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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선미 Jul 24. 2022

북클럽 시즌 1을 마무리하며

대충 손 가는대로 쓰는 회고

작년 10월부터 운영해온 대불호텔의 북클럽 시즌 1을 11번의 모임을 끝으로 마무리했다. 모임을 할 때마다 팟캐스트도 한 화씩 올라갔기 때문에 팟캐스트의 에피소드도 11화까지 모두 업로드 되었다. 오늘까지 팟캐스트의 총 재생횟수는 500회를 넘었다. 1회 당 평균적으로 50회 정도 재생된 셈이다.


지금까지 업로드 된 팟캐스트 에피소드들

1화 - 독서모임은 혼란했고 고양이는 귀여워요 [대불호텔의 유령 - 강화길]

2화 - 뼈 맞은 동학개미와 오징어 게임 feat. 면접 꿀팁 [인문잡지 한편 5호 일]

3화 - ...상처주네? feat. 보민의 풋살 첫 골 [인문잡기 한편 5호 일]

4화 - 진은 F고 로라는 T [방금 떠나온 세계 - 김초엽]

5화 - 잘 봐 언니들 축구다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축구 - 김혼비]

6화 - K-장녀의 대가족서사 읽기 [시선으로부터, - 정세랑]

7화 - 앞으로 여자들 만나면 사장님이라고 부르기 운동 같은걸 해야 될 것 같애 [2020 제 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 강화길 외 6명]

8화 - 나왔다... 오타쿠를 향한 일반인의 순박하고 잔혹한 질문 [인문잡지 한편 7화 중독]

9화 - 우리는 브랜드나 로고를 사랑할 수 없다. 하지만 어떤 사람을 사랑할 수는 있다. [인간적인 브랜드가 살아남는다 - 마크 W. 셰퍼]

10화 - 동거의 시작은 꼭 로맨스여야 할까?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 김하나, 황선우]

11화 - 여자가 싸우면서 크는거지 뭐 [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 - 하미나]


<인문잡지 한편 5호 일>을 두 회차에 걸쳐 했기 때문에, 책의 권수로는 총 10권을 함께 읽은 셈이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주로 여성 작가들의 책을 읽었다. 우리가 평소에 읽는 책들이 여성 작가들의 책이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강화길, 김초엽, 김혼비, 정세랑, 김하나, 황선우, 하미나 등 좋아하는 작가들의 책을 읽고 수다를 떨면서 작가들을 더 좋아하게 되는 계기도 되었다. 책을 읽다가 작가의 인터뷰를 찾아보거나, 후속작까지 다 읽어와서 이야기를 풀어주는 친구들 덕분에 한 권의 책만 읽은게 아니라 작가의 세계관을 들여다볼 수 있는 경우도 많았다. 특히 독서모임의 첫 책이었던 <대불호텔의 유령>을 쓴 강화길 작가의 이야기를 많이 했다. 이후에 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에서 강화길 작가의 작품 <음복>을 읽기도 했다.


정세랑 작가와 김초엽 작가에 대한 이야기는 시도때도 없이 나왔다. <시선으로부터,>와 <방금 떠나온 세계>를 함께 읽기 한참 전부터 이미 작가님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우리가 시즌 내내 가장 사랑한 작가를 꼽자면 정세랑 작가와 김초엽 작가를 꼽겠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책은 정세랑 작가의 <시선으로부터,>와 하미나 작가의 <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이었다. 정세랑 작가의 책에서는 많은 위로를 받았고, 하미나 작가의 책으로부터는 많이 배웠다.




작년 10월부터 모임을 했으니까 약 9개월 동안 책을 읽고 친구들과 대화를 나눴는데, 말하는 내용이 녹음이 된다고 생각하니 읽기도 혼자 읽는 책보다 더 열심히 읽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대화를 나누고 또 그것을 팟캐스트용으로 편집하기 위해 다시 들으면서 참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다. 편집을 하며 내가 대화하는 습관을 알게됐고 중간중간 반성도 했다.


