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저는 섹시해질 수 없나요?

- 여자의 섹시해 보이고 싶은  욕구

수요일 아침 지하철 2호선 외선순환 열차, 어쩐 일로 앉아서 간다. 오예! 내 바로 옆은 중년의 여성분이 앉아있다. 그녀는 접은 부분이 찢어지기 일보직전의 수도권 전철 노선도를 펼쳐 바라보고 있었다. 속으로 나는 요즘도 이렇게 종이로 된 걸 보는 사람이 있구나 생각했다. 핸드폰 속 애플리케이션에 몇 번 손가락을 가져다 대면 세상 친절하게 최소 환승 루트, 몇 번 승강장에서 타야 갈아탈 때 적게 걸을 수 있는지까지 알려준다. 참 편한 세상이다. 대학생 때 조모임 시간에 맞춰 네이트온 접속하려고 집에 일찍 들어가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제는 핸드폰으로 다 연결되어있어 핑계도 댈 수가 없다.



시간이 흐르고 달라진 것 중에 하나가 ‘섹시하다’는 말의 어감 아닐까. 섹시하다는 말이 긍정적으로 통용된 것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이제는 섹시하다는 말이 이성에게 듣는 최고의 칭찬처럼 들린다.


컨설팅을 진행하다 보면 고객마다 자신이 추구하는 이미지가 있다. 어떤 분은 깨끗한 느낌, 사랑스러운 느낌, 성숙한 섹시한 느낌 등 화장이나 옷차림부터 성향과 가치관이 배어있다. 최근 컬러단을 통해 이미지 컨설팅을 진행한 어떤 고객분들과의 대화 속에 생각할 거리가 생겼다.



저는 섹시해질 수 없는 건가요?
 


컬러진단 후 화장품 컨설팅을 할 때 어떤 고객분께서 말씀하셨다. “저는 섹시해질 수 없는 건가요?” 순간 머리가 띵 했다. 여태껏 여자가 섹시하다는 게 어떤 얼굴일까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스트레이트 하게 섹시하다는 화장을 구글에 찾아봤다. 대체로 진한 아이라인에 서양 여성들 특유의 깊게 파고든 셰이딩, 새빨간 입술. 우리나라 화장 트렌드도 많이 바뀌어서 이전에는  아주머니들이나 입술 색을 주기 위해 바른다고 여긴 새빨갛거나 다홍빛의 채도 높은 립을 선호하는 10,20대 여성들이 많다. 


남자 사람 지인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물었다. ‘여자가 메이크업으로 섹시한 느낌이 들 때는 어떤 모습이야? 새빨간 입술? 분위기나 몸매 이런 거 말고.’ 10명 중 8명은 메이크업으로 섹시해질 수 없다는 아주 단호한 답변. 그래 알았다. 알았어. 그 밖의 답변은 피부 화장은 안 한 것 같이 연하게 볼은 발그레한 핑크빛, 눈 화장도 거의 안 한 것 같은 느낌이 화장이 섹시한 느낌이 난다는 반응.


한편 20대 후반부터 30대 중반의 여자 사람 지인들에게 물었을 때 반응은 새빨간 립에 올라간 짙은 아이라인과 올라간 눈꼬리, 흔히 말하는 싼 화장이었다. 한 때 핫했던 나인뮤지스의 경리나 현아 같은 화장이 섹시해 보인다는 반응.




계절이 바뀌고 집에 분명 옷도 화장품도 있을 텐 데데 우리는 쇼핑을 한다. 가을 색이라고 홍보하는 것들을 올해가 생에 처음 맞는 가을이 아닐 텐데 구입한다. 


남녀가 추구하는 얼굴에서 나오는 섹시한 느낌도 다르지만 추구하는 목적도 다른듯하다. 일반적으로 여자가 자기 얼굴에 딥한 화장을 하고 섹시한 느낌을 주고 싶은 건 남성을 유혹하려는 목적보다는 ‘내가 이만큼 성숙하다.’ ‘이렇게 화장한 얼굴도 있다.’ 하고 자기 자신을 확인하고 싶은 것과 다른 여성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이유가 크다. 여성들이 아무리 다양한 색을 섞어서 눈두덩이에 올리고 립스틱을 다른 걸 발라도 진하고 연하 고의 차이만 알지 보통의 남성들은 그 차이를 크게 느끼지 못한다. 일종의 자기만족인 셈이다.


좌: 바비브라운 립스틱 '번트레드 / 우: 맥 립스틱 '칠리'


내가 느끼기에 메이크업으로 여자가 섹시한 분위기는 내는 데 중요한 건 눈이다. 화장으로 보완할 수 있다. 직업 때문인지 사람을 빤히 보는 버릇이 있는데 어쩜 사람 얼굴에 눈 두 개 코 하나 입 하나가 달렸는데 이렇게 다 다를 수 있을까 싶다. 그만큼 사람마다 섹시한 느낌을 내는 방법도 다르다는 거다. 모두가 채도 높은 쨍한 레드립을 바르고 눈을 새까맣게 칠한다고 섹시한 느낌이 나진 않는다. 얼굴 톤은 브라이트한 색이 잘 받는 톤일 수 있어도 입술 모양에 따라서 그런 립이 안 어울리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를 만나는 사람이 평소와는 다른 옷과 화장을 한 것 같다면 얼른 알아차리고 한 마디씩 해주자. “와 평소보다 더 예뻐.” “와 평소보다 더 멋있네.” 인정받고 싶은 욕구는 끝이 없고 설령 그 욕구가 크지 않더라도 나의 달라진 점을 인정받으면 기분 좋지 않은 사람은 없으니까.


좋아하는 가게에서 친구와 보낸 가을 날

Litte things make a huge difference



ⓒ 2016. 이미지 컨설턴트 천예슬 all rights reserved

작가의 이전글 "틈나면 너도 나 좀 생각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