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이와 유는 종종 투닥거렸다.
얼핏 보면 크게 싸우는 것 같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사실 아무것도 아니었다.
"야! 너 나한테 욕했어!!"
"내가 언제!"
"'어쩌라고!'라고 했잖아! 그게 욕이지!!!"
"그게 무슨 욕이야!"
'욕이네 아니네'로 실랑이하다가 "엄마"하고 일르러 뛰어온다.
물론 억울하고 화가 났다는 걸 온몸으로 표현하면서 말이다.
'휴. 그게 뭐라고.' 속으로 아직은 귀엽네 싶어서 피식 웃다가, 갑자기 또 재판장이 되어 줘야 되는 분위기는 몹시 불편했다.
자기가 제일 억울하다는 표정을 짓는 녀석들을 번갈아 보면서,
"둘이 똑같으니까 싸움이 난 거야. 상대방이 싫어하는 말인걸 알면서 하는 것도 잘못이고, 대수롭지 않게 넘기지 못하고 발끈 화내는 사람도 똑같아"라고 했다.
내가 지금 아홉 살짜리 둘을 앞에 두고 무슨 훈계를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고,
억울해죽겠다는 표정을 짓는 둘에게 마치 솔로몬인 것처럼 말하는 스스로가 우스웠다.
에잇 모르겠다.
"엄마는 다른 건 다 모르겠다. 산타할아버지가 다 보고 있고, 너희 잘못은 스스로 알겠지"
그리고 엄마는 너희가 싸우는 모습을 보고 재판장이나 솔로몬이 되는 것 대신 산타할아버지 찬스를 써야 했다.
"어어? 산타할아버지가 다 보고 있는데 너희 싸우는 거야?"라고 말이다.
온이는 여전히. 당연히. 산타가 있는 줄 알고 있어서,
"지금 본 거는 잘못 본 거예요. 싸운 거 아니거든요"라고 허공에 대고 말했고,
기가민가 하는 유는 '산타할아버지가 보고 있다'는 말이 나오면 나와 눈이 마주쳤다.
저 녀석은 알고 있는 게 분명했다.
그런데도 녀석은 산타할아버지께 편지를 썼다.
유는 산타가 없다는 걸 확신하면서도 확신하는 온이를 보고 헷갈려했다.
"산타할아버지가 진짜 있다고 생각해?"
"당연하지. 옛날에 산타할아버지 왔을 때 엄마가 사진 몰래 찍어 놓은 거 내가 봤어. 내 두 눈으로 직접 봤거든 그래서 나는 믿어."
유는 온이의 대답을 듣고 아무 말이 없었고, 엄마는 둘의 대화를 조용히 듣고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던 네 살짜리에게 보여준 사진 한 장이 아홉 살이 된 지금에도 각인되어 산타를 철석같이 믿는 게 귀여웠다.
아마도 올해까지는 산타할아버지가 다녀가실 것 같다.
산타할아버지께
산타할아버지 매년 선물을 주셔서 진심으로 정말 감사드려요.
산타할아버지 세상에 투명망토가 있나요?
있다면 투명망토와 교보문고에서 봤던 목재 고무줄 총 두 개, 기관총 하나 주시면 감사하시겠고, 감사합니다. 그리고 스누피 시리즈 미니어처에 스누피 차고 주세요.
추신 : 그리고 많이 싸웠다면 크리스마스까지 지켜봐 주세요. 잘할게요.
온 올림
산타할아버지,
매년 선물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올해 저는 이케아 옆에 있는 레고매장에서 본 옵티머스프라임 레고와 투명망토가 갖고 싶어요.
감사합니다.
유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