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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단하는 킴제이 Apr 03. 2024

딸이 왜 저런걸 만들어서 판다고 할까요?

굿즈이즈굿 박람회에서 만난 소중한 대화

독일에서 유니스 작가가 한국에 왔다. 같은 고등학교에 대학교를 나와 가까이에서든 멀리 서든 편한 존재. 독일에서 아이패드로 그림을 그리더니 이제는 굿즈 사장님들에게 교육도 하고 아이콘도 판매하고 너무 멋지다. 같이 온라인 강의 해보자고 했던 때가 얼마 전인데 벌써 이렇게 큰 부스에서 손에 잡히는 물건도 판매하고 근사하다. 


소리를 지르며 오는 사장님들, 발걸음이 머무는 손님들의 속도에서 그녀가 얼마나 멋진지 구경했다.

배가 불러 괜찮겠냐고 내게 몇 번 물었지만 이걸 보는 게 내겐 배움과 영광인걸. 

목요일 오픈을 돕고 세일즈 방향도 잡았다가 낮에 기력이 떨어져서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버스 타기 전에 잠시 쉬려고 매표소 쪽 의자를 봤다. 다들 앉아 있는데 한 아주머니 옆에 자리가 조금 나있길래

여쭈어 보았다. "혹시 여기 잠시 앉아도 되나요?"

웃으시면서 가방을 더 챙겨 내 자리를 만들어 주셨다. 머리를 기대고 한숨 돌리는데 오른쪽을 보신다.


"선생님은 여기 무슨 일로 오셨어요?"

"아, 저 아는 작가님이 부스운영한다고 해서 너무 멋져서 구경하러 왔어요."

"아 그러시구나. 저는 선생님도 작가님인가 생각했는데..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오네요 여기. 그런데

아이가 있는 거 같은데 힘들진 않아요?"


"구경하는 게 또 배움이기도 하고 멋지잖아요. 어떻게 오셨어요?" 내가 되물었다.

"저는 이런 세계가 있다는 걸 오늘에서야 알았어요. 사실 딸아이가 여기 부스를 한다고 해서 왔는데 저는 오는 길까지 이걸 누가사냐. 왜 사냐 그랬는데 이렇게 사람들이 많이 오는지 몰랐어요..."


"맞아요! 요즘엔 캐릭터 방향 잡으면 이야기가 돼서 사람들이 팬이 되기도 하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딸한테... 머라고 하기만 하고 저는 진짜 몰랐어요.. 회사 다니면서 이런 거 하길래 쓸데없는 거 한다고 했거든요. 아이가 서울 간다고 차를 빌려달라고 했을 때도 저는 답답하더라고요. 그런데 남편이 데려다주라고 해서 같이 왔는데...."


눈이 붉어지셨다. 부끄럽다고 했다. 친구에게도 전화해서 우리가 이 세상을 봐야 한다고 전했다고 했다.

"저는 왜 알지도 못하는 세계를 가지고 판단하고 딸아이에게 상처를 줬을까요? 너무 부끄럽고.."

"저도 여기 와서 사람들이 많이 오는 걸 보고 놀랐어요. 어머니 혹시 다시 따님한테 지금 느끼시는 걸 말씀하시면 어때요? 이런 말이 맞는 말인지 모르겠지만.. 솔직하게 감정을 말씀하시는 걸 보고 멋지다고 생각했어요"


"아이고... 지금 가서 이야기 나오면 눈물만 나올 거 같아요"

"근데 따님도 알거나 시간이 지나면 느끼지 않을까요? 엄마가 자신에게 상처를 주기 위해서 일부러 하는 말이 아니 니니까.."


어머니는 결국 붉은 눈으로 우셨다. 마음이 풀렸나 보다. 나를 계속 선생님이라 부르셨다.


"그렇게 이야기해 주셔서 고마워요. 혹시 직업이 어떻게 되세요? 눈빛이 뭔가 남달라서요..'

"아! 어머니 저는 마케팅해요. 이렇게 박람회 운영하는 걸 돕기도 하고.. 어머니 진짜 저도 박람회랑 업체들 마케팅 일하면서 대단한 분들이 있다는 걸 많이 알게 되었어요"

"근데 정말 몸 괜찮으세요?"


"네, 저 태국이랑 네팔도 다녀왔어요. 건강해요!"

"선생님은 정말 아름답고 건강한 아이를 낳으실 거예요. 제가 느껴요! 이렇게 배우려고 하시는 분이라면.. 저는 오늘 이런 감정을 느끼면서.. 아이가 뱃속에 있을 때도 더 신경 쓸걸. 내 모든 말이 상처가 된 건 아닐까? 시골에서 살아서 뭘 모르고 했는데. 제가 그냥 나가 살아라 라고 말했을 때 딸은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저도 딸의 말에 어머 놀랄 때가 있는데 딸한테 엄마의 말은 더 클 텐데.."


