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일이 부담감으로 오면 일을 미루는 경향이 있다. 스트레스를 온전히 받으면서 꾸역꾸역 하는 편인데 차라리 그럴 시간에 안 하고 책이나 읽는 게 생산적이다. 그런데 그게 안되는 걸 우째. 대본을 준비하는 과정도 괴로워서 4-5시간을 힘들어하고 이제는 안 하면 안 될 때 후다닥 하게 된다. 비슷한 일이나 프로젝트에서 이게 반복되면 나중에 후루룩하게 되는데 ,. 처음 해보는 건 이렇게 온갖 시간은 버려가며 힘들어한다.
나는 그래서 타인과 같이 할 때 더 말끔하게 생산적이 되는 거 같다. 나와의 약속은 미뤄도 되나 같이 하면 그러면 안 되니까.. 어제도 대본을 다시 수정하게 쉽지 않아서 질질 끌다가 책 한 권을 읽었다. 스피치 관련이었는데 그래도 말해본다고 이런 거 공부하는 나도 귀엽다. 교양 중간고사를 하루 만에 공부하듯이 초 집중해서 속독하면서 필기하면서 뚝딱 읽었다. 죄책 감 없이 하루를 잘 보냈다. 오늘도 좀 뇌에 생산성과 자극을 주는 책을 읽어야겠다. 예전에 고명환 작가가 쓴 '이 책은 돈버는 법에 관한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세무사 계약하러 갔다가 대표님이 선물해 주신 건데 몇 번 보다가 가볍게 읽기 좋아서 제주도 워케이션 갈 때 챙겨갔다. 5박 6일 동안 사업가 워케이션으로 지원사업 발표를 준비하는 거였는데 빡셌다. 방에서 또 힘들어하는 나는 책이나 읽으며 회피했다. 책에서는 모든 일을 할 때 고수처럼 느껴보고 싶으면 여유로운 척, 즐기는 척하라고 했다. 이 말이 깊게 들어와서 바로 노트에다가 내가 말하고 싶은 3가지 포인트를 정리했다. 그래 난 이것만 말하면 돼.
서울에서 최종 발표회를 했는데 나는 강원도로 지원했기 때문에 ㄱ이라 1번 차례였다. 생각지도 못하게 자리가 커져서 하나금융 뭐 대표 어쩌고 분도 오시고 지원사업 대표님도 오시고 너무 떨렸지만 여유로운 척했다. 내게 주워진 시간은 5분 이미 특허까지 낸 팀들을 이길 수도 없다. 나는 그냥 사업가다 생각하고 무대를 그냥 경험하자 생각하고 올라갔다. 후딱 가버리려는 그 시간을 최대한 즐기려고 노력했다. 처음으로 안 떨린 것 같다. 아니 그니까 이게 떨렸는데 그때는 느낌이 달랐다. 진짜 여유로운 척하면 되는 건가 신기했다. 왜냐면 그 지원사업 대표님이 눈이 놀라 하면서 연신 내게 따봉을 날려주셨기 때문에. 지금 내가 잘된다. 나 문을 열었다 하는 느낌이었다. 내려와서도 다들 응원을 해주셨고 끝나고 가서도 대표님이 발표를 잘해줘서 뒷사람들 에너지가 쫙 올라갔다고 했다.
'오... 그런가? 오.... 나는 우수상 받고..... 다른 사람들 다 최우수, 대상..... 의 밑거름이 된 건가?'
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진짜 수상을 했다는 게 너무 기뻤다. 내가 사업 배워보고 싶어서 공부하려고 한 건데 상금도 챙겨주는 이 세상이 너무 신기했다. 원하는 게 있으면 세상이 돕는 건가 신기했다. 가족들은 더 큰 상을 못 받은 거에 좀 아쉬워하는 눈치였는데 나는 정말 행복했다. 수많은 대표들의 발표를 눈에서 봤다. 이 시장에서 내가 펼칠 수 있는 차별점과 부족함을 이렇게 대놓고 보여주는 자리가 어디에 있겠어. 진짜 내 실력이나 자료들은 다른 분들에 비해서 정말 정말 이래도 된다고 싶었지만 그 5분의 에너지로 받은 상금이다. 원하는 게 있으면 이렇게라도 세상이 도와주는구나 싶었다. 저저번주에 일을 하고 있는데 그때 지원사업 대표님이 연락이 왔다. 이슈가 있는 건 아니고요 한국이신가요? 하고 톡이 와서 이야기를 나눠보니 내게 세바시를 연결해 주셨다. 어? 지원사업을 위한 발표자리냐고 했더니 100% 킴제이 이야기가 궁금하다고 하셨다. 아!!!!!! 이게 뭔가 진짜! 세상에 다 씨를 팍팍 뿌리고 싶다.
처음부터 거대한 나무 되려고 목말라하지 않고 씨 뿌리며 춤추는 농부가 되고 싶다. 너무 뿌듯하고 기쁘다. 히히 뱃속이 이 아이와 함께 또 해본다고 하니까 더 여유 부리는 척을 능청맞게 하면서 해보고 싶다. 나는 또 이 글을 쓰고 못하겠다고 괴로워하겠지만, 몇 번이고 이렇게 힘겨워하다가 결국은 해내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내 인생은 더 긴 시간과 찬란한 시간을 가졌을 테니 더 힘들어도 되니 포기하고 싶지 않다. 언젠가 이렇게 나를 땅땅 때려 망치질하다 보면 억지로라도 어쩔 수 없이 그릇이 커지지 않을까... 그럼.
지금 맛깔난 쌀을 만들어 내지 않아도 돼. 허리 숙여 고생스러운 길이 지금은 축복. 땅을 일구고 곡괭이 질을 하며 이 리듬에 춤을 춰야지. 배움의 즐거움과 의미를 다 알지 못해도 무식한 지혜로 나를 더 좋아해 주며 위로해 가며 땀 흘려야지. 초등학교 1학년 때 나는 처음으로 나, 너, 우리를 써본 기억이 생생하다. 나는 이 단어들의 뜻이 글로 표현된다는 게 너무나 신기했다. 글씨를 참 잘 쓰네 ~ 선생님이 한마디 해주셨는데 그게 너무 신나서 집에서도 계속 나, 너 , 우리를 써보며 엄마한테도 알려주었다. 8살의 그 꼬마로 평생 살며 소소한걸 대단하다며 호들갑 떨며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