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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ㅇㅅㅇ Mar 07. 2017

1. 내가 나를 발견한 것은 외부였다.

인생의 전환점은 충격에서 비롯된다.

- 30퍼센트의 계기


나는 나에 대해 자주 탐구해왔다. 누구보다 자기 자신에 대한 성찰을 끊임없이 해왔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다는 걸 절감하게 된 계기가 있었다.


신형철의 <정확한 사랑의 실험>을 보고 나는 내가 생각지도 못했던 근본주의자라는 사실에 살짝 충격을 받았다. 내가 종교를 신뢰할 수 없었던 이유는 그것이 하나부터 열까지 완벽하게 맞다는 근거가 없기 때문이었는데,  태도가 바로 근본주의자라는 거였다. 물론 이 태도는 잘못되었고 바로 고쳐먹을 만큼 다소 충격적이었다. 여태 나는 내가 이성보다는 감성에 훨씬 가깝다고 여겨왔기에 이런 나의 숨겨진 이성적 태도를 정확하게 짚어낸 점이 놀라웠고, 그 명칭을 알고 나니 희미하게 흩어져있던 것이 한데 모아져 '근본주의자'라는 글자 안에 담기게 되었다. 또한 알랭 드 보통의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을 보고 나는 내가 불안정 애착인 걸 알았으며, 자기혐오와 자기연민을 둘 다 지니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는 이를 통해 자존감을 키우기로 마음 먹었다.


마찬가지로 내가 미니멀 라이프를 결심하게 된 이유 역시 나 스스로 알아낸 것은 아니었다. 나는 이전까지 '미니멀 라이프'라는 명칭을 몰랐다. 그 명칭을 알기 전까지는 그것에 관해 겉돌기 식으로 얘기하다가 친구와의 대화에서 무심코 튀어나온 거였다. 그것이 미니멀리즘과 나의 첫만남이었다. 곧장 검색창에 검색을 했고, 이것이야말로 내가 찾는 아니, 내게 맞는, 내가 만나야 할 삶이라는 강렬한 끌림을 느꼈다.


결국 내가 나를 발견한 것은 외부였다. 나는 나를 책 속에서 보다 분명하게 마주하게 되었고,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내게 맞는 삶을 찾게 되었다. 내게 맞는 옷을 알려면 내 옷장 안에 있는 옷을 수도 없이 입어봐도 소용없다. 차라리 대형 쇼핑몰을 한 바퀴 돌아보는 편이 더 빠를 것이다. 한정된 내 공간 안에서 나가 더 넓은 세상을 마주했을 때 비로소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 70퍼센트의 계기


사람이 자신이 살아왔던 삶을 어떻게 단박에 고칠 수 있겠는가. 정신을 버뜩 차릴 만큼 큰 충격을 받고나서야 돈주고도 못 사는 깨달음을 얻게 되는 것처럼, 몸소 느끼지 못했다면 미니멀 라이프의 필요성을 몰랐을 것이다.


온 지대한 관심을 쏟던 인스타그램 계정이 삭제된 것은 실수였다. 여기에 대해서는 긴말을 하고 싶지 않다. 내 의도와는 달리 삭제된 계정에 로그인을 해봤자, 매정한 인스타그램은 복구 불가능하다는 알림만 뜰 뿐이었다. 샅샅이 살펴봐도 이것에 항의하는 메일을 보낼 수 있는 쪽도 없었고, 유선 통화는 있을리가 만무했다. 손이 바들바들 떨렸고 지금껏 쌓아 온 모든 것을 상실한 기분이었다. 충격과 허무 그 자체였다. 버튼 하나로 인해 여태 써온 글들이 모두 사라졌다. 이것이 바로 SNS의 본모습이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삭제되었다는 알림을 본 처음 2초 동안은 나도 모르게 '잘 됐다'는 생각이 무심코 스쳐 지나갔다는 점이다. 나는 찰나의 순간 해방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곤 수많은 사람이 아무것도 아닌 SNS에 삶을 낭비하고 있다는 게 보이기 시작했다. 밥을 먹거나, 여행을 가거나, 친구와 있거나 SNS는 항상 우리의 신경 속에 함께였다. 다들 중독인 걸 알면서도 끊질 못하며, 나 또한 실수가 아니었다면 내 의지로 삭제하는 일은 절대 없었을 거라고 짐작한다. 나는 내가 가장 중요하다고 여긴 것을 잃음으로써, 내가 꽉 쥐고 있는 것은 어쩌면 허구적인 환상일 수도 있겠다는 새로운 관점이 생겨났다.


이렇듯 인생의 전환점은 충격에서 비롯되지만, 좌절 속에서도 깨달음을 얻는 것은 본인의 몫이다. 나는 내게 일어난 일을 어떻게든 새옹지마로 생각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지 않고서는 나 자신을 자책하며 과거를 붙들고 고통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판단되어졌기 때문이다. 기어코 어둠 속에서 나를 구원해준 것이 바로 미니멀 라이프로의 도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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