마음이 계속 쓰이시나 보다. 스스로 말을 뱉으며 감정과 가지고 가고 싶은 진실된 마음이 무엇인지 정의를 하시는 것 같았다. 어머니가 멋졌다. 이렇게 자신의 마음을 해석하면서 솔직하게 풀어낼 수 있는 사람이라니


"어머니, 따님 부스 번호가 어떻게 되나요? 저 구경 가고 싶어요. 정말 멋진 따님을 두신 거 같아서 제가 한번 가봐야겠어요! "


그.. 몇 번이더라 하시면서 핸드폰을 체크해 주시면서 말씀 주셨다.

나는 회사 다니면서 이렇게 부스를 차리고 사람들한테 작품 소개 하면서 파는 게 너무 멋지다고 했다. 어머니한테 시간도 필요한 것 같았고 나도 좀 앉았더니 기운이 차려졌다. 어머니 말씀에 따라가니 귀여운 그림이 있다!

아니 작가님은 또 왜 이리 붉은 사과처럼 초롱초롱 귀여우신가!


스티커랑 엽서를 골라서 결제했다. 사실 이런 굿즈를 사보질 않아서 모르는데 눈길 하나하나 닿는 귀여움에 사랑이 담겨 손이 간다. 작가님의 움츠려드는 팔과 손끝에서 나오는 귀여움,  핀잔에도 불구하고 하나씩 새겨보는 귀여운 색감, 엄마가 몰래 화장실에서 뱉어낸 눈물.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고 박람회 중간에 있는 카페로 갔다.

 아이스 페퍼민트 하나를 사서 다시 돌아가 작가님께 드렸다.


"아까 구매했던 사람인데요.. 사실 여기 부스 찾아온 이유가 제가 밖에서 어떤 멋진 분을 만났거든요. 

따님이 여기 부스를 운영하는데 너무 멋지다고 말씀 주셔서 찾아왔어요. 어머니가 이 세계를 잘 몰랐는데 와보니까 여기 세계와 작기들, 그리고 따님이 정말 멋지다는 걸 알게 되었다고 해서... 구경 왔어요!"


사과속살 같은 볼위로 붉게 눈물이 차 오른다. 주제넘은 이야기인가 싶지만 꼭 말씀드리고 싶었다. 

나는 타인이니까! 잽싸게 음료 드리고 말을 전하고 돌아 나왔다. 다시 유니스 작가 부스로 가서 좀 쉬었다가 결제하는 손님들에게 저 부스도 귀여우니까 한번 가보라고 말을 전했다. 40분 쉬었나 다시 인사를 하고 출구로 나가는데 누군가 나를 급히 부른다.


"선생님!!!!"

"어?!?! 어머니???"

"아 선생님!! 제가 선생님 찾으려고 여길 몇 바퀴를 돌았는지 몰라요. 이거 선물이에요"


따님의 굿즈를 주시는 거다! 

"어?!! 어머니 저 샀어요! 그리고 그림 너무 귀엽더라구요!!! 사다 보니 여러 개 사버렸어요!!!"


"선생님이 가고 나서 제가 친구한테 바로 전화를 했어요. 오늘 천사를 만났다고., 너무 감사해요 제가 한번 안아 드려도 될까요? 정말 감사해요. 어쩜 오늘 제게 오셨나요. 좋은 말 해주셔서 감사해요"


난 정말 좋은 말을 한 게 없다. 어머니의 시간에 맞춰 누군가 나타나고 이야기를 들어준 것뿐인 것 같은데.

그리고 나도 그 말을 듣고 엄마가 내게 던진 말들도 다시 한번 해석해서 좋은 씨앗을 품게 되었는데..


"정말 정말 제가 기도했어요. 앞으로도 기도할게요. 아름다운 아이가 나올 거예요"


발끝부터 무슨 찬란한 물들이 차올라서 눈물을 건들고 머리가 맑아진다. 내가 축복을 받고 있다.

누군가가 내게 온전한 이 사랑을 전하고 있다. 손끝까지 혈액순환이 핑핑 돌 만큼 따뜻한 에너지를 받았다.

글을 쓰면서도 손끝이 따뜻해진다. 행복둥이도 뱃속에서 꿀렁꿀렁 춤을 춘다.


행복둥아, 너 덕분에 내가 엄마를 배워.

너 덕분에 내가 말이야. 이 세상 엄마들의 말로 다시 나의 엄마를 새겨보곤 해.


이 시간과 대화, 붉은 눈물, 헐레벌떡 전해주신 선물까지 내가 다 품어 온 세상을 사랑하고 싶다. 행복둥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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