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슬기 Mar 09. 2017

요즘 내가 관찰한 나는 이렇다.

전지적 취준생 시점


요즘 내가 관찰한 나는 이렇다.



늘어난 고무줄에 머리카락이 흘러내리지만 하나 사기보단 다시 고쳐묶는 쪽을 택한다.


스타킹이 구멍났지만 아직 작으니 몇번은 더 신을만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단 몇페이지에 반해버려 산 책을 가방에 늘 가지고 다니면서도 시험 공부와 자소서 쓰기와 같은 '해야하는 일들'에 밀려 좀처럼 책장을 넘겨보질 못한다.


네일아트를 하는 친구를 기다려주다가 문득 내 손톱을 바라보지만 이내 눈길을 거둔다.


학원 수업이 끝나고 아르바이트를 가기 전 주어진 20분간,  맛있게 먹을만한 것 보다는 빠르게 먹을 수 있을만한 것으로 배를 채운다.


예쁘고 좋은 것을 보면 잘 어울릴만한 사람들이 하나둘 떠오르는데 이 다음에 선물하리라는 다음을 기약할 수 밖에 없어 아쉬움으로 끝을 맺는다.







요즘의 나는 조금 가엾기도한 취준생 꼬리표를 붙이고 다닌다. 그렇지만 어딘가를 향해 한걸음씩 꾸준히 떼는 내가 자랑스럽다.


지금의 아쉬움이, 지금의 서러움이 머지 않은 미래에 다 보상받을 거라는 어설픈 기대를 가지고 사는 것이 아니다. 이 아쉬움이, 이 슬픈 감정들조차도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적어도 엄지 손톱만큼은 자라고 있겠지, 하는 기분 좋은 기대감을 매일매일 누리는 내가 되었으면 좋겠다.



2017.03.09 목요일

아르바이트 쉬는 시간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