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연하게 대상없이도 그리움에 묻힐 때가 있다. 나는 터키 노래를 들으면 그렇다. 내가 이전에는 알아듣지 못했던 말들이 지금도 여전히 모르지만 몸으로 알겠는 신기한 기분이다. 터키에서 살 때도 그랬다. "데키 교즐레~ 이즐레르 쵹 규젤" 말만 들어도 풍선에 두둥실 떠다니는 아름다움이 가득하다. 몰라도 알아들어서 신기해서 안네네와 아바바와 대화를 할 때도 말이 통했다. 대답은 잘 못했지만 내게 주는 모든 에너지와 분위기 그들의 눈빛이 다 말을 해주고 있었다.
예전에 이대일 교수님께 내가 전생에 터키에서 있었거나 몽골쪽에서 태어나 터키로 넘어간게 아닐까 이야기를 한 적도 있다.
Her sey Sninle guzel. 이 노래 제목은 너의 모든 것이 아름답다라는 뜻이다. Her sey는 있잖아. 여기. 저기 이런 느낌으로 배웠던 것 같다. Guzel은 좋다 맛있다 아름답다는 뜻인데 나는 터키 친구들이 Guzel 이라고 말할 때마다 입에서 아름다운 동물 바람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최근에는 터키의 음식들이 계속 생각나서 태국에 갔다가 터키를 가는 비행기를 알아보았다. 잠시라도 좋으니 가을 겨울에 파는 콩음료를 먹고 오고 싶다. 다들 보고 싶은 친구들은 이제 독일로 많이 이사를 갔고 할머니는 돌아가셨다고 들었다. 여름 집에서 낮에 수영하고 낮잠을 잘 때면 문을 닫아주시면서 뽀뽀를 날려주셨던 안네네. 나는 그녀가 너무나 순수하고 귀여워서 70이 넘어도 그녀의 터키어는 아름다운 옹알이로 들렸었다. 어제는 그녀의 소식에 놀랐지만 그래도 마음이 곧 편해졌다.
우리의 시계축이 잠시 겹쳐 만나 같이 대화를 나누고 한 집에서 지내보고 사랑을 나눴던 순간에 감사하다.
나도 언젠가 안네네가 되었을 때 그녀의 반짝이는 순수한 눈 빛이 내게도 남아 있길.
오늘은 터키에 바로 떠나버리고 싶기도 하고 ... 가지 않은채 영원히 그리워하여 나만의 세상으로 남기고 싶기도 하고 ..모든 이들을 만나 사랑을 모조리 짜내서 주고 싶기도 하고 혼자 지내고 싶기도 하고.. 추운 날씨를 힘차게 걷고 싶기도 하고 혼자 따뜻한 차를 마시면서 노래나 듣고 싶기도 하고..
모든게 그립다가도 노곤노곤 피곤해진다.
https://www.youtube.com/watch?v=hSEqTDCtwf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