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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영 Aug 08. 2017

"뭐 해?"라는 말이 싫은 요즘.

당신의 물음이 싫은 이유. 당신이 아는 '나'와 진짜 '나'는 다르기에.

동트는 새벽, 관계에 대해 생각하다.


어쩌다 누군가 나에게 관심을 기울여 주었으면 하는 그런 생각이 들 만큼 외로울 때가 있다. 무척이나 심심하고 따분한 일상을 보내고 있을 때 누군가 "뭐 해?"라고 물어오는 말 보다 더 반가운 말이 또 있을까.  그런데 나는 요즘 당신의 그 "뭐 해?"라는 말이 무척이나 싫다. 그 말이 싫은 건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당신에게 알려주기 싫어서'일까. 아니면 '당신이 싫은 걸까'에 대해 잠시 생각해 본다. 분명 그 "뭐 해?"라는 말은 누가 하느냐에 따라 온도차가 크다. 답하는 나의 말투나 표정 또한 그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설령 너무 외롭다 해도 당신의 물음은 이제 더 이상 반갑지 않을 것 같다.




다른 사람을 존중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스스로에게 했던 말들은 위선이었을까? 울려대는 카톡이 반갑지 않은 건 내 문제일까 당신 문제일까. 관계에서 오는 피로감에 무척이나 시달리는 것 같은 요즘이다. 분명 머릿속에는 시시콜콜한 일상을 모두 나누고 싶은 사람과 어떤 관계망 안에서 벗어난 것들을 공유하고 싶지 않은 사람의 구분이 명확하게 자리한다. 그 경계를 허무는 사람에 대한 거부감은 그 관계를 소중하게 여기기 어렵게 만든다.



세상에 어떤 사람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더 큰 착각이 있을까? 내가 아는 '당신'이 과연 '당신'일까? 당신이 아는 '나'는 정말 '나'일까? 누군가에 대해 잘 안다고 여기고 스스로의 판단으로 그 사람에 대해 결론 내리는 어리석음을 반복하는 사람들이 많다. 정작 본인에게는 묻지도 않고 자기 멋대로 그럴 것이라 상상의 나래를 펴는 게 일상인 사람도 있다. 도무지 공감할 수 없는 사고. 누군가가 나에 대해 잘 아는 것 마냥 떠드는 것을 들으면 가끔 코웃음이 날 때가 있다. 그대가 보지 못한 '나'는 그대의 상상보다 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아주 복잡하고 독특한 인간이기 때문이다. 당신의 틀 안에 끼워 맞춘 '당신이 알고 있는 나'는 분명 '나'일리 없다.


조금 가까워졌다고 상대에 대해 마음대로 상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상상은 자유!'라고 했던가. 설령 상상을 했다 해도 그것은 상상 이상이 아니어야 한다. 그런 어깃장을 상대에게 내밀지 않는 것, 그것이 나는 인간 사이의 '예의'라고 생각한다. 나는 당신을 모른다. 당신에 대해 알고 싶고 당신의 생각이 궁금하다면 당신에게 직접 물어볼 참이다. 내 멋대로 '가상의 당신'을 만들어낼 일은 없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 상상을 더 잘한다'는 개인적인 편견을 가지고 있다. 그냥 단순히 경험에 의한 통계라고 해둔다. 당신의 자존감이 자라기를 소망한다.




당신과 서로를 존중할 수 있는 관계를 유지하고 싶었다. 상대에 대해 잘 아는 척 그만 해주었으면 좋겠다. 나는 당신 앞에서 가면을 쓰고 싶은 생각도 없지만 당신에게 나를 다 보여 줄 생각도 없다. 아무래도 나는 당신과 당신의 그 "뭐 해?"라는 말이 귀찮지 않은 그런 분위기, 딱 그만큼의 관계만 유지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이 뜨거운 여름도, 우리의 관계도 곧 끝이 날 것 같은 예감이 다. 새로운 계절이 돌아오면 "뭐 해?"라는 말을 적어도 당신에게는 듣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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