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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잘한기쁨 Feb 05. 2024

먹깨비 내 아들

'띠링' 하이톡(학교메신저)에서 알림이 울렸다.

'알림장에 쓴 짝꿍소개하는 글을 가족들 앞에서 발표하기' 

독서기록장과 받아쓰기 말고는 크게 숙제가 없는데 오랜만에 숙제였다.

학교 생활이 어떤지, 친구랑 어떻게 노는지 학교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굳이 말하지 않는 아들에게서 학교 생활을 자연스럽게 들을 수 있는 고맙고 감사한 숙제였다.


하교 후 가방을 벗어 놓는 걸 보고 얼른 가방을 열어 짝꿍 소개를 읽어보았다.

'내 짝꿍 가윤이는 평소에는 조용하지만 다정한 친구이다'라고 써놓았다.

일주일마다 바뀌는 짝꿍이 이번주는 누구인지도 알게 되었고, 그 친구가 어떤 친구인지도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조용하고 다정한 친구 가윤이는 유를 어떤 친구라고 했을지 몹시 궁금했다.


"오늘 숙제 있는 거 같던데?"


"응 맞아. 짝꿍 소개하기거든. 지금 해야겠다. 나 숙제할 건데 들어주세요"


"응"


"내 짝꿍 가윤이는 평소에는 조용하지만 다정한 친구이다. 끝."

엄마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오늘 처음 듣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이고 눈을 마주치며 씽긋 웃었다.


"그럼 가윤이는 너를 어떤 친구라고 표현했어?"

사실 이게 제일 궁금해서 엄마는 능청스럽게 웃었던 거였다.


"어 나는 키 크고 안경 쓰고, 급식 잘 먹는 아이라고 했던 거 같아"

"유는 급식을 잘 먹는 친구구나?"

"응 나 학교에서 밥 두 번 먹을 때도 많아. 왜냐하면 맛있거든 큭큭"

유가 학교 가는 게 좋은 이유 중에 하나가 급식 때문이다. 

그래서 일주일치 식단정도는 가뿐하게 외우고, 내일 급식메뉴 때문에 내일을 기다리는데 그걸 단박에 알아보다니 그 친구가 눈썰미가 좋거나, 우리 유가 먹보이거나 아니면 둘 다겠지.?

어쨌거나 안 먹어서 깨작되는 것 보다 싹싹 비우며 먹는 게 엄마 눈에는 더 예쁘니까 학교 생활은 잘하고 있는 걸로. 아니 학교에서 밥은 잘 먹는 걸로 생각하자.

그게 뭐든 무난하게 학교를 잘 다니는 것만으로도 다행스럽고 고마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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