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적 취준생 시점
요즘 내가 관찰한 나는 이렇다.
늘어난 고무줄에 머리카락이 흘러내리지만 하나 사기보단 다시 고쳐묶는 쪽을 택한다.
스타킹이 구멍났지만 아직 작으니 몇번은 더 신을만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단 몇페이지에 반해버려 산 책을 가방에 늘 가지고 다니면서도 시험 공부와 자소서 쓰기와 같은 '해야하는 일들'에 밀려 좀처럼 책장을 넘겨보질 못한다.
네일아트를 하는 친구를 기다려주다가 문득 내 손톱을 바라보지만 이내 눈길을 거둔다.
학원 수업이 끝나고 아르바이트를 가기 전 주어진 20분간, 맛있게 먹을만한 것 보다는 빠르게 먹을 수 있을만한 것으로 배를 채운다.
예쁘고 좋은 것을 보면 잘 어울릴만한 사람들이 하나둘 떠오르는데 이 다음에 선물하리라는 다음을 기약할 수 밖에 없어 아쉬움으로 끝을 맺는다.
요즘의 나는 조금 가엾기도한 취준생 꼬리표를 붙이고 다닌다. 그렇지만 어딘가를 향해 한걸음씩 꾸준히 떼는 내가 자랑스럽다.
지금의 아쉬움이, 지금의 서러움이 머지 않은 미래에 다 보상받을 거라는 어설픈 기대를 가지고 사는 것이 아니다. 이 아쉬움이, 이 슬픈 감정들조차도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적어도 엄지 손톱만큼은 자라고 있겠지, 하는 기분 좋은 기대감을 매일매일 누리는 내가 되었으면 좋겠다.
2017.03.09 목요일
아르바이트 쉬는 시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