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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파동 강작가 May 28. 2017

장애인과 함께 떠나는 여행

공간을 잇는 서울로 7017, 사람길이 되었으면...

저녁에는 여전히 서늘한 날씨에 어디론가 산책이라도 가고 싶은 봄의 끝자락.

지어진 지 40년이 지난 서울역 고가가 사람들이 거닐 수 있는 길로 재탄생했습니다. 서울역 일대를 17개의 보행길로 연결한 '서울로 7017', 오늘은 휠체어를 타고 그 길을 거닐어봤습니다.


2017년 5월 20일. 지하철 1호선/ 4호선/ 공항철도/ 경의, 중앙선이 모여있는 서울의 중심에 공중 보행길 '서울로 7017'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오픈과 동시에 많은 시민들이 몰려들면서 서울의 또 하나의 대표적 관광지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이지 트립은 이 곳이 장애인에게도 즐겁게 찾을만한 관광지, 혹은 산책로가 될 수 있을지가 궁금했습니다.

어느 길이나 마찬가지지만 서울로 역시 휠체어로 진입할 수 있는 경사로나 엘리베이터가 있는지 찾아봤습니다. 다양한 출입구로 서울로 에 진입할 수 있지만, 지역 주민이 아니라면 어디서 오느냐가 중요하겠죠?

서울역은 교통이 편리하지만 휠체어로 이동하기에는 너무 힘든 곳입니다.  그나마 최근에 생긴 공항철도 15번 출구가 휠체어로 나오기가 쉽고 서울로의 시작 지점이기에 그곳에서 출발하기로 했습니다. 옛 기억이 남아 있는 분들에게는 '서부역'이라는 명칭으로 잘 알려진 곳이죠.


                                                                                       출처 : 서울시, 사진촬영 : Ossip_van_Duivenbode

서울로를 탐방하기 위해 두 가지의 안내지도를 살펴보았습니다.  큰 지도(보행길 안내지도), 작은 지도(서울로 100배 즐기기) 이렇게요.

큰 지도에는 계단이나 경사로, 장애인 화장실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고 출입로 위치만 나옵니다. 작은 지도에는 화장실 위치와 계단으로 된 출입로는 표시되어 있지만 장애인 화장실에 대한 정보나 경사로가 어디 있는지는 표시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직접 경사로와 장애인 화장실 위치가 추가된 지도를 만들어봤습니다.(위 지도 참고) 서울로 1번 출입로 옆에 장애인 화장실이 있는 서울로의 유일한 공공화장실이 있습니다. 또한 경사로는 총 두 곳이 있는데 만리동 쪽에서 내려오는 서울로 1번 출입구와 회현역 쪽의 출입구가 경사로로 되어 있습니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에게는 경사로의 유무가 중요한 정보이기 때문에 안내지도에 반드시 표시되어야 합니다. 나머지 출입로는 다 계단으로 되어 있습니다. 



1번 출입로에 있는 경사로를 이용해 서울로 에 올라서면 이 길의 콘셉트가 한눈에 보입니다. 콘크리트 바닥과 콘크리트 화단, 조금은 건조하고 딱딱한 느낌의 길이 서울로를 대변하는 것이겠죠. 2만 4천 그루의 각종 식물들을 살펴보면서 걷는 길은 자칫 직진으로 그칠 수 있는 길을 잠시 잠깐 쉬어가는 산책로로 느껴지게 합니다. 다만 장애인들에게도 그럴까라는 염려는 여전히 지울 수 없습니다. 휠체어를 탄 것이 오히려 다른 사람들의 보행에 방해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는 좁은 길을 가는 것도 힘들고 드문드문 설치된  점자블록에 의지해 이 길을 가야 하는 시각장애인들에게는 단순한 육교의 기능조차 기대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시각장애인들에게 콘크리트 화분은 조심해야 하는 장애물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시각장애인을 위해서는 자원봉사자를 배치했다고 하는데 오히려 설계와 건축 과정에서 누구나 편히 걸을 수 있는 길을 만들었어야 하는 게 아닐까요? 그래야 서울시에서 자랑스럽게 얘기하는 진정한 '사람 길'이 되는 것이겠죠.


