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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기 Oct 20. 2016

반환점에 Thailand

직업란에 아무것도 쓰지 않기로 결심했을 때, 나는 태국에 있었다.


2016년 9월 30일. 나는 세 달여의 인턴 생활을 마쳤다.

정규직 전환의 가능성이 있어 10월 이후의 내 모습은 불투명했지만 

10월 2일에 떠나는 태국행 비행기표를 끊었다.



급여는 많지 않지만 일은 재미있었고 무엇보다 보람된 일이었다.

그렇지만 이대로 덜컥 일을 해서는 안될 것 같았다.

팀장님의 제의를 받고 한참 고민하던 와중에 고민의 길마저 잃어버렸다. 

왜 고민을 시작했는지 조차 알 수 없어졌다.

다만, 이렇게 고민을 계속하는 이유는 확신이 없기 때문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잘 모르겠지만 아직 일보다 하고 싶은 게 더 많은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누군가는 배가 불렀다며 혀를 끌끌 찰 테지만 그게 내 고민의 도착점이었고 소신이었다.



옆좌석 비행기 표를 끊은 언니는

그즈음 한 차례의 아픈 사랑을 끝냈고 직장에 대한 오랜 회의감을 느끼고 있는 상태였다.

우리 두사람은 복잡하기만 한 일상들을 깨끗이 덜고 탁탁 털어 볕 좋은 곳에 널 수 있는 빨래 같은 시간이 필요했다.



그렇게 우리는 태국으로 떠났다. 

열한 살 즈음 컵스카우트 탐방으로 떠났던, 으리으리한 사원과 복잡한 시장 골목들이 흐릿하게 기억 속에 남아있는 태국으로.



이륙 전 비 내리는 인천공항. 비야, 더 시원하게 내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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