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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 인생의 일인자 Jun 17. 2024

모든 것은 다 자폐라서?

어제 오랜 지인들을 만나 여러 음식들도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저녁 무렵 집에 돌아와 남편은 밤새 분수토를 했다. 혼자 무얼 맛있게 먹었는지 밤새도록 변기통이 깨지도록 토악질을 해대는 바람에 나도 잠을 설쳤다.


한 시경 둘째 학교에서 연락이 왔다. 갑자기 학교에서 토를 했다고 한다. 이런 배탈 감염자가 두 명이네. 이제 다른 아이들과 나는 어떻게 될지 운명의 기로에 서 있었다.


이윽고 첫째 자폐아이의 담임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런데 배탈이야기가 아닌 듯싶었다. 우리 이안이가 음악수업에 실무원 없이 혼자 음악실에 가게 되었는데 여자친구의 손을 끌어당기며 자신의 윗옷을 열어 배를 보여줬다고 했다. 선생의(이제 선생이라고 부르고 싶다) 전화의 목적은 우리 아들이 바바리맨이 될뻔했고 그 같은 반 여학생이 놀랐다고 했다.


초등학교 4학년의 몸 안에 만 1.5세 지능을 가진 우리 아들이 바바리맨이라고 말하는 것인가? 고추라도 꺼내서 보여주지 않은 것이 아니라 다행인 것인가?

고추라도 꺼내서 보여줬다면 도대체 어떻게 말을 했을지 안 봐도 비디오다.


아이는 배가 아팠던 것 같고 친구에게 의사를 표시했을 거라 생각한다. 사건(?) 이후, 첫째 아들은 3시경 복지관 치료실에서 토를 했다. 기침을 여러 번 하더니 토를 했고 다행히 치료사 선생님은 휴지통에 받쳐서 화를 면했다고 하신다.


실무원이 없었던 점, 혼자서 수업을 들었던 점, 너무나 무료했을 거란 점, 그리고 아들은 배가 아팠고 친절해 보이는 여학생의 손을 끌지 않았을까? 집에서는 고추며 윗옷이며 전혀 노출을 하지 않는 아이기에 학교의 이야기를 믿을 수가 없다.


답답하다. 앞으로 실무원이 없으면 학교를 보내지 말까요?라고 물었다.

그런 뜻은 아니지만 가정에서 교육을 잘 시켜달라고 한다.


"선생님, 선생님 말씀 다 이해했고, 여학생에게 사과하라고 하면 사과하겠지만 집에서 "이안아, 밖에서 옷을 들추면 안 돼"라고 말한 듯 소귀에 경 읽기일 것이에요. 행동이 나오기 전에, 혹은 직후에 바로 중재를 해주셔야 효과가 있을 듯합니다~"라고 말했다. 내 말이 선생 귀에 경 읽기 같다.

답답하다.


11시가 넘은 어두 컴컴한 이 시각, 아들은 햇반을 뜯어서 맨밥을 먹는다.

속은 좋지 않을 것이고, 아까 데워놓았던 햇반을 숟가락으로 퍼먹는다.


마음이 좋지 않다. 옷은 뒤집어서 입고 있다.

학교는 아이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착하던 아이를 무능함을 책임지지 않으려 바바리맨으로 만들려 하다니....


대한민국 교육의 현실이자, 특수교육의 무능함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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