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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영 Oct 10. 2018

아주 가끔 지나간 삶의 기록들을 꺼내본다.

가끔 반드시 기록을 해야만 하는 순간들이 있다. 찰나의 감정을 남기고 싶을 때, 마땅히 털어놓을 대상이 없을 때, 그리고 오래 기억하고 싶은 것이 있을 때... 같은 순간이다.


늦은 밤 마음이 복잡하거나 잠이 오지 않을 때, 아주 가끔 지나간 삶의 기록들을 꺼내본다. 살아가면서 이미 잊었거나 잊고 싶어 했던 과거와 마주하는 그 시간은 스스로에게 공감과 지지를 보내기도 하고 동기부여를 할 수 있는 아주 소중한 시간이 된다.


기록을 보다 가장 마음이 아팠던 순간을 꼽자면 어느 날 적었던 문구를 3년이 흐른 뒤에도 똑같이 적었던 것을 발견했던 때였다. 그것은 바로 "가난하고 외롭고 슬프다."라는 문구였다. 3년이 지났음에도 같은 생각을 하며 서러워했다니 쉬이 변하지 않는 안타까운 현실은 시간이 지난 뒤 그 글을 읽고 있는 현재에도 참 뼈 아픈 말이었다.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꼽자면 8일 동안 홀로 제주 여행을 하고 난 뒤 남긴 글에는 "살아있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라고 쓰여 있던 글귀에 닿았을 때였다. 마음 깊은 곳이 따쓰해지는 느낌이 들었고 입가에 미소가 흘렀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시간이 나면 제주에 간다. 그때의 기록을 보며 스스로가 더 소중하게 느껴졌고, 더 열심히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과거에서 많은 것들을 배운다. 나도 세상도 변해가는 것을 고스란히 보고 느끼고 끊임없이 기록하고 또 배운다. 그래서 지나간 기록들은 내가 살아갈 미래 기록의 일부가 된다. 기록은 가르쳐준다. 기록은 위대하다. 그 위대함에 소소하게 한 자 보태고픈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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