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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철 Apr 23. 2022

문수사

왕벚꽃

문수사는 우리나라 겹벚꽃의 3대 명소 중에 한 곳이다. 개심사가 그 옆에 자리를 잡고 있지만 문수사의 겹벚꽃 길이 연인과 가족의 길이라면 개심사의 겹벚꽃은 홀로 여행 가는 길이라고 할까? 서산 농장을 가로질러 저수지를 끼고 있다.

겹벚꽃이 피는 시기는 청보리가 익는 계절과 같다. 서산으로 가는 길에 사과꽃들이 여기저기 청록색을 보여주기도 한다. 가는 길에 밀밥이 보여서 잠시 세우고 청 풀잎 향을 흠뻑 마신다. 우리의 몸은 유달리 여기저기의 세포들 중에서 후각세포들이 어린 시절의 지난날들을 상기시킨다. 눈을  감으면 국민학교 가는 길가에 흐드러하게 핀 보리들 속에 오며 가며 보리피리를 이리저리 불었다. 두 개를 불다가 통으로 불다가는 하면 어느새 집에 오고 말았다.

청보리밭을 뒤로하고 돌사과 나무꽃이 탐스럽다.

문수사로 들어가는 초입부터 길이 혼잡하다. 아침부터 어디에서 출발했는지는 모르지만 사이클 동호회분들이 길을 이어간다. 저마다 관심사와 좋아하는 일들이 다르다. 내가 아침 일찍 나왔듯이 이 분들도 며칠을 두고 여기를 함께 오자고 계획을 짜었으리라.

초입에는 이미 차들이 주차장을 매우고 있다. 아침에 네비를  목적지를 검색하니 동시에 검색하여 문수사로 향하는 사람이 23명이라고 뜬다. 빅데이터를 모으고 어느 연령대에 어디에서 어디로 가는지를 포함하여 어느 곳에 들리고 무엇을 했는지를 모으고 있으리라. 그렇게 우리는 데이터를 모아주는 역할을 하고 대신에 네비를 무료로 사용한다. 데이터를 이렇게 모을 수 있으니 지도 플랫폼을 가진 구글과 카카오, 네이버들이 사업을 확장을 잘할 수 있는 것이다.

고사리를 쪄서 파는 큰 입간판이 보인다. 600g에 5만 원이면 결코 저렴하지 않다. 고사리 찐 향기가 그 시절을 되살리는 것도 나의 몸의 세포들이 즐거워한다. 어머니가 고사리를 합천에서 하도 많이 꺾으셔서 원 없이 고사리를 많이 먹었다. 싱싱한 고사리를 유독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상왕문수사(文殊寺)) 일주문이다. 조계종 7교구 본사인 수덕사(修德寺) 말사이다. 창건 연대  창건자는 미상이나 가람의 배치 등으로 미루어보아 고려시대로 추정한다. 그러나 조선시대에 도둑의 무리들에 의하여 극락보전만을 남긴 모든 당우들은 불타버렸다.

1973 문화재관리국에서도 극락보전에 안치된 충청남도 유형문화재 34호인 문수사 금동여래좌상을 조사하였고, 불상의 복장(腹藏)에서 발원문을 비롯하여 모시로  단수의(短袖衣) ·보리  많은 유물들이 발굴되었는데 이를 통하여 극락보전이 고려시대에 건립되었고 조선시대에 중건된 건물임을 추정할  있다.


개심사에서 아침 일찍 왕벚꽃을 보고 그 옆 문수사로 오는 분들이 많다. 다만 개심사에 있는 청색겹벚꽃은 없다.

길목은 두 갈래로 나눈다. 하나는 일주문 앞에서 오른쪽으로 올라간다. 오른쪽으로 오르는 길은 따로 심은 듯하다. 일주문으로 들어서 있는 겹벚꽃들보다는 연령이 오래된 듯하지 않지만 훨씬 생기 있는 모습을 보인다. 문수사에서 아래로 보면 연못이 하나 있는데 오른편에 유독 홀로 있는 벚나무에서 줄을 서서 찍는다. 나도 이쁘게 입고 와서 한번 찍고 싶다. 일행이라도 있으면 한 장 찍어주며 나도 찍을 수 있으련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능수 겹벚꽃이 대단하다. 이 나무의 오른쪽 편에 있는 능수 겹벚꽃은 하얀색과 분홍 그리고 붉은색을 모두 갖추고 있다. 한그루의 나무에서 3 가지 색을 지니고 있는 나무의 욕심인지? 아니면 그 나무의 능력인지, 타인에 의해 만들어 주어진 능력인지는 몰라도 아무튼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능력을 왼쪽보다는 오른편에 있는 나무가 세다.

