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학을 다녀온 뒤 한국에서 건축 회사를 다니던 친구가 내게 한 이야기였다. 한국엔 이미 유학파들이 넘쳐나 웬만큼 경력이 없으면 명함도 못 내미는 상황이라고 했다. 당시 난 유학생이었고, 내 계획은 3학년 졸업반 편입으로 1년, 대학원 1년. 그리고 해외에서 취업한다 치더라도 3년만 채우고 5년 후에 한국으로 돌아갈 예정이었는데10년이라니.
내 계획이 완전히 틀어진 거다. 당시 유학 생활은 너무 힘들었다. 부모님도 보고 싶고, 친구들도 그립고, 타지에 나와 마음 한구석에 새까만 멍이 든 것처럼 답답했으며 사랑하는 사람들을 한국에 두고 내가 지금 여기서 뭐 하나 싶었다. 그렇게 하루하루 버티며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을 졸업하고, 싱가포르에서 첫 직장 생활을 하고, 이직을 하고, 네덜란드로 이동해 정착하기 까지. 지금 이 글을 쓰는 이 순간 어느덧 10년이라는 짧고도 긴 세월이 지났다.
지난 10년 동안 내게 어떤 일이 있었고, 어떤 사람들을 만나고, 어떤 추억을 남겼는지. 그 세월 동안 난 어떻게 달라졌는지. 내 기억들을 하나하나 되새겨 본다. 유학, 해외 취업, 이직, 이민 등 해외 생활을 동경하며 외국에서의 정착을 고민하고 있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며, 나의 영국 유학 이야기를 먼저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