는데 올해는 그 연례 행사가 늦어지고 있다. 이제 병원에 가도 30이라고 찍힌 글자를 보아야 하기 때문일까. 20대를 사는 누군가는 빨리 30살이 되고 싶다고 하고, 40대를 사는 누군가는 30대가 되어도 크게 달라지는 건 없다고들 하지만 올해는 이상하게도 기분이 들쑥했다. 아직 어른이 될 준비가 안 된 것 같기도 하고.


2020년, 한국 나이 서른을 맞는 작년에 무엇을 했던가 뒤돌아보면 딱히 특별할 게 없다. 감정적으로 지나친 한 해를 보냈고 일적으로도 업앤다운이 있었다. 어른이 되어가는 격정의 성인식을 보냈다고나 할까. 라면을 지나치게 많이 먹었고 살이 빠지다가 다시 쪘다. 바지 단추를 잠그기 위해 숨을 헙 들이마셔야 하는 순간마다 아, 점점 기초대사량이 줄어드는 나이가 되었구나를 체감한다. 


어쩌다가 운동을 하고 어쩌다가 미래를 고민한다. 가끔은 이대로도 잘 살고 있는 것 같고 가끔은 뭘 하며 살고 있는 거지 싶다. 하자!고 적어둔 체크리스트는 산더미인데 실제로 실행에 옮긴 것은 많이 없다. 그래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이 자주 드는 게 마음의 나잇살이 아닌가 싶다. 


회사를 부지런히 다녔고, 일을 열심히 했다. 영화와 각종 시리즈도 많이 봤고 자기계발서를 엄청 읽었다. 곧 나올 전자책의 한 꼭지를 썼으며 멋진 후배들과 새로운 일도 해 봤다. 인라인을 샀고 보드도 타 봤다. 그래도 돌아보니 새로운 일을 많이 한 한해였구나. 안 가 본 세상을 많이 둘러본 2020년. 


서른 한 살이 되는 건 서른 살이 되는 것보다 힘든 일인 것 같다. 준비 없이 요이 땅 한 느낌이랄까? 올해는 조금 더 멋지고 꾸준한 사람이 되고 싶다. 원하는 것을 명확히 알진 못해도 매일 눈앞에 놓인 길을 묵묵하고 생기있게 걷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래서, 2021년의 끝에는 조금 더 천천한 마음으로 서른 둘을 맞고 싶다. 

아직도 서툴게 느껴지는 서른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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