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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잘한기쁨 Jan 31. 2024

아기 웃음 소리에 눈물터진 F 엄마

아이들이 학원으로 이동할 때마다 습관적으로 라디오를 듣는다.

동화를 들려달라던 녀석들도 이제는 라디오의 재미를 알게 돼서 사연을 보내봐라, 전화연결을 해봐라 난리법석일 때가 있다.

그런데 막상 "네가 해봐"라고 하면 입을 꾹 다물곤 한다.

멍석을 깔아주면 못하는 게 어쩜 지들 엄마 아빠를 닮았는지..

아무튼 라디오를 자주 듣다 보니, 아이들이랑 들어도 좋은 프로가 몇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4시엔 윤도현입니다.'이다. 

디제이의 단어 선택이 담백하고, 줄임말이나 유행어를 남발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오프닝의 정보가 가득하고 정성스러운데, 마찬가지로 '자연의 소리를 찾아서도' 단편 다큐를 귀로 듣는 것 같아서 애들이 매번 기다리는 코너이다.


오늘도 학원을 마치고 이동하는데, 다섯 시 언저리가 되자 유는 얼른 라디오를 켜라고 성화였다.

"엄마 빨리 윤도현아저씨 라디오!  오프닝 못 들었는데 새소리는 들어야 돼 빨리요"

엄마는 주차요금을 정산해야 해서 창문으로 고개를 내밀었다가 다시 고개를 집어넣고 얼른 라디오부터 켰다.

그런데 오늘은 자연의 소리가 아닌 엄마와 까꿍놀이를 하는 8개월 된 아기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정말 아기일 때만 들을 수 있는 '까르르'하고 웃는 소리는 맑고, 또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나도 슬쩍 웃음이 흘렀다.

가만히 듣고 있던 온이와 유도 '아~너무 귀엽다'는 말은 연신 내뱉으며 "엄마 우리도 저렇게 웃을 때가 있었어?" 하는데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다.

그렇게 우리 아이들 어렸을 때가 어땠는지 생각해 보려는데 잘 기억이 안 났다. 너무 오랜 일인 것처럼 아득하게 느껴지기도 했고, 그립기도 했다.


아기 엄마가 '그저 건강하게만 자랐으면 좋겠다'는 말이 얼마나 가슴을 때려 박는지, 나도 분명 건강하게만 자라주길 바라던 때가 있었고, 여전히 그렇다.

그런데 건강도 해야 하고, 공부도 해야 하고 이렇게 학원 간 이동 하면서 라디오를 듣다 보니 뭔가 짠한 마음이 들고 서글펐다.

백밀러로 아이들을 보는데 슬며시 올라갔던 입꼬리는 바람 빠진 풍선처럼 아래로 떨어지더니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주책맞게 울음이 터지다니..

몰래 눈물을 닦는데 온이가 "엄마 울어?" 하면서 큰 눈을 끔뻑거리며 쳐다봤다.

"아기 웃음소리를 듣는데 너희 아기 때가 생각나서 갑자기 눈물이 나네"라고 하자, 

유가 "왜 그때가 그리워서?"라고 되물었다.

"아니 그때가 그리운 거보다, 지금 너희한테 무섭게 화내고 있는 게 갑자기 미안하고 슬퍼서"라고 에둘러 말했지만 사실이기도 했다.

유는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괜찮아. 누구나 다 실수하고 후회하고 그래"라고 위로하듯 말했다.

알고 하는 말인지, 모르고 흉내 내보는 말인지 모르겠지만 엄마는 말의 의미를 알아내려고 하지 않을 거다.

어느새 커서 공감해 주는 모습이 고맙고 기특했으니까.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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