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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철 Jun 28. 2022

부여 궁남지 연꽃 축제

스무 살 연꽃 화원의 초대

코로나가 막바지로 끝나는 지점에 궁남지 연꽃축제 소식이 들려온다. 축제는 7월 14일부터 17일까지 진행된다. 축제에 앞서서 필자는 매년마다 궁남지를 다녀온다. 갈 때마다 뭔가 변화들이 있다. 천년왕국 백제에는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장마와 함께 진흙 속에 핀 연꽃 세상을 가족과 함께 가보는 것을 권한다. 축제 전후로 꽃들이 많이 피어 있으니 축제와 상관없이 오늘 부터 팔토시 혹은 양산을 준비해서 이쁜 연꽃들을 만나러 가도 무방하다.

부여는 백제의 향수를 다양하게 품고 있는 곳이다. 수도를 한성(서울)에서 웅진(공주)로 다시 사비성(부여)으로 옮긴 곳이 부여이다.


수도를 마지막으로 옮긴 곳이 바로 우리가 아는 부여와 나성으로 둘러싸인 곳이다. 그런 부여가 품고 있는 것 중에서 아주 오래된 인공연못인 궁남지(宮南池)가 있다. 백제 성왕 16년(538)부터 마지막 백제가 망하는 660년까지 123년간 백제의 수도였던 곳이기도 하다. 고구려 장수왕의 남하정책으로 위례성(한성)을 고구려에 빼앗기고 웅진(공주)으로 도읍을 475에 옮긴다.  그래서 지금 서울에서 나오는 백제의 유물(풍납토성)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웅진(공주)은 요새에 가까웠지만 바닷길로 나가는 길이 협소하고 평야가 없었다.

공주산성
사비문(부여)

무령왕 때 왕권이 안정되고 왕실이 좀 더 넓고 경제적으로 좋은 곳을 모색한 곳이 성왕 때 천도한 사비성(부여)이다. 실제로 부여를 가면 평야지대가 많고 다양한 곡물들이 나온다. 따라서 부여시장에 가면 맛집이 상당히 많다. 바다로 배를 띄울 수 있는 낙화암아래 백마강의 물길이 넓다. 백제 말(末)에는 디아스포라로 더욱더 일본과 더욱 밀접한 관계였으리라 생각한다.


궁남지는 백제 무왕 때 궁궐의 남쪽에 연못을 팠다고 하여 궁남지(宮南池)라 부른다. 《삼국사기》〈백제본기〉무왕 35년(634년)에 '3월에 궁성(宮城) 남쪽에 연못을 파고 물을 20여 리나 되는 긴 수로로 끌어들였으며, 물가 주변의 사방에는 버드나무를  심고, 연못 가운데에는 섬을 만들어 방장선산(方丈仙山)을 본떴다'라고 되어 있다.

궁남지에 앞서 백제의 느낌을 먼저 느끼기 위해 정림사지5층석탑을 둘러보길 권한다.

백제 멸망 후 수많은 백제의 지배계층과 유민들은 일본으로 디아스포라를 단행한다. 그곳에 정착한 곳이 교토(京都), 나라 근처인데 나라(奈良)라는 일본어 또한 우리말의 나라(국가)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한다.


일본 고어사전에서도 "나라는 야마토의 옛 이름이며 나라는 한국어로서 국가를 뜻하기 때문에 상고시대에 이 고장을 점거하고 살던 사람들이 붙인 이름이다"라고 밝힌다. 나라의 동대사(東大寺)의 전신인 금종사(金鐘寺)는 733년 백제스님 양변(良弁)이 세운 절이다. 어제 정림사지의 본당 앞으로 걸어가면서 동대사의 참배로를 걸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일본에서는 백제(百済)를 구다라라고 부른다. 당시에 일본이 백제를 큰 나라라고 부른 유래에 의하면 부여의 구드래나루터(큰 나루터)를 구다라의 어원으로 지목하는 학자도 있다. 구드래 나루에서 황포돛배가 일본으로 오가는 과정에서 '구드래'가 '구다라'로 변했다는 주장이다.


일본 현지에서는 아무것도 아니다(くだらない-구다라나이)라는 말을 지금도 자주 사용한다. 해석을 해보면 구다라(百済)가 아니다(ない)라는 말로 즉, 백제에서 수입한 물건이 아니기에 별거 없다는 말로 사용되었다. 얼마나 백제에 대한 애착이 컸는가를 알 수 있다.


