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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선미 Oct 10. 2021

샹들리에


지난 월요일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장례식장에서 삼일을 보내고, 집에서 삼우제를 치르기까지 머물다 서울에 올라왔다. 언젠가는 돌아가셨겠지만 그게 올해일줄은 몰랐기에, 월요일 새벽 평소라면 깨어있지 않은 시간에 부고를 듣고는 어리둥절 했던 것 같다. 당황하는 나를 동거인이 다독여줬다. 운전 하면서 마시라고 커피를 내려서 텀블러를 손에 쥐어줬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이번주 회의에는 들어가지 못 할 것 같다고 메시지를 보내고, 주유소에서 기름을 채우고 논산으로 내려갔다. 새벽 공기가 영 적응이 안됐다. 여기저기에 흩어져 명절에도 잘 모이지 않던 친척들이 부고 소식에 속속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논산역으로 막내동생을 데리러 가기까지 시간이 조금 남아 할아버지 집에 잠깐 들어갔다.  집은 1991, 내가 태어나던 해에 지어졌다. 할아버지가  계신  거실에 누워 천장을 봤다. 나무로 짜인 천장 장식에 원래는 샹들리에가 있었는데, 지금은 납작한 LED 조명이 어색하게 붙어있다. 할머니가 살아계실 때에는 사람들이 많이 모인   샹들리에를 내렸다. 샹들리에를 가운데두고 동그랗게 둘러앉아 알알이 걸려있던 물방울 모양 장식들을  떼어 물에 씻었다.  대야 안에 장식들이 바그락 바그락 소리를 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할아버지는 샹들리에를 내리고, LED 조명을 다는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 서운하셨을까. 불을 켜고 끄기 편리해져 좋아하셨을까. 생각해보면 할아버지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물어본 적이 없는  같다. 발코니에 서서 조용히 담배를 태우 모습만 사진처럼 선명하다.  기억에는 담배를 놓으신 적이 한번도 없는데, 돌아가시기   전부터는 기억력이 안좋아져 담배를 피는 것도 잊어버리셨다고 했다.


상주인 아빠는 들어온 부의금은 다 빚이라며 봉투째 도로 다 나누어주었다. 賻儀 라고 적힌 흰 봉투 뒷 면에는 봉투를 넣은 사람 이름이 쓰여있다. 아빠는 친척들이 다 모인 거실에서 그 이름을 하나씩 불렀다. 부의금이라는 빚의 주인들이 하나씩 자기 봉투를 찾아 품에 안고 돌아갔다.


형제자매와 친척들이 밀물처럼 들어왔다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그 집엔 이제 엄마와 아빠, 그리고 동생이 남았다. 이제야 선명하게 느껴질 할아버지의 빈 자리가 어떤 크기일지 잘 모르겠다. 장례식장에 앉아 엄마와 나는 자주 덧없다 말했다. 그래도 허무해하지는 말자고, 욕심을 덜어내고 살자고 했다. 할아버지가 두고 간 휴대폰에 부재중 전화가 쌓인다. 아빠는 전화를 돌려주지도 못하고, 무시하지도 못하고 휴대폰을 열었다 닫았다 했다. 아빠가 많이 울지 않았으면 좋겠다. 할아버지는 좋은 곳으로 가셨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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