평일 낮은 그나마 이용하는 사람들이 아주 많지는 않아서 잠시라도 길 아래를 내려다보면서 경치를 즐길 수 있습니다. 만리동에서 명동으로 건너가는 장애인들에게는 이 길이 편리할 수 있습니다. 서울역을 지나가는 길이 워낙에 복잡하고 어렵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이 길이 누구에게나 편한 길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더욱 커집니다.  



사실 서울로는 여러 가지로 신경을 쓴 흔적이 보입니다. 공연을 즐길 수 있는 공간, 방방 놀이터, 서울로 전시관, 정원 교실, 공중 자연쉼터 등의 즐길거리와 먹거리를 판매하는 공간도 있습니다. 이렇게 많은 편의시설이 서울로 에 들어가 있다니 조금 신기하기도 했지만 이 역시 장애인들에게도 모두 열려 있지는 않습니다.


                                                                                       출처 : 서울시, 사진촬영 : Ossip_van_Duivenbode

서울로 1번 출구에서 출발한 탐방은 회현역에 이르면 마무리가 됩니다. 휠체어를 타고 지나는 길이 쉽지는 않았는지 배가 금방 고파왔습니다. 서울로의 회현역 근처 11번 12번 출입구와 연결되어 있는 호텔 마누와 대우재단 건물에는 휠체어를 타고 이용할 수 있는 식당들이 있습니다. 게다가 분위기도 좋은... 우리는 이 식당을 둘러보고 "이 식당 때문에 한 번 정도는 더 와도 될 것 같네요"라고 했답니다.


                                                                                       출처 : 서울시, 사진촬영 : Ossip_van_Duivenbode

11번, 12번 출구부터 회현역까지의 거리는 폭이 좁아집니다. 그래서 휠체어로 지나가기가 더 불편했습니다. 우리 뿐만 아니라 반대방향에서 오는 사람들도 길의 폭이 좁아서 서로 지나쳐 가기가 많이 불편했습니다. 이렇게 서부역 쪽의 1번 출입구에서 회현역까지 저희의 서울로 7017의 탐방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서울로 7017을 둘러본 소감은 기존의 낡고 노후화된 고가도로를 사람이 다닐 수 있는 길로 만든 건 나름의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서울에 이런 특색 있는 공중 공원이 만들어지는 것이 사람과 사람, 공간과 공간을 연결하는 의미를 가질 수 있겠죠.


하지만 전에 없던 새로운 길이 만들어지는데 여전히 장애인이나 노약자에게는 힘든 길이라는 것이 깊은 아쉬움을 남깁니다. 이 사회의 약자인 장애인들이 편한 길이라면 모든 사람들에게 편한 사람길이 되었을 텐데 왜? 우리는 여전히 누군가에게는 불편한 길을 만들 수밖에 없는지 너무너무 궁금합니다. 그것이 그렇게 어려운 것일까요? 서울로 개장 전에 장애인들과 함께 점검을 하고 의견을 들었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모든 것이 만들어진 후에도 반영해야 할 개선사항이 있다는 것은 이 길이 모든 사람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길은 아니라는 반증이겠죠. 


'서울로 7017'은 이용해 볼만 합니다. 서울역 주변의 복잡한 길을 한 번에 건널 수 있는 유용한 길입니다. 그러나 일부러 찾아가서 즐길만한 길은 아닙니다. 우리에게 길은 어떤 의미인가요? 누구라도 아무런 불편함 없이 목적지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것이 길이라면 '서울로 7017'은 아직은 부족해 보입니다. 그 부족함을 보완하고 메꿔가는 것이 이제부터 해야 할 일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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