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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마는 외계인 Oct 10. 2020

미리 준비하고 대비하고 시작하는 통합교육

"자폐증은 <파괴적인 질환>으로 간주된다. 행동뿐 아니라 감각 경험, 운동 기능, 균형 감각, 공간 지각, 내면 의식 등 거의 모든 면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부모와 다른 아이들 1, 앤드류 솔로몬.


아침에 산뜻하게 무료 온라인 강좌를 들었다. 비대면 온라인 세상이 활성화 되면서 내가 누리는 호사들이다. 몇 주전에는 한국의 특수교사들과 일반 통합 학급 교사들이 연 북토크에도 참여했고, 미국에서 열리는 템플 그랜딘 박사(자폐성 장애 당사자로서 활동가이며 옹호가이면 교육자임)의 강연도 신청했다. 코로나 시대가 내게 선물한 그야말로 국경없는 배움의 시대가 도래했다.


<Transition to Secondary School Webinar for Parents & Carers> ( 중등학교 진학을 위한 학부모와 돌봄 제공자들을 위한 온라인 세미나)


빅토리아주에 있는 기관에서 개최한 자폐성 장애를 지닌 자녀를 키우는 부모나 돌봄자 그리고 교사들을 위한 강좌였다. (호주의 일반교사들은 장애 분야의 연수를 계속해서 업데이트 해야 하므로 이런 세미나를 듣고 이수증을 학교에 제출해야 한다.) 발달 장애 분야 중 가장 난해하고 도전적인 자폐성 장애가 있는 아동이 중학교에 입학할 때 필요한 정보와 적합한 학교찾기, 학교와 소통하는 방법, 교사나 스태프들이 해당 장애에 관해 얼마나 자주 연수를 듣고 최신 정보를 업데이트 하는지 확인하기, 학교를 선택할 때 고려해야 할 점 등에 대한 전반적인 안내과정이었다.


호주의 교육과정이나 시스템들을 이해하면, 호주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과 그 속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사실이 감사하다.  오해는 하지 않길 바란다. 호주의 모든 제도가 완벽하고, 호주의 학교와 교사가 모두 완벽하다는 뜻이 아니다. 솔직히 세상에 그런 나라는 없다. 우리 인간은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조금 더 나은 사회를 위해 항상 고민하면서 조금씩 진보해 왔을 뿐이다.


내가 호주 학교 뿐만 아니라 사회의 강점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듣는 귀를 장착한 문화라는 점이다. 특히 사회적 약자와 취약계층에 관해서는 훨씬 관대하고 우선권을 부여하려 한다. 즉 장애 당사자 학부모의 요구를 듣고 가능한 그 요구를 적용하고 실천하려는 학교와 교사가 있고, 해당 학생을 두고 팀으로 작동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호주도 자폐성 장애 학생들에게 중등학교는 초등학교보다 훨씬 감당하기 어려운 시기다. 초등은 기본적으로 교육보다는 돌봄의 영역이 크다면, 중등은 돌봄보다는 교육의 영역이 비중이 커지고 다양한 과목에 따라 교사가 많아지고 초등학교보다 규모가 커지니 여러모로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이곳에서 학부모들이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학교를 고집할 수 있는 이유는 전반적으로 학교가 당사자의 의견과 고충을 듣고 함께 해결하려 모색하는 문화가 자리잡혀 있기 때문이다. 똑같은 결과가 주어지더라도 당사자의 의견이 반영된 경우와 그렇지 않고 일방적으로 주어진 경우에 당사자가 느끼는 만족도는 천차만별이다. 의사결정에 참여한 했다는 사실은 아주 중요한 차이를 가져온다. 


오늘 들은 내용을 정리해 보면, 내년에 중학교에 갈 발달장애 아동이 있다면 원하는 학교들을 몇 개월 전부터 방문하고 교장이나 담당 교사와 상담을 시작할 수 있다. 지금처럼 코로나 때문에 학교를 직접 방문할 수 없다면 해당 학교에 '가상투어 영상(virtual tour guide)'을 요구할 수도 있다. 즉, 입학하고 학생에게 다양한 문제가 불거진 후에 사후 대책을 세울 게 아니라, 부모가 아는 만큼/원하는 만큼/ 지원할 수 있는 만큼 학교와 상의해서 미리 준비를 하고 대비를 할 수 있다는 뜻이다. 호주의 중등만이 아닌 모든 초등학교도 마찬가지인데, 초등은 입학 6개월 전부터 한달에 한번씩 등록한 학교에 모든 부모와 학생을 초대해서 학교 적응을 시키고 각종 의문점들을 묻고 답하는 시간들이 있다. 


 앤드류 솔로몬이 말했듯, '자폐성 장애 아동의 부모들은 하나같이 인권운동가'이다. 워낙 아동을 양육하고 돌보고 교육시키는 일이 어렵다 보니 공부하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고, 사회를 바꾸지 않고는 내 아이를 잘 키울 수 없다는 것을 깨닫기 때문이다. 즉 바꿔야 할 것은 '자폐성 장애 아동이 아니라 사회의 차가운 편견과 차별'이란 것을 깨닫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인권운동가가 된다. 호주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은데 최소한 한국 부모들처럼 길거리에서 투쟁하고 삭발을 하고 자녀와 동반자살을 하며 존재를 알리지 않아도 된다는 차이가 있다.  


호주의 학교 문화는 부모와 교사가 해당 장애 아동(일반아동도 마찬가지)을 중심에 두고 아이의 발달과 성장을 함께 지원하고 협동할 파트너쉽의 관계를 구축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부모들은 본인들이 알고 있는 최신 연구나 신뢰할 수있는 자료를 학교와 공유해서 교사와 스태프들이 함께 장애인식을 높일 수 있도록 요청할 수가 있다.


한국의 교사들은 교사의 권위에 대한 도전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호주에서는 보편화된 문화다. 이유는  너무 간단하다. 많은 학교에 특수학급이 없으니 일반교사가 다양한 특성을 지닌 아이들을 이해하지 못하면 교사 본인 또한 좋은 교육을 수행하기가 어렵고 괴로워지기 때문이다. 결국은 교사도 이 분야를 잘 알아야만 교사로서의 전문성을 높이고 학부모나 학생과도 상생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너무 잘알기 때문이다. 


호주에서 '비장애 아동의 교육권'을 위해 장애 아동을 특수학교로 보내라는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사회 공동체의 가치와 선에 반하는 학부모의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이는 공교육으로서의 학교 존재를 거부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대신 호주가 취하는 방식은 교사들의 전문성을 높여 이 아이들의 지원을 수월하게 하든지, 교사 혼자 돌보기 어려울 경우에는 보조실무사(한국의 특수학교나 통합학급에서 장애아동을 돕는 역할)를 채용하여 해당 아동을 더 맞춤형으로 지원하든지 하는 방식을 취한다. 


호주에서 장애 아동을 키우는 부모는 입학 전에 해당 아동의 감각 이슈를 줄여줄 교실 환경, 소란하고 복잡한 강당 행사에 대한 고려, 락커등을 조용하고 안전한 곳에 설치, 학생의 감정조절을 위한 조용한 공간 확보, 학생이 도움이 필요할때 지원 할 팀을 학교에 구성하기, 해당 학생의 흥미와 강점을 살려 줄 점심시간의 동아리 활동, 해당 학생의 적성과 소질에 맞는 과목의 존재 여부 등을 사전에 학교와 상담을 통해 체크해 보고 자녀에게 가장 적합한 학교를 선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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