그리고 9개월 동안 책 취향이라는 것이 좀 생겼다. 구석에 박아놓거나, 책장에 꽂아놓은 책들을 주기적으로 정리하고 버리거나 헌책방에 보내는데, '잘 모르겠다' 싶어서 버리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읽지도 못하는 채로 남아있는 책들이 꽤 있었다. 이번에 책을 다시 정리하는데 이전보다는 좀 더 거침없이 책을 솎아낼 수 있었다. 한 번쯤 읽고 지나갈 책과, 두고두고 소장하면서 읽을 책도 구분이 좀 된다. 취향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변하겠지만 이전보다 좀 더 단단해진 기준을 가지게 되었다.




팟캐스트를 운영하며 가장 어려웠던 것은 2~3시간 분량의 오디오 편집이 아니라 에피소드 제목을 짓는 것이었다. 


그래도 팟캐스트를 만드는 과정은 재밌었다. 생산자 입장이 되어보면 마냥 소비자일때가 좋았다 싶을 때가 있다고들 한다. 그러니까 '이번에 스콘을 만들어보았습니다. 스콘은 제발 밖에서 사드세요.' 뭐 이런 농담도 있지 않나. 그런데 나는 원래 팟캐스트를 많이 듣는 청취자이면서, 동시에 즐거운 팟캐스트 생산자가 될 수 있었다. 오히려 이전보다 다른 사람들의 방송에 더 감탄하고, 응원을 보내며, 대화나 편집의 센스에 영감을 받게 되었다. 누구든 팟캐스트 제작을 생각하고 있다면,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편집 프로그램 하나만 대충 익히면 만드는 건 어렵지 않다.




원래부터 독서모임을 시즌제로 운영할 생각은 아니었다. 시간이 지나다보니 각자 바쁜 일들이 생겨 출석률이 조금씩 떨어지던 차에 생각난 아이디어다. 인생이 아름다운 이유는 죽음이 있기 때문이란다. 독서모임의 아름다움도 어쩌면 마무리에서 생겨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무엇이든 지속하는 것은 어렵다. 꾸준히 무언가를 하는 사람들이 존경받아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우리의 독서모임은 어떤 사명감을 가지고 지켜나가거나, 책임감을 가지면서까지 해야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애를 쓰면서 하는게 아니라, 모두에게 편안했으면 했다. 그것은 운영하는 나 자신을 포함해서다. 시즌제로 운영하겠다고 생각하니 홀가분한 점도 있다. 모두가 책을 더 읽고 수다를 떨고싶다고 느끼는 그 때에 이번에는 처음부터 끝이 있는 시즌 2를 시작해보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형태의 모임이 어떻게 지속가능해질 수 있는지 실험하는 장 같기도 하다.


시즌 2에는 이름을 바꾸고 로고도 새로 만들어보자는 얘기가 나왔다. 시즌 1에는 책에 대한 이야기만 했는데, 시즌 2에는 영화나 다른 컨텐츠도 다뤄보자고 했다. 최근에 <헤어질 결심>을 보고 독서모임 사람들과 꼭 수다를 떨고 싶었는데 하지 못해서 약간 아쉽다. 시즌 2에는 꼭 영화를 다뤄봐야겠다.




번외: 혼자 읽었지만, 독서모임에서도 다뤄보고 싶었던 책

<이웃집 퀴어 이반지하> - 이반지하

<어린이라는 세계> - 김소영

<일기시대> - 문보영

<젊은 ADHD의 슬픔> - 정지음

<행성어 서점>, <지구 끝의 온실> - 김초엽

<우리 사이엔 오해가 있다> - 이슬아, 남궁민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 - 정세랑

<달까지 가자> - 장류진




북클럽에 문의가 있으시다면, daebul.bookclub@gmail.com 으로 이메일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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