문수사에서 내려가는 곳이다. 두 갈래도 나뉘는데 오른편이 아까 올라올 때 일주문으로 가는 쪽이다. 연못 쪽에 한그루 나무에 유독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그 나무의 꽃이 땅에 닿을 듯하여 옆에 꽃과 나란히 서서 찍을 수 있는 핫스팟이기 때문이다. 아침에 일찍 올 때는 많은 줄들이 있었고 대부분 젊은 연인들이었었다. 내려오는 길은 줄 없이 찍을 수 있었다. 가족 몇 명이 찍오 있을 뿐이었다.

염불을 듣자 하니 나이 든 주지스님께서 금강경을 읊고 계셨는지 수보리에게 하는 부처님의 말을 새겨들을 만하다. 두 번째로 출연하신 젊은 스님은 반야심경을 독경하셨는 데 목소리가 청아하다.

공양간 옆에 있었던 느티나무 무에  누군가가 심은 튤립과 매발톱나무의 꽃이 펴 있었다. 대웅전에 가족 등을 한 개 달고 보살님에게 공양을 부탁드렸더니 11시가 넘어서 오시라 하신다. 거리두기로 많이 오시게 할 수 없지만...


대웅전 앞마당 오른편 모서리에 의자에 앉으면  문수사 연못이 바라보인다. 아침 일찍 와서 음악을 들으면서 1시간 정도 멍 때리면 그 풍경과  향기가 몇 년이나 갈 수 있으려나...

문수사의 겹벚꽃이 좋은 이유는 길 양편으로 겹벚꽃이 흐드레하게 펴 있기 때문이다. 얼마든지 꽃 터널을 구경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천안의 각원사는 오른편에 크게 펴 있는 반면 길 양가에 있는 벚꽃들과 많은 시간을 보낼 수가 있다.


유독 연못의 왼쪽 유일한 한그루가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 왜 그렇게 저 나무를 좋아할까? 자세히 보면 느티나무 아래이고 그 아래에 돌담이 있고 유일하게 한 그루가 초록색을 배경으로 피어 있기 때문일까? 찍는 사람들, 그리고 찍힘을 기다리는 사람들, 구경하는 사람들. 우리들은 생각은 같다. 이 꽃들이 아름다운 것이고, 아름답기에 담고 싶고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다.

엄마와 함께 온 아이는 어른들이 꽃에 집중하고 있는 사이에 이 친구는 모든 것이 자신의 장난감이자 놀이터이다. 꽃을 아무리 찍자 해도 그보다 재미있는 것이 많기에 사진을 잘 찍으려 하지 않는다. 왜 안 찍느냐고 묻지는 말기. 아이들은 꽃보다 세상에 재미있는 것이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어른이 되면서 재미있고 아름다운 것을 한정시키는 바보 같은 어른이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이 사진부터는 필터를 좀 사용해본다. 예전에 사용했던 아날로그 파리스를 사용하여 촬영하였다. 벚꽃 사진 찍는데 이보다는 더 좋은 애플리케이션이 없는 듯하다. 솔직하게 이쁜 벚꽃 색깔이 나오기 때문이다.



서산 운신초등학교는 한때 1000명이 넘는 재학생이 있었는데 이제는 50여 명도 되지  않는다. 개심사 들어가는 입구에 있는 학교이다. 여기에 왕벚꽃도 또한 인기가 많다. 교문밖에 있는 가게 아저씨에 의하면 차에서 내리는 사람들이 아이들이 아니고 모두 어른이라고 하면서 아이들이 없다고 한탄을 하신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맥콜 음료수 한 캔과 라테를 사들고 맥콜은 그 자리에서 마시고 라테는 들고 나왔다.


문수사에서 공양을 받았다. 보살님께서 밥을 맛있게 정성스럽게 하신 것 같다. 모두 내가 좋아하는 나물이 전부다. 등을 접수하면서 공양을 부탁했는데 이렇게 맛있게 주셨다. 옆에 있는 다른 보살님께서 한그릇 더 먹으시라 하신다. 내년에도 오시라고 하신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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