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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앙자 Mar 12. 2021

행동주의기업, 행동주의개인

소중한 첫 번째 글

2021년 1월 19일 평일 오후, 쌀쌀했지만 사람 만나기에 좋았던 날로 기억한다.

사전 인기척 없이 서울 안국동 아늑한 골목길 한옥에 터를 잡은 이노소셜랩을 찾았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던 중, 이노소셜랩의 대표께서 파란색의 작은 책을 건네주셨다.



책과의 첫 만남

이노소셜랩의 출판사인 '획'에서 나올 신간, '행동주의기업'이었다.

평소 존경하는 작가께서 쓰신 책이라 언제 출간될지 손꼽아 기다렸는데, 우연히 방문했다가 서점의 먼지가 묻기 전에 내 손에 쥐어지는 행운이 있었던 날 이었다.


짧은 시간에 목차와 마지막 부분을 읽어 보았다. 127페이지의 책에 알맞아 보이는 심플한 목차였다.

표지만큼이나 목차도, 과하게 꾸미지 않은 것이 진지하면서도 심지어 비장함이 느껴졌다.

- 목차- 

[서문] 지속가능성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침묵하지 않는 기업들
참여를 넘어, 한계를 넘어
대표적인 행동주의 기업들
행동주의 기업이 던지는 문제제기
행동주의 기업의 특징 10가지
비즈니스를 넘어 사회 시스템 변화로
"함께하는 것이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는 방법이다.
함께하는 것이 변화를 만드는 방법이다"

이 책은 나이키와 아디다스, 오래된 라이벌 기업이지만 인종차별에 대한 대중의 참여를 요구하는 입장 표명에서는 함께 연대하는 모습을 보여준 사례를 언급하며, 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묵직하게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저자는 다음과 같이 행동주의기업을 정의했다.
상품, 서비스, HR 등 비즈니스 전반의 영역에서
비즈니스를 플랫폼으로
이해관계자와 함께
해당 기업이 추구하는 미션을 실제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민감한 사회문제이거나 단기적으로 경제적 가치가 허락하는 아젠더라도
그 역할을 제한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문제를 제기하고
이를 통해 사회변화를 만들어가는 기업이다.

이와 같은 정의 아래, '아직 형성되지 않은 흐름을 창출하려는 노력'이 행동주의기업의 영역이라고 설명하며, [닥터브로너스] [파타고니아] [바디샵] [러쉬] 등 네 곳의 기업이 왜 행동주의기업인지 소개했다.


사회적 가치 시대에 던지는 문제제기

네 곳의 기업 사례를 통해 행동주의 기업들이 제기하는 근본 질문이 '비즈니스 패러다임의 전환'임을 지적한 저자는 눈에 보이는 몇몇 캠페인의 외형만이 아닌, 그 행동을 하기까지 어떻게 스스로 성찰해왔는지, 사회적 책임을 어떤 방식으로 축적해왔는지, 그 과정과 시간을 봐야 한다 설파했다.


최근 ESG 경영이 화두가 되면서 벤치마킹을 하려는 기업이 많은데, 이 측면에서도 저자의 문제제기가 실마리가 된다. A 기업은 이사회 정관을 바꿨더라, B 기업은 위원회를 만들었더라, C 기업은 조직을 키우더라. 하지만 이것은 눈에 보이는 결과일 뿐, 축적된 시간과 과정의 깊이가 없이는 작은 파도에 무너져내리는 모래 위에 짓는 누각에 불가할 뿐이다.



"GE는 앞뒤가 맞지 않는 기업이다 - 제프리 홀렌더" 

[리스판서블 컴퍼니 파타고니아]의 저자 빈센트 스탠리는 "GE는 환경을 내세웠지만 환경철학에 투철하지 못하고, 에코매지네이션은 단 한마디로 마케팅이다"라고 일축했다. GE는 겉으로는 지속가능한 환경을 위한 진지한 마케팅, R&D 계획을 강조하면서 실제로는 오염을 통해 이익을 창출하고 환경에 유익한 법안 통과를 방해하기도 했는데, 이러한 모습이 일반기업과 행동주의기업의 차이를 보여주는 포인트가 되기도 한다.

실제로 얼마나 많은 기업이 환경과 사회를 위해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고 선전하고 있는가? 이를 확인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잠시 시간을 내어 구글 등 검색창에 몇 가지 키워드만 넣으면 수많은 검색 결과를 볼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들 기업은 파타고니아, 닥터브로너스, 바디샵, 러쉬 처럼 행동하는 기업인지 아니면 GE 처럼 포장만 그럴싸하게 하는 '위장 행동주의기업'은 아닌지 판단해 볼 필요가 있다. 