서울의 위례성을 거쳐 백제는 남하하는 데 그곳이 웅진(고마나루)이다. 곰을 일본에서는 쿠마(くま)라고 한다. 곰+아=곰아> 고마> 쿠마(熊)로 곰이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어화 되었다.


정림사지 5층 석탑은 목탑 양식의 그대로를 석탑으로 남아 있는 형태이다. 시대를 지나면서 절이 불타고 폐허가 되어버린 후에도 돌이 가진 위엄을 자랑한다. 자세히 보면 불에 거슬린 듯한 흉터가 탑의 여러 곳에서 보인다.

석탑 앞에 건물 안에 들어서면 정림사지 석조여래좌상이 있다. 본당에 있는 부처님은 없고 대신에 돌로 만들어진 부처님이 있다. 머리와 갓은 원래의 모습이 아니라 기단에 연꽃이 만개한 듯 연꽃이 새겨져 있다. 백제 예술은 신라의 귀족적이고 뛰어난 조형미보다는 '백제의 미소'로 알려진 마애불처럼 서민적이고 소박한 불상이나  많다. 마애불은 암벽을 조금 파고 들어가 불상을 조각하여 형성하였는데 연꽃잎을 새긴 대좌 위에 여래입상이다. 소박상 석조상을 몇 번이나 둘러보고 생각하고를 반복하다 보면 백제도 역사의 한 장면이지만 그들이 생활한 공간을 그려보게 된다.

정림사지를 나와서 차로 7분 거리에 궁남지가 있다. 연꽃은 이른 아침이나 오후에 많은 연꽃이 피고 진다. 연꽃들은 그들이 서로 먼저 피려고 다투지 않고 배려하면서 피기에 무리를 이루어 펴지 않는다.

키가 큰 연꽃에 비해서 물 위에 뜨있는 수련과의 낮은 연꽃들도 색상이 다양하다. 어떤 연꽃들은 진흙을 뚫고 나와서 잎 위에 그들의 봉오리가 뚫고 나온 흙들이 마른 흔적이 남아 있다.


비가 온 연꽃 위에 비 맞은 꽃들이 있다. 연잎 위에 있는 물방울들이 움직이는 모양을 보고 있노라면 재미가 있다.

궁남지 내에 있는 포룡정 (抱龍亭)이 있다. 궁남지의 나무다리 아래의 기둥은 돌로 세워져 만들어졌다.

궁남지 주차장에 주차를 한 후에 들어서면 그곳을 중심으로 한 바퀴 돌면서 여러 가지를 경험하게 만들어 두었다. 선화공주와 서동의 노래인 서동요의 배경이 된 곳이라 이런 테마의 스팟이 여러 군데 만들어 두고 손님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땀방울이 초롱초롱 맺혀 있는 관리인 분들이 풀을 베서 깔끔하게 길을 만들고 있다. 야간개장에도 준비할 수 있게 조명을 잘 준비하고 있었다.

길을 걷다 보면 이러한 쉼터가 있어서 더운 날이나 비가 내리는 날 잠시 쉬어갈 수 있게 한다. 김밥이나 간식을 챙겨가서 이런 쉼터에서 연향과 함께 물오리와 새소리를 들으면서 드시면 운치가 있다.

밤에도 사진을 찍거나 인스타의 글스타그램을 위해 이러한 조형물들이 군데군데 있다.

궁남지에서 사진을 찍느라 몰입할 수 있겠지만 연꽃향기와 그 아래의 새와 오리 소리도 그들의 교향곡으로 들어도 좋다. 힘든 사람들이 잠깐 쉬어가는 곳이면 한다.

새로 만들어진 색동 천들이 바람에 휘날리면 영화스러운 풍경을 자아낸다. 모델이라도 한 명 들어가면 또 다른 풍경이 만들어지겠지.

천년왕국의 왕국터인 줄도 모르는 청둥오리가 새끼를 키워서 데리고 다니는 풍경이 여기저기 보인다. 어린 새끼들이 어미를 따라 여기저기 연못을 드나들며 노닐고 있다. 그들의 길을 따라 오늘도 집을 나서서 잘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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