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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a Jul 10. 2021

당신의 작은 숲을 응원해

에필로그



실제로 만난다면 무서워 어쩔 줄 모르겠지만, 상상만으로는 그저 귀엽고 사랑스러운 반달곰. 현재 지리산 자락에 살고 있는 반달곰들은 어쩌면 지리산 자락에 살 수 없을 운명이었다. 하지만 종복원사업에 의해 이곳을 새로운 터전 삼아 살고 있다. 나 역시 그렇다. 계속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며 살아갈 확률이 높은 운명이었지만, 지금은 지리산 자락을 터전으로 살고 있다. 반달곰들을 나와 동일시하며, 우리가 선택한 산, 지리산에 대한 애정을 확신했다.


하지만 지리산 자락에 집을 얻은 첫여름, 종복원 사업에 의해 태어난 KM53 반달곰의 지리산 탈출 감행 과정에서의 사고 소식을 듣게 됐다. 내가 이토록 애정 하며 선택한 산, 지리산이 어느 반달곰에겐 탈출하고픈 곳이라니! 그래서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됐다.


'누구에게나 운명의 작은 숲이 있지 않을까?'

'각자가 원하는 그 숲은 각기 다르지 않을까?'


누구나 가질 수 있다.

그러나 누구나 다를 수 있다.

자신만의 숲이란 건 그런 것 아닐까.


이곳에서 네 번째 여름을 맞이한다. 그리고 최근에 다시 듣게 된 KM53의 근황.






[앵커] 멸종 위기에 놓인 반달곰 복원 사업에 최근 의미 있는 일이 있었습니다. 지리산에 방사한 수컷 반달곰이 백두대간을 누비다 3년 만에, 다시 지리산 품으로 다시 돌아온 것인데요.

이 반달곰이 남긴 행적을, 이용식 기자가 추적했습니다.


[기자] 해발 600여 미터, 전북 남원의 지리산 중턱입니다. 안테나를 든 연구원들이 수컷 반달곰 몸에 달려 있는 발신기 신호음을 따라 숲 속으로 들어갑니다.


[황부영/국립공원공단 반달곰 연구원] 현 위치에서 300미터 정도 떨어진 위치에 반달가슴곰이 있는 것으로 확인됩니다.


[기자] 이곳 지리산에 살던 KM53은 지난 2016년 9월에 발신기 고장으로 소식이 끊긴 뒤 이듬해인 2017년 6월에 경북 김천 수도산에서 발견됐습니다. KM53은 지난 2004년 반달곰 복원사업을 시작한 뒤 새 서식지를 찾아 나선 첫 개체입니다. 이 반달곰은 지리산을 벗어났다 포획돼 두 차례 다시 방사됐지만 90km가량 떨어진 수도산으로 계속 이동을 시도했습니다. 그 과정에 고속도로를 건너다 버스에 부딪쳐 큰 수술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반달곰은 지난달 31일 경남 거창 남덕유산에서 이동 중인 게 확인됐습니다. 그 뒤 함양과 장수를 거쳐 곧장 남쪽으로 내달린 지 이레 만인 지난 6일 밤, 55km 떨어진 지리산으로 돌아온 것입니다. 2018년 떠난 뒤 3년 만입니다.


[장정재/국립공원공단 남부 보전 센터장] 교미 시기가 보통 6월에서 8월 경이거든요, 암컷을 찾아서 이쪽 지리산까지 왔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기자] 연구팀은 중부지방까지 올라갔다 돌아온 KM53의 이동 경로가 반달곰 서식지 확대에 소중한 자료가 될 것으로 보고, 24시간 집중 관찰에 들어갔습니다.


(SBS 2021년 6월 12일 뉴스: https://news.v.daum.net/v/20210612203002247?x_trkm=t)





지리산을 탈출해 수도산으로 가고 싶어 했던 KM53에게 자유를 준 뒤 3년. 백두대간을 누비고 다닌 KM53이 (아마도 짝짓기를 위해) 지리산으로 돌아왔다는 뉴스다. 관리되고 있는 서식지 지리산을 벗어나서도, 다른 친구 전혀 없이 혼자서도 잘 지냈던 KM53. 그는 본능과 필요에 의해 짝짓기가 가능한 지리산으로 돌아왔지만, 또다시 지리산을 떠나갈지도 모른다.


지리산 자락이 내 운명의 숲이라 믿으며 도시를 떠나온 나는 KM53이 백두대간을 활보하는 동안, 작은 시골 마을 한 곳에서만 지냈다. KM53의 새 소식을 들으며 나는 또 생각해 본다.


'원하는 숲을 찾아 헤매고 다닐 수도 있고, 혹 그 숲을 찾지 못해도, 상관없지 않을까?'

'나만의 작은 숲이 평생 한 곳이 아니라 여러 곳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현재 ‘나의 작은 숲’이라고 여기는 이 숲에서 영원히 머무르지 않을지 모른다. 또다시 새로운 나만의 숲을 찾아 헤맬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쨌든, 지금은 이곳을 나의 작은 숲이라고 한다.


이젠 숲에 콕 박혀 지내지만 않을 테다. 지난 시간동안 단조롭지만 충만했던 일상에서 얻은 힘으로, 자신만의 숲을 찾는 이들을 위해 건강한 먹거리를 만들 테다. 작은 숲을 찾는 당신을 위해 한 끼를 짓기도 하고, 그 수익으로 KM53 같은 반달곰들의 숲을 지키는 일(반달곰을 사랑하는 1%)에도 참여하려 한다. 나의 작은 숲이 커지고 있다.


당신만의 숲을 찾아 헤매고 있다면, 응원을 보낸다. 때론 KM53처럼, 당신처럼, 헤매고도 싶다. 이젠 헤매는 나도, 정착한 나도, 다를 것 없는 나로서 사랑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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