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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니 Jan 14. 2022

 [영화 리뷰] 덩케르크 (2017)

다시 볼 가치가 있는 영화


요새 넷플릭스 추천 영화에 자꾸 덩케르크가 떠서, 5년만에 다시 보고, 22살에 썼던 영화 리뷰를 가져왔다. 그때 나는 어떤 생각을 했나, 싶어서.





제  잡지가 비도덕적이라구요? 그러면 전쟁은 어떻습니까? 원자폭탄은 어떻습니까?



합법적 살인과 포르노 중에서 어느 것이 더 비도덕적 입니까?





 그냥 계속 눈에서 물이 흐른다는 느낌으로 영화를 보고 나왔다.


덩케르크에는 어떤 감정을 쥐어짜기 위한 장치가 없다. 그냥 제3자로서 전쟁을 관조하는 기분이다.


그 기분이 참 비참해서 살면서 처음으로 영화를 보는 내내 울었다.


전쟁이라는 소재는 정말 자극적이다. 평상시에도 지속되어왔던 문제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1. 사람이 사람을 합법적으로 죽인다. 살인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 것인가.



예를 들어 미사일로 10명의 사람을 죽였다면, 살인의 책임은 저격수에게, 저격수를 명령한 장군에게, 장군을 지휘한 독재자에게,


독재자에게 마땅한 권력을 부여한 시민 모두에게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 우리는 언제나 누군가에게 책임을 묻고 싶어하지만 정작 그 책임은 모두에게 있을 때가 많다.




2. 누구를 위한 전쟁인가.



 항상 누군가의 편의를 위해 희생되는건 그와 관련없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치가 떨리는 부조리




3.  제  잡지가 비도덕적이라구요? 그러면 전쟁은 어떻습니까? 원자폭탄은 어떻습니까? 합법적 살인과 포르노 중에서 어느 것이 더 비도덕적 입니까?



 우리가 해결해야할 가장 큰 문제다. 전쟁에서 동물만도 못하게 희생되는 개개인의 인권이 보호된 후에 여성, 노인, 장애인, 외국인, 성 소수자 등등 사회적 약자들의 인권들이 보호되어야 한다. 지금도 시리아에서는, 여러 내전 국가에서는, 사람이 합법적으로 죽어나가는데 내가 할 수 있는건 하나도 없다. 이 무기력함이, 그래서 지속되었던 무관심이 영화를 보는 내내 슬픈 기분을 떨치지 못하게 만들었다. 영화를 보기 전에 극장에 들어가면서 동성혼 합법이나 여성이 겨드랑이 털을 밀지 않을 권리? 에 대한 기사를 얼핏 보고 왔는데 같은 성이 서로를 사랑하는 것을 막는 것은 그렇게 큰 문제가 아니다. 막상 진지하게 관심을 가져야 할 대상은 따로 있다. 남이 아니다. 그들을 남으로 여긴다면 전쟁중에 자행되었던 집단 이기주의와 무엇이 다른가.  




4. 집단이기주의



 덩케르크에서 어선에서의 군인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처음엔 같은 연합군으로 뭉쳐서 어선에 탔다가 한명이 내려야 하는 상황이 오니까 군인 중 한명을 독일군으로 지목하면서 내리라고 명령한다. 그 독일군이라고 오해받았던 군인이 프랑스군임이 밝혀졌음에도 내리라는 요구는 마찬가지이다. 그 다음에 내릴 사람은 같은 영국군이지만 중대가 다른 군인, 그 다음엔?




이데올로기가 같은 사람들, 같은 국민, 같은 지역, 학연, 혈연. 끊임없는 편가르기. 다시 한번 속이 미식거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인들을 돕겠다고 찾아 온 민간인이나 남아서 프랑스군을 돕겠다는 장군이 있어서 세상은 살 만한게 아닐까. 나 역시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사소한 이익보다는 대의를 볼 줄 아는 사람.








여기까지. 다시 읽어봤는데 22살 권소은 생각보다 성숙하고 멋진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때로는 과거에 썼던 글, 과거의 나에게 교훈을 얻을 때가 참 많다. 그런데 자아가 커서 그런지 이번에는 약간 비판적인 생각도 들었다.




“우리는 항복하거나 패배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우리는 프랑스에서 싸울 것입니다. 우리는 바다와 대양에서 싸울 것입니다. 우리는 자신감과 힘을 길러 하늘에서 싸울 것입니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우리의 땅을 지켜 낼 것입니다. 우리는 해변에서 싸울 것입니다. 우리는 상륙지점에서 싸울 것입니다. 우리는 들판과 거리에서 싸울 것입니다. 우리는 언덕에서 싸울 것입니다. 우리는 절대로 항복하지 않을 것입니다.” 윈스턴 처칠의 유명한 명언이다. 덩케르크에서 나레이션으로 이 명언이 흘러나오면서 감동적으로 끝나는데, 아 내가 지금 이장면에서 감동받아 울어야되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에 내가 200년 동안 영국의 식민 통치를 받았던 인도인이고, 인도를 식민지배했던 나라의 총리가 전쟁에서 이기기위해 저런 말을 하고 다녔다고 생각하면 약간 역겹지 않나. 영화는 정말 좋았지만 역사상 처칠이 했던 발언 중 불편했던 말이 몇 가지 있었어서, 괜히 예민하게 받아들였던 것 같기도 했다.




그냥 봐도 좋지만 역사를 알고 보면 더 좋은 영화,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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