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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철 Apr 24. 2022

개심사

왕벚꽃 명소

서산농장을 가로질러간다. 상왕산줄기를 두고 문수사와 개심사가 그 자웅을 다툰다. 서산농장은 한우육종우를 키우기 위한 시설로 되어 있어 출입을 금하고 있다.

개심사로 가는 길에 신창리 저수지가 눈에 들어온다. 이 저수지를 둘러싸고 모든 산들이 목장의 초원으로 광활하게 펼쳐져 있다. 때로는 눈 모르게 고사리나 산나물을 채취하려고 들어 가는 이들이 가끔씩은 눈에 띄기도 한다.

문수사도 상왕산에 있다. 개심사는 열개(開)마음(心)으로 된 마음을 여는 절이다. 개심사 (瑞山 開心寺 )는 충남 서산에 있는 조선시대의 건축물이다. 1963년  제143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가야산(667.6m) 줄기의 상왕산(307.2m) 기슭에 자리 잡은 사찰로 창건 연대에 대한 확실한 기록은 없다. 사적기에 의하면 백제 의자왕 14년(654)에 혜감국사가 창건하였고, 고려 충정왕 2년(1350)에 처능대사가 중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주문을 들어서면 오른편의 계곡을 따라 오솔길을 걸어갈 수 있다. 물론 일주문 앞의 왼쪽의 주차장 건물이 있고 왼쪽으로 돌아가면 개심사 경내로 들어가는 포장길도 있다.

문수사와는 다르게 절 앞에 연못이 네모 모양으로 되어 있다. 지형과 쓸모에 의해서 다르게 지어져 있다. 목조건물이 가지고   있는 특성상 화재의 위험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으리라. 위급한 경우에는 방화수가 상당량이 필요하여 이에 대비한 것으로 보인다.



왕벚꽃이 피는 시기가 4월 초팔일이 다가오는 날이라 유독 연등이 많이 매달려 있다. 꽃들과는 어울리지 않지만 그래도 온 김에 연등이나 촛불이라도 하나 켜고 가는 신도들을 생각해서 이렇게 달고 있으리라. 왕벚꽃이 문수사나 각원사의 왕벚꽃보다는 다소 아쉬움이 있지만 그래도 개심사는 그 보다 더 큰 한방이 있다. 그것은 바로 청색의 벚꽃이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벚꽃으로 중국에서도 이 꽃을 보기 위해 들렀다고 한다.

전국의 왕벚꽃이 대부분 분홍이나 흰색을 띠는데 여기는 오래된 청왕벚꽃이 큰 나무로 서 있다. 작은 나무도 아니고 큰 나무의 청벚꽃을 처음 접했을 때 놀라움은 마치 블랙스완(black swan)이 오는 것처럼 우리가 흑조가 있다는 사실을 백조(swan)만 보고 평가해서 간과한 사실을 떠올리게 한다. 일상이 아닌 것이 일상이 되어 버린 세상의 뒤에는 변화와 혁신 그리고 탈바꿈이 일어난다. 물론 존재하여 살아남는 이들의 몫이다.

청벚꽃에 맞게 이름표를 청아하게 만들어 걸어 두었다. 마치 청포도의 푸른 맛이 느껴지는 글씨와 믿기지  않을  정도의 차가운 향기가 전해져 온다. 같은 꽃인데 색에 따라 전해져 시각이 감정과 판단을 방해하여 잘 못 생각하게 하기에 충분하다. 아름다운 색을 바라볼 수 있는 인간의 특권이다. 그리도 화려하고 아름다운 많은 꽃들을 찾아다니는  꿀벌조차도 좋아하는 색은 녹색, 청색, 황색이고 적색은 구별하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대웅전 오른쪽으로 아직까지 존재하는 여닫이 유리문이 있다. 오랜 건물의 상징이다. 대청마루 아래에 장작 사이로 고양이가 햇빛을 쬐고 있다. 여기 건물에 비가 오면 벚꽃 잎들이 그 빗물을 따라서 둥둥 내려가고 벚꽃잎들이 틩겨 나가는 물방울소리를 따라 그들도 서서히 퇴장을 하기 시작한다. 4월의 마지막 주의 늦은 봄의 비가 오는 날의 풍경이다.

주춧돌이며, 그위의 여닫이 문들이 예사롭지 않게 오래된 이야기들을 품고 있는 듯하다. 그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는 하루 종일 저 축담을 오고 가야 하지는 않을까?

대청마루를 나오면 바로 땅과 마주치는 것이 아니라 디딤돌로 한 템포를 줄이고 편안하게 내 딪게 할 수 있는 장치들을 우리 조상들은 만들어 놓았다. 대청마루 아래로는 통풍이 잘 되게 공간을 비워두고 여름에 시원한 바람을 만날 수 있다. 방안의 온기와 대청마루 아래의 순환되기는 외부의 흐름을 엿 볼 수 있다.


여기의 벚꽃은 토실토실하다. 추위를 타서 따뜻한 온기를 느껴 편 꽃과는 다르게 온순하게 잘 보호받으며 길러진 집고양이처럼 순하면서 풍성한 꽃봉오리를 보여준다. 탐스럽고 소담하게 피도록 청벚꽃이 많이 도와주었나 보다. 경쟁하지 않고 각자의 영역에서 공존하는 방법을 터득한 모양은 이 절에 스님보다  더  도통한 듯하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힘으로 둘러싼 권력이나 돈이 아닌 자신이 가지고 있는 다른 이들이 범접할 수 없는 한방이 있다면 어느 누구도 가까이 쉽게 생각하지 못하리라.  요란스럽게 많은 것들을 차려 두고도 손님들이 다른 곳과 차이가 없다 하여 결국 그곳을 가기를 포기하고 다른 곳을 찾는 이치가 당연하다.

이곳으로 가는 길은 운신초등학교에서 저수지를 오는 길인데, 왕복 2차선이라 늘 막힌다. 아침에 일찍 출발하지 않으면 길에서 시간을 모두 보내야 한다. 식사는 일주문을 들어서기 전에 조그마한 가게들이 즐비한 곳에서 오른쪽으로 나 있는 길 안쪽에 오래된 식당이 있는데 규모도 있고 된장에 비빔밥을 잘한다. 그곳에서 식사를 하면 된다. 돌아오는 길이나 차를 주차한 상태에서 아래로 조금 내려오면 저수지에서 산책을 하다가 돌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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