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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시발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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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안 Jun 17. 2023

시발(時發)요리2

- 냉 면

올여름은 폭염에, 폭우에 가장 힘든 여름이 될 거라고 벌써부터 난리법석이다.

6월의 날씨들만 보아도 그럴 듯싶다. 푸른 하늘 뭉게구름으로 안심시키더니, 두둥 우르르 쾅쾅, 천둥번개와 기습적 폭우로 뒤통수를 후려갈겨 버렸다.


귀빈미용실 원장님이었던 엄마는 여름이면 항상 커다란 솥에 냉면을 일주일에 서너 번 삶았다. 내가 국민학교 시절만 해도 여름이면 에어컨을 트는 집은 아주 드문, 그러니까 잘 사는 집 이야기였다. 미용실을 했던 우리 집은 늘 문을 활짝 열어 놓고, 그래도 안팎을 구별하기 위해 새초롬한 발을 문에 걸어 두었다.


"아이고 원장님, 오늘도 더워 죽겄어"

"그러게, 날이 이렇게 더우니 입맛도 없네"

"그럼 냉면이 삶아 먹을까요? 제가 시장 가서 사 올게요"

"사 오긴 뭘 사와, 금희엄마 집에서 오이 있으면 서너 개만 가져와"


이렇게 점심메뉴가 자연스레 결정이 되었다. 이때부터 엄마는 잠시 가운을 벗어 놓으시고 앞치마를 두르고 부엌으로 가서 커다란 솥 1개, 중간 냄비 1개를 까스렌지 위에 올리셨다. 물이 보글보글 끓을 때쯤 작은 냄비에는 어김없이 누런색 다시다 가루를 듬뿍 풀어 뭉치지 않게 저으셨다. 숟가락으로 간을 보며 모자라면 소금 서너 꼬집을 넣어 간을 맞추셨다.


부글부글 맛깔나게 끓은 육수? 는 얼음물에 담가져 뜨거운 열기를 땀 흘리며 진정했다.


특별한 재료도 없는데 그 맛은 여느 냉면 맛집 못지않았다.


잘 삶아진 냉면 한 움큼 휘휘 감아 사발에 넣고, 맛깔난 육수 두어 국자, 그리고 고추장 양념, 열무김치, 채 썬 오이, 설탕 한 숟가락, 참기름 휘리릭... 끝


동네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어 냉면 한 사발 하면서 웃음소리에 더위도 식겁하고 뒷걸음질 쳤다.


두 아이의 엄마가 된 나도 여름이면 냉면을 자주 해준다. 그런데 먹던 입맛이 있어 그런지 귀빈 미용실 원장님 레시피대로 휘리릭 한 사발 말아 낸다.

다만 다시다 육수가 아닌 동치미 육수로 ^^




겨울철음식이었던 냉면


고향이 북쪽인 사람들은 추운 겨울 뜨거운 온돌방에서 이가 시리도록 찬 동치미국에 냉면을 말아먹는 것이 진짜 냉면 맛이라고 한다. 남도 출신은 더운 여름에 뜨거운 닭국에다 호박을 썰어 넣은 제물칼국수를 땀을 흘리면서 먹는다. 이냉치냉(以冷治冷)과 이열치열(以熱治熱)의 원리이다. 우리의 세시풍속기인 『동국세시기』(1849년)에서도 겨울철 시식(時食)으로 냉면을 들고 있다.

요즘에는 냉면이라 하면 크게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으로 나눈다. 평양냉면은 메밀을 많이 넣고 삶은 국수를 차가운 동치미국이나 육수에 만 장국냉면이고, 함흥냉면은 강냉이나 고구마 전분을 많이 넣고 가늘게 뺀 국수를 매운 양념장으로 무치고 새빨갛게 양념한 홍어회를 얹은 비빔냉면으로 만드는 법과 맛이 전혀 다르다. 이십 년 전까지만 해도 냉면이라고 하면 거의 평양식 물냉면이었는데 요즘은 이에 못지않게 함흥냉면이 전국에 체인점이 생길 정도로 널리 알려졌고 인기도 대단하다. 하지만 실제로 함흥에는 가자미회를 얹은 냉면이 있었는데 그리 흔하지 않았고 오히려 가리국밥집이 많았다고 한다.

냉면의 본고장인 이북의 『자랑스러운 민족음식』 ‘평양냉면’ 부분을 보면 메밀가루와 감자녹말을 5대 1의 비율로 중조를 넣고 익반죽 하여 분통에 넣고 눌러 사리를 만들고, 소·돼지·닭을 함께 삶아 국물을 내고, 웃기로는 김치·삶은 고기·달걀지단·배·실파·실고추를 얹고 겨자즙과 식초를 따로 내었다고 한다. 지금의 냉면과 비슷하다.      

냉면의 주재료인 메밀의 원산지는 춥고 척박한 몽골 근방으로 추정하며, 우리나라에는 고려 때 들어왔으리라 생각된다. 지금은 메밀국수 하면 일본이 더 유명하지만 고려의 선승이 일본에 국수 만드는 법을 전해준 것이 시초였다. 고려 때 절에서 국수를 만들어 팔았다고 하는데 메밀로 만든 국수가 아닐까 생각된다. 조선 시대에도 밀가루가 훨씬 귀하고 비싸 오래된 음식책에는 밀가루보다 메밀로 만든 국수가 훨씬 많이 나온다.


메밀은 자체에 끈기가 없으므로 밀가루나 전분을 섞거나, 뜨거운 물로 익반죽 해서 치대야 한다. 밀가루나 전분의 비율과 치대는 기술에 따라 면의 끈기와 질감이 다르다. 우리 냉면은 메밀국수를 익반죽 하여 분통에 넣어 눌러서 빼는 압착면()이다.


『본초강목』에서는 “메밀은 위를 실하게 하고 기운을 돋우며 정신을 맑게 하고 오장()의 찌꺼기를 훑는다”라고 하였다.  


[네이버 지식백과] 냉면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음식 백가지 1, 초판 1998., 10쇄 2011., 한복진, 한복려, 황혜성)



<냉면>


재료: 시판 냉면, 시판 동치미 육수, 양념장(고추장, 고춧가루, 설탕, 다진 마늘 조금, 매실액, 참기름, 꺠소긂, 사이다 조금) , 오이, 기호에 따라 (삶은 계란, 토마토, 열무김치 등)


1. 가장 좋은 방법은 고기 육수를 직접 만들어 먹으면 좋겠지만, 좋아진 세상을 충분히 이용하자.

    마트에서 판매하는 수많은 냉면 밀키트 종류 중에서 내 입맛에 가장 맞는 것을 찾아보자.


2. 냉면은 끓는 물에 포슬포슬 풀어 넣어 엉겨 붙지 않게 잘 저어준다. 양ㄱ 2~3분 삶아주고 차가운 물로 깨끗이 씻어내 물기를 뺀다.


3. 동치미 육수( 즉석 갈비탕 육수에 집에 있는 물김치나 동치미 국물을 섞어 먹으면 더더욱 맛이 좋다) 도 살얼음 동동하게 준비한다.


4. 시원한 볼에 잘 삶아진 냉면, 살얼음 동동 육수를 자작자작하게, 곱게 채 썬 오이도 듬뿍, 열무김치도 두어 젓가락 넣고, 참기름, 식초, 등을 넣는다.


5. 온 가족 둘러앉아  '아고, 이시려.' 하며 맛있게 먹으면 끝 ^^


가끔은 엄마의 다시다 육수가 그립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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