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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수 Dec 18. 2022

81살 청소노동자

인천시의회 운영위원장인 한민수 의원은 11월 21일 교육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인천시교육청 관계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학교 시설물 청소원 중 1940년생이 있다." "81살이면 돌아가실 나이다. 죽으면 큰일이 나지 않느냐. 만일 돌아가시면 누가 책임지는 것이냐." 이 발언이 노인혐오라는 비판을 받자, 그는 노인비하 의도가 아니었다며 사과했다. 그는 정말 노인비하의 의도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대신, 우리나라의 노동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냈음은 분명해 보인다. "고령노동자 관련 질의는 일선 학교장의 어려움에 대한 민원 해소와 80대 이상 고령노동자가 학교를 청소하는 힘든 일을 하는 것이 맞지 않다는 취지" 차원이었다는 해명이 그 실마리다.


거칠어 보이는 그의 발언 속에는 사실 이런 의미가 함축돼 있다. "기대수명이 평균 83.6살(2021년 기준)인 사회에서 81살 청소노동자가 갑자기 사망하면,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라 학교장이 이 문제를 책임져야 할 수도 있다. 그러한 상황이 생기지 않도록 당장 이 노동자를 해고시켜라."


그의 발언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초기, 육체일을 기반으로 하는 일터에서 노동자 채용 때 벌어졌던 상황을 연상시킨다. 이를테면, 건강진단서부터 떼 오라고 한 것이 그렇다. 이러한 요구는 고령자에게 유독 집중됐는데, 관리가 가능한 고혈압이나 당뇨 등의 질환자를 사전에 걸러내기 위해서였다. 일터를 안전하게 만들려는 법의 취지와는 다르게, 노동자 개인의 질병사가 혹여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의 책임으로 이어질 가능성부터 떠올린 것이다.


문제는 인천시 공립 초·중·고의 시설물 청소노동자들이 '교육감 직속 근로자' 신분이라는 점이다. 이 업무가 2018년에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될 당시, 현재 80대 노동자들은 청소원의 무기계약직 정년(만 65살)을 한참 넘긴 상태였다. 결과적으로 이들의 정년은 일부 유예됐는데, 지난 8월 이 정년이 끝났다. 이 8명 중 6명은 "공무원 채용 신체 기준과 학교 평가"를 받고 근로계약이 1년 더 갱신됐다. 한민수 인천시의원의 "고령노동자 관련 질의"는 이 재계약을 문제 삼은 것이다. 그는 80대 노동자의 계약만료에 따른 인사 '권한'은 없고, 80대 노동자에게 발생할 문제를 책임질 '의무'만 있는 학교장의 입장을 대변한 셈이다. 사실 80대 노동자들이 4년여 전처럼 '용역'노동자 신분이었다면, 애초에 나오지 않았을 질의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의 말처럼 "노동에 대한 위험"이 있어 보이는 80살 이상 고령자들은 왜 일을 하려 할까? 가장 먼저 떠올릴 만한 이유는 경제적 현실일 것이다. '2022 고령자 통계'를 보면, 현재 우리나라 66살 이상 은퇴연령층의 상대적 빈곤율은 40.4%다. 그래서일까. 취업의사가 있는 65~79살 고령층(54.7%)의 53.3%는 취업의 이유로 '생활비 보탬'을 들었다. 한편, 취업의사가 있는 고령층의 34.7%는 '일하는 즐거움'을 이야기한다. 이외에도 무료한 삶을 달래기 위해(5.2%), 또는 건강을 지키기 위해(3.0%) 고령자들은 일하기를 원했다. 그렇다. 고령자들이 꼭 경제적 이유만으로 일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80살 이상 고령자들은 어떻게 고용될 수 있을까? 청소업무를 도급받는 용역업체들은 만 60살 이상 고령자를 선호하는 편이다. 왜냐하면 정부가 그들을 고용한 업체에 고령자고용지원금을 지급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고령자가 만 65살 이상이면 4대 보험 중 2개의 보험료(국민연금, 고용보험) 납부가 면제된다. 더군다나 노동자 근로시간이 주 15시간 미만일 때 사용자는 산재보험료만 내면 되고, 주휴수당 지급 의무도 사라진다. 비용을 최대한 아끼려는 청소용역업체 중에는 이런 조건들을 근로계약서에 다 넣고 노동자와 계약하는 경우가 있다. 사실 청소일이 고연령층의 일이라 해도, 15시간 미만의 일터는 '상대적으로 어린 고령자들'이 꺼리는 근로환경에 속한다. 취업의사가 있지만, 정작 일자리를 쉽게 구하기 힘든 70대 후반이나 80살 이상의 고령자가 청소일을 할 수 있는 이유다.


청소일을 할 수 있는 나이가 언제까지라고 딱 못 박을 수 없다. '1940년'이란 숫자로 상상할 수 있는 것이 고작 '죽음에 가까운 육체'뿐이라면, 그 몸의 주인이 처한 삶과 노동환경, 일할 수 있는지 여부 등은 쉽게 지워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생각이 만연한 사회에서 '81살 청소노동자'는 절대 존재할 수 없다.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고용차별을 금지하"는 '고령자고용법'은 왜 제정됐을까? 한민수 인천시의원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는 반증은 아닐까? 그는 단지 과격하게 말했을 뿐이다.





* 이 글은 2022년 12월 15일, 『한겨레』에 실렸던 「'고령자 고용법' 왜 제정됐을까?」를 일부 수정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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