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을 고민한 듯 말했다.
"엄마 이제부터 존댓말 쓸게요"
'마흔이 넘은 엄마도 존댓말을 못하고 있는데.. 존댓말을 쓴다고. 갑자기..?'
평소 존댓말과 반말을 섞어 쓰던 너희 말이 거슬린 적도 미운적도 없었다.
왜냐하면 엄마도 여전히 외할머니를 엄마라 부르고, 격식 없는 반말을 하고 있기 때문에 너희가 반말을 하는 걸 고쳐야 한다거나 바꿔야 된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어렸을 때 내 동생이 그러니까 지금의 너희 이모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갑자기 존댓말을 쓰겠다고 했다. 오늘의 너희처럼.
그러자 외할머니는 '어머니'라고 하는 동생에게 거리감 느껴지니까 다시는 존댓말 하지 말라고 하셨다.
그때 엄마의 서운한 표정과 ‘어머니’라는 딱딱함에서 오는 거리감이 싫다던 엄마의 표정이 떠올랐다.
그래서 너희한테 존댓말을 기대한 적도 없고, 새삼스레 존댓말을 써야겠다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갑자기 격식 있는 존댓말을 들으려니 준비가 안된 것 같은데 생각과 다르게 말이 먼저 마중이 나왔다.
"기특하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게 됐어?"
"응 우리 반 친구가 엄마한테 존댓말 하는 걸 봤는데 좋아 보여서. 나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이래서 주변 친구가 중요하다는 건가'
그 약속과 다짐이 얼마나 오래갈지 모르겠지만, 기대하지 못한 생각을 너희가 했다는 게 기특하고 고마웠다.
그리고 그 말을 한 지 3개월쯤 지났다.
너희의 완전한 존댓말이 처음에는 어색하기만 하더니 지금은 내가 어른으로 존중받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자식이 하는 존댓말은 모르는 타인에게서 듣는 존댓말과는 완전히 다른 기분이고, 존댓말을 말하는 너희의 입이 예뻐서 말하는 내내 입을 보게 된다.
고맙다.
너희를 위해 노력한다고 생각했는데, 너희도 엄마 아빠에게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게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