저자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한 듯하다. '위장 행동주의기업'을 가려내기 위한 행동주의기업의 열 가지 공통점을 제시한 것이다.

- 행동주의기업의 일관된 공통점-

1. 사회, 환경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한다
2. 기업시민의식에 기반하고 있다
3. 자신 역시 철저하게 실천한다
4. 실천의 범위를 비즈니스 울타리 내로만 가두지 않는다
5. 시스템 변화 등 더 높은 목표를 추구한다
6. 비즈니스를 플랫폼으로 활용한다
7. 이해관계자의 참여를 이끌어낸다
8. 지속가능성을 넘어 되살림을 추구한다
9. CEO부터 적극적으로 행동한다
10. 직원 행동주의와 결합되어 있다



"비즈니스 혁신의 확대 & 사회 시스템 혁신의 확대"

저자는 사회적 가치 확산을 위한 두 가지 방향으로 '비즈니스 혁신의 확대'와 '사회 시스템 혁신의 확대'를 제시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첫 번째 방향은 사회공헌에서 비즈니스로 확산시키는 것으로, 세 단계를 거쳐 진행된다. 첫 단계는 사회공헌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만들고, 두 번째는 비즈니스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폐해를 유발하는지 자각하고 훼손하는 환경, 사회적 가치를 줄여나가고, 세 번째는 비즈니스라는 동력을 통해 플러스 가치를 지속적으로 만들고, 범위를 원재료 단계부터 폐기 단계까지 확대해 나가는 것이다. 


두 번째 방향은 비즈니스 혁신을 넘어 사회 시스템 혁신으로 확대시키는 것이다. 이 역시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는데, 첫 유형은 대중인식 개선을 하는 것, 두 번째 유형은 자발적 인증 체계를 만드는 것, 세 번째 유형은 제도화를 추진하는 것으로 정리하고 있다.


'행동주의기업'과 더불어 '행동주의개인'이 필요한 사회

몇 년 전부터 오디션 프로그램이 유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그 영역을 넓혀 트로트 경연도 많아졌다. 이러한 오디션 프로그램과 함께 한 가지 생긴 버릇이 있다. 바로 '남을 평가하는 것'이 자연 스러워진 것이다. TV 화면에 나온 출연자를 보며 "잘한다, 못한다, 30호 참가자가 제일 낫네" 등 평가하기 시작했다.


요즘 사회적 가치를 부르짖는 기업을 보며 우리는 평가하기 시작했다. 어디가 잘하고, 어디가 못하는지 평가하고 있는 나 자신을 보며 문득 든 생각이 있다.

'나는 잘하고 있나? 나는 무얼 하고 있나?'  


이 책의 저자는 맨 앞장에서 아무리 기업이 노력해도 지구가, 환경이 훼손되는 것은 피할 수 없다는 엄중한 경고를 하고 있다. 그렇다면 행동주의기업이 많아질수록 우리 사회는 좋아지는 것일까? 책에서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되살림이 가능할까? 물론 일부는 가능하겠다. 하지만 타이타닉호에 밀려 들어오는 바닷물을 숟가락으로 퍼내고 있는 수준밖에 안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행동주의기업과 함께 이제는 행동주의개인이 필요하다. 행동주의기업의 활동에 관심을 갖고 지지하며 그들의 제품이나 서비스에 일명 '돈쭐'을 내주는 것도 방법이겠다. 그리고 위장 환경주의기업에 대해서는 얄팍한 그들의 속임수에 경종을 울리고, 지속가능경영의 온전한 실천을 독려해야 한다. 그리고 행동하는 개인이 할 수 있는 것을 정의하고 하나씩 실천해 나가야 한다.


더 이상 우리가 오디션 프로그램의 시청자로서 누가누가 잘하나 평가하고 시청자 전화투표 행사하는 것으로 우리의 책임을 다했다고 끝내기에는, 현시대는 '정도'로부터 너무 멀리 벗어났다. 기후변화가, 다양성을 포괄하지 못하는 차별문화가, 기업의 갑질과 불법과 그리고 개인의 일탈 등은 행동하는 기업과 행동하는 개인이 늘어나야 하는 분명한 이유임을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을 읽은 독자로서 행동주의기업을 지지하고 나 또한 행동주의개인이 되어보겠다고 다짐해 본다.

 

*덧붙임의 글

저의 첫 브런치에 존경하는 서진석 팀장님의 책 서평을 실을 수 있어서 영광입니다.


김민석 앙자 (Ph.D) 
지속가능연구소 소장
한국준법진흥원 원장
한양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명지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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