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자잘한기쁨 Jan 25. 2024

산타할아버지가 있다는 게 증명됐군!

아이들이 잠들면 트리에 매달린 편지를 몰래 훔쳐보고, 사진으로 찍어 놓는다.

엄마는 아무것도 모르고, 편지는 건들지도 않는다는 듯 트리를 무심히 지나친다.

고요하고 적막한 밤. 

편지를 읽어본 엄마와 아빠는 머리를 맞대고 앉아 장난감을 공수하기 위해 인터넷 검색에 들어갔다.

"산타는 올해 마지막으로 해야 할까 봐.

산타할아버지 노릇도 해야 하고, 분명 아빠도 사줘야 한다고 할 텐데. 돈이 이중으로 들어"

나는 그 말을 듣고, 피식 웃음이 났다.

"애들 동심 지켜주기 힘들다 그렇지?"


그리고, 며칠 후 온이 선물을 인터넷으로 주문했는데 현관문 앞에 있는 택배를 유가 먼저 발견했다.

'아뿔싸' 이건 계획에 없던 거였는데.. 행여나 온이에게 말했으면 어쩌나 하는데, 유가 말했다.

"엄마 저거. 뭐야. 저거 엄마가 산 거야?"

택배 박스에는 어떤 물건이 들어있는지, 모르는 사람이 봐도 알법한 과잉친절이 묻어 있었다. 

"아니야. 아무것도 아니야."

그놈에 '아무것도 아니야'라는 말을 먹히지도 않을 아이에게 남발하면서, 뭐라고 대꾸해야 할지 몰라서 얼른 자리만 피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유는 평소처럼 온이에게 깨방정을 떨면서 말하지도 않았고, 모든 말에 주어를 빠트리고 말하고 있었다.

어쩐지 온이를 생각해서 조심스럽게 말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유는 집 어딘가에 자신의 선물도 있다고 확신하는 듯 수시로 탐색했고, 별안간 크리스마스 선물을 두고 보물 찾기를 하게 되었다.

레고가 갖고 싶어서 수개월을 참던 아이가, 집 어딘가에 그토록 원하던 게 있다는 사실을 알았고 그것을 찾기 위해서 온 집안을 구석구석 살피면서도 온이 앞에서는 침묵을 지키는 모습이 신기했다.

'정말 많이 컸구나.'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흘러갔지만, 참으로 기특하게 유는 온이에게 산타가 아빠라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그리고 대망의 크리스마스날.

온이는 산타할아버지가 남긴 편지와 선물을 보고 역시나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

"이거야 바로! 내가 갖고 싶었던 게 이거였거든! 역시 산타할아버지는 있어"


온이 말을 듣던 유는 되물었다. "산타할아버지가 있다고?"


"응. 이것 봐! 산타할아버지가 아니고서야 너한테 이렇게 비싼 레고를 줄리가 없지. 안 그래?"


유는 분명 산타할아버지가 아빠라고 확신하는 눈치였는데, 온이 말을 듣고는 그 말도 맞는 거 같은지 엄마 아빠를 바라보더니 "음. 그런 거 같기도 하네"라고 했다.


온이는 신이 나서 선물 받은 물건을 손에 꼭 쥐고는 "역시 산타할아버지가 있다는 게 증명됐어!"라며 방실방실 웃었다.

올해도 완벽하게 산타가 있다고 믿은 온이지만, 

어쩐지 비싼 건 안 사주는 부모가 된 것 같아 씁쓸하면서도

끝까지 진실을 말하지 않고 온이의 동심을 지켜준 유가 참 고맙다.

매거진의 이전글 '산타할아버지가 다 보고 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