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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a May 16. 2022

스피아민트

야X채소이야기#05.




분류(과명)  : 꿀풀과, 여러해살이(숙근초) *박하속(민트menta/mint)에 속하는 종의 하나
원산지 : 유럽과 아시아의 수많은 지역(중동, 히말라야, 중국 등)에 자생


생각 #01. 숙근초

겨울 내내 우리 집 화단은 처리장이다. 늦가을에 피고 지는 산국을 끝으로 화단의 모든 것들이 자취를 감추고 나면, 마당에 떨어진 낙엽이나 각종 마른풀을 그 위에다 버리기 때문이다. 버린다고도 볼 수 있고, 화단의 흙 위를 그런 것들로 덮는다고도 볼 수 있다. 


겨울이 가고, 얼었던 땅이 녹는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알아채자마자 땅을 열고 나타나는 존재가 있다. 우리 집 화단에서 매년 그 배역을 맡아 열연하는 것은 스피아민트다. 스피아민트는 완전히 죽어 사라지지 않았기에, 가장 먼저 잎을 내민다. 스피아민트 같은 부류의 식물을 숙근초라 한다고 한다. 겨울에는 땅 위의 부분이 죽어도 봄이 되면 다시 움이 돋아나는 풀, 숙근초(宿草)


스피아민트는 이 집에 이사 온 첫 봄, 농사 선생님에게서 몇 뿌리 얻어와 화단에 옮겨 놨을 뿐이었다. 아무것도 해 준 것이 없다. 그런데 5년째 화단 여기저기를 누비며 스스로 산다. 내가 전혀 신경 쓰지 않아도 알아서 살아가며 내게 끊임없이 상쾌한 맛을 선사하는 채소. 


그런 채소가 겨울 동안 뿌리만 잠잘 뿐, 죽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나서부터, 내가 유일하게 하는 일이 있다. 겨울 동안 낙엽이나 마른풀을 화단에 덮어 주는 것이다. 스피아민트가 조금이라도 따뜻하게 잘 수 있도록, 내가 제공하는 서비스. 이불 덮어주기.


올해도 가장 먼저 이불을 걷어차고 일어난, 상쾌한 스피아민트. 봄이 왔다. 





생각 #02. 껌차

스피아민트가 한없이 무성하게, 무섭게 자라면 그 잎을 따다 말린다. 

그리고 따뜻한 물에 우려내어 마신다. 

껌을 씹지 않고 마신다.

스피아민트~ 껌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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