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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선미 Aug 26. 2021

배구, 안 본 눈 삽니다, 코드 리뷰 #sh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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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랑 작가의 에세이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를 다시 읽고 있다. 6월에 양양, 강릉 여행을 하면서 한 번 읽었는데 두 달이 지난 지금 완전히 새로운 책을 읽는 것 같다.


유튜브로 배구 영상을 반복해서 재생하는 것을 보고 동거인이 '왜 봤던 것을 보고 또 보느냐' 의아해했다. '난 기억력이 썩 좋지 않아서 다시 봐도 처음 보는 것처럼 새롭고 놀라워'라고 대답했다.


요즘 하이큐라는 배구 만화를 보고 있는데 그 만화를 보고 여자 배구 영상을 보니까 또 완전히 새로운 세계가 열렸다. 예전에는 배구를 본다고 하면 눈이 공만 쫓아다니기 바빴는데 이제는 상대편 코트에 공이 있을 때 우리 선수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보게 됐다. 이전에는 스파이커에게만 가슴이 뛰었었는데, 이제는 경기의 사령탑과 브레인 역할을 하는 세터, 득점을 내는 공격을 할 수는 없지만 수비라는 최고의 공격을 하는 리베로, 네트 주변 영역을 휘어잡는 미들블로커 모두에게 가슴이 뛴다.


책을 다시 읽는 것도 그런 것 같다. '안 본 눈 삽니다'를 할 필요가 없는 휘발성이 높은 기억력과 끊임없이 변하는 나의 콜라보레이션으로 책에 쓰여있는 문장은 그대로지만 매번 새로운 책을 읽을 수 있게 된다. 책장에 책이 10권이라면 그걸 100권처럼 읽을 수 있고, 도쿄 올림픽은 한 번이었지만 도쿄 올림픽이 매일 개최되는 것처럼 짜릿하게 배구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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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랑 작가의 여행 에세이는 아름답고 따뜻하고 무해하다. 나의 여행도 이렇게 쓸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하지만 내 여행은 코미디이거나 다큐이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스릴러다. 장르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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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 리뷰를 했다.


내가 미치는 포인트는 다음과 같다.

비효율적인 코드 X : 바라보는 게 고통스럽긴 하지만 괜찮다.

센스 없는 변수명 X : 누구나 센스를 가질 순 없다. 내 변수 명도 누군가 보기엔 이상한 작품일 것이다.

일관된 오타 X : 영어 스펠링을 몰랐구나 하고 이해할 수 있다. command + F를 눌러 일괄 수정하면 된다.

띄어쓰기가 어디는 없고, 어디는 하나고, 어디는 두 개 O : 돌겠다.

어디는 맞게 쓰고 어디는 틀리게 쓴 오타 O : 돌아버린다.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서 코드 스타일을 맞춰주는 린터(Linter)를 사용하자고 했다. 왜 한 파일 안에 여러 형식이 섞여있는 것인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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