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반드시 기록을 해야만 하는 순간들이 있다. 찰나의 감정을 남기고 싶을 때, 마땅히 털어놓을 대상이 없을 때, 그리고 오래 기억하고 싶은 것이 있을 때... 같은 순간이다.
늦은 밤 마음이 복잡하거나 잠이 오지 않을 때, 아주 가끔 지나간 삶의 기록들을 꺼내본다. 살아가면서 이미 잊었거나 잊고 싶어 했던 과거와 마주하는 그 시간은 스스로에게 공감과 지지를 보내기도 하고 동기부여를 할 수 있는 아주 소중한 시간이 된다.
기록을 보다 가장 마음이 아팠던 순간을 꼽자면 어느 날 적었던 문구를 3년이 흐른 뒤에도 똑같이 적었던 것을 발견했던 때였다. 그것은 바로 "가난하고 외롭고 슬프다."라는 문구였다. 3년이 지났음에도 같은 생각을 하며 서러워했다니 쉬이 변하지 않는 안타까운 현실은 시간이 지난 뒤 그 글을 읽고 있는 현재에도 참 뼈 아픈 말이었다.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꼽자면 8일 동안 홀로 제주 여행을 하고 난 뒤 남긴 글에는 "살아있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라고 쓰여 있던 글귀에 닿았을 때였다. 마음 깊은 곳이 따쓰해지는 느낌이 들었고 입가에 미소가 흘렀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시간이 나면 제주에 간다. 그때의 기록을 보며 스스로가 더 소중하게 느껴졌고, 더 열심히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과거에서 많은 것들을 배운다. 나도 세상도 변해가는 것을 고스란히 보고 느끼고 끊임없이 기록하고 또 배운다. 그래서 지나간 기록들은 내가 살아갈 미래 기록의 일부가 된다. 기록은 가르쳐준다. 기록은 위대하다. 그 위대함에 소소하게 한 자 보태고픈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