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맥도날드에서 생긴 일

좌충우돌, 쉐어홈 사람들

by 루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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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일리의 시각에 자폐의 세계는 화끈하다. 그리고 극단적이다. 좋으면 좋고, 싫으면 싫은 게다. 회색지대인 중간의 개념이 아주 빈약해서 타협의 여지도 시멘트 벽에 생긴 가는 금 만큼이나 협소하다. 도와 모의 세계만 존재하는 듯하다.


자폐의 세계는 아주 구체적이고 독특하다. 비자폐인의 시각에서 보면 까다롭고 예민하고 별나고 정확하다. 그래서 비자폐인들과 어울려 사는 일상에서 극적인 순간들이 비일비재로 등장한다. 가령, 비자폐인과 똑같은 음식을 좋아해도 먹는 모습을 보면 자폐인의 특성이 드러난다. 본인이 정한 먹는 일의 의식(ritual)과 루틴을 꼭 고집하고, 먹는 방법도 특이하고 독특한 경우가 흔하다. 결과적으로 비자폐인들에게는 보이지도 않고 신경도 안 쓰이고 아무렇지도 않은 상황, 물건, 일 등등에 난리법석으로 보인다. 그래서 자폐인을 곁에 둔 사람들은 이런 말을 종종 한다.


“Life is so dramatic! (인생이 아주 극적이야)”


가령, 밥과 쥬스가 있다면 비자폐인은 쥬스 한 모금 마시고 밥을 먹으나, 밥을 먼저 먹고 쥬스를 마시거나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반면에 어떤 자폐인에게는 전자든 후자든 본인이 선택한 방식에서 한치라도 벗어나는 일을 용납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자폐인들은 대체로 섞인 음식을 싫어한다. 접시 위에 본인이 정한 방식대로 음식을 늘어놓고 먹어야 안심이 되는 자폐인에게 타인이 그 방식을 이해하지 못하고(또는 알아도 그 방식을 존중하지 않고) 서빙을 하면 자폐인은 식사 시간 내내 고통스러울 수 있다는 뜻이다.


예전에 헤일리가 만난 한 자폐 아동은 식사 시간마다 똑같은 모양으로 자른 7개의 당근과 꼭 두 개의 빵 조각을 접시 위에 일렬로 맞추지 않고서는 식사를 시작조차 할 수 없었다. 물론 자라면서 조금씩 바뀌기는 하지만 종목이 바뀌는 경우가 흔하다. 그리고 당사자마다 정도와 종목과 방식은 다 다양하다.


헤일리는 나름 자폐와 자폐인을 잘 이해한다(고 의기양양했다). 헤일리는 자폐공부를 하다가 너무 신기하고 놀랍고 호기심이 생겨서 장애의 세계로 발을 퐁당 담궜다. 나이가 들면서 사람에 관심이 많아지고, 타 문화와 언어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한 헤일리에게 자폐의 세계, 그 세계의 문화, 그리고 비자폐인과 다른 소통방법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헤일리는 공부를 많이 했으니 논리적, 이론적으로는 잘 안다. 그래서 쉐어홈의 자폐인 엠마가 맥도날드를 가자고 했을 때 망설임없이 따라 나섰다. 엠마는 본인이 주문하고 본인이 직접 계산을 하기를 원하는 아주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45세의 여성이다. 그래서 헤일리는 개입하지 않고 곁에서 지켜 보고 있었다.


“소고기 패티랑 버거 빵만 주세요!”

“네??? 뭐라고요?”

“소스, 야채. 아무것도 넣지 말고 소고기 패티랑 버거 빵만 주세요!”


주문을 받던 스무살 안팎으로 보이는 점원의 눈이 휘둥그레지며 어찌할 바를 모르는 눈치다. 이런 주문은 단 한번도 받아보지 못한 표정으로 재차 묻는다. 본인 인생에 이런 햄버거는 햄버거란 이름조차 붙이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헤일리는 웃음이 새어 나오는 표정을 관리하느라 곤욕이다. 자폐의 세계에서는 종종 일어날 수 있는 일이고, 비자폐의 세계에서는 너무나 별난 일이란 걸 잘 알기 때문이다. 때로 두 세계의 간극은 참 멀고도 영원해 보인다. 세상에 햄버거 빵에 소고기 패티만 들어간 햄버거라니? 헤일리에게도 생각만 해도 입맛이 뚝 떨어지는 비주얼이다.


점원은 결국 헤일리를 쳐다보며 구원의 표정을 보낸다.

헤일리가 답한다.


“네, 본인이 원하는 대로 주시면 됩니다.”

“그런데 계산은 원래 가격대로 해야 합니다.”

“당연하죠.”


본인이 주문한 맞춤형 햄버거를 아주 맛있다며 먹는 엠마를 보며 헤일리가 묻는다.


“엠마, 이렇게 먹으면 너무 건조하고 맛이 단순하지 않아?”

“아니, 난 맛있어.”

“소스라도 넣어서 먹으면 더 맛있지 않을까?”

“난 햄버거에 소스 넣는 거 싫어.”


<패티와 빵만으로도 햄버거>, 헤일리는 오늘 또 자폐의 문화에 또 하나의 리스트를 더한다. 배움에 끝이 없다. 헤일리에게 맛없는 맛이 엠마에게는 이렇게 맛있는 맛이 된다는 사실, 우리는 같은 사람이면서도 얼마나 다른 존재들인가를 새삼 또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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