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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래채널MyF 황준원 Oct 23. 2016

미래를 요리하라

『미래행복론』 변화하는 미래사회, 개인은 어떻게 행복할 것인가

미래를 요리하라    

 

요리를 못하는 사람은 없다     


저는 1년 전만 해도 할 줄 아는 요리가 거의 없었습니다. 할 줄 아는 요리라곤 라면 정도였으니까 요리란 저와는 상관없는 행위라고 생각했었죠. 하지만 TV에 이른바 ‘쿡방’이라고 불리는 요리 프로그램들을 보면서 생각이 바뀌게 되었습니다. 15분이란 시간 동안 맛있는 요리를 뚝딱 만들어내는 셰프들을 보다 보니 나도 한 번 따라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리고 간단한 요리부터 조금씩 따라 하기 시작해서 이제는 꽤 다양한 요리를 만드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요리를 못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다만 요리를 안 할 뿐이죠.

최현석 셰프


‘냉장고를 부탁해’라는 방송에 출연하는 최현석 셰프가 한 말입니다. 그의 말은 사실입니다. 과거 인터넷이 없던 시절에는 요리를 배우기 위해서는 어머니나 할머니로부터 요리법을 전수받아야 했지만, 지금은 인터넷에 검색만 하면 어떤 요리던지 그 요리를 만들 수 있는 다양한 레시피를 얻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거의 모든 레시피가 무료이죠. 결국 요리를 하기 위해서는 검색을 하고 그대로 따라 하기만 하면 되는 겁니다. 특별한 기술이나 노하우는 미슐랭 레스토랑급의 요리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지 않은 이상 필요하지 않습니다. 정말 좋은 세상 아닌가요?     



로봇도 요리하듯     


요리뿐만이 아닙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는 어떤 것이던 만들고 싶다면 인터넷으로 대부분의 매뉴얼을 마치 레시피를 검색하듯 구할 수 있습니다. 스스로 가구를 만드는 법부터 시작해서 옷을 만드는 법, 심지어 로봇이나 사물인터넷을 직접 만드는 것 역시 가능합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로봇이나 사물인터넷과 같은 것들은 공학을 전공한 일부의 전문가들만이 만들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정교하고 디자인까지 훌륭한 고성능 제품을 만드는 것은 어려울 수도 있죠. 하지만 간단한 제품의 경우에는 인터넷에 나와 있는 방법을 그대로 따라 하기만 하면 마치 요리를 만들 듯이 만드는 것이 가능합니다. 이렇게 인터넷에 무료로 공개되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자료들을 오픈소스(Open Source)라고 부릅니다. 그 오픈소스를 이용하면 관련 지식이 없는 사람도 프로그래밍조차 할 필요 없이 복사와 붙여 넣기를 통해 로봇이나 사물인터넷을 만들 수가 있습니다. 그 과정은 정말 요리를 만드는 과정과 흡사합니다.


그래서 저는 2015년 요리 프로그램의 형식을 빌려 기계제품을 만드는 방송을 몇 편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메이커스 키친’이라고 이름 지은 그 방송에서 저는 마치 요리를 하듯 3D 프린터를 조립하고, 로봇 시계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제작 방법은 사람들이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모두 레시피라는 이름으로 전달했습니다. 저 역시 로봇이나 사물인터넷 제품을 만드는 것은 전공자들이나 하는 일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고, 저처럼 시도하기도 전에 겁을 먹는 일반인들을 위해서 이제 요리를 하듯 누구나 스스로 로봇도 만들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메이커's 키친 <로봇 시계 만들기> 편: https://www.youtube.com/watch?v=FecatBn8e-o




요리의 교훈     


그뿐만 아니라 요리를 하다 보면 참 많은 것들을 느끼고 배우게 됩니다. 맛있는 요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신선한 재료 준비는 물론이고 혹시 나도 날 수 있는 잡내를 제거하는 일, 다른 재료들과의 조화, 적절한 소금, 딱 알맞은 익힘 정도 그리고 단맛, 신맛, 짠맛, 매운맛, 쓴맛의 밸런스 등 모든 것들이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데, 그 과정이 인생의 모든 활동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만약 사업을 한다면 사람과 사람 간의 조화가 마치 재료들의 조화처럼 잘 어울려야 한다는 것. 적절한 불 조절을 하듯 직원들에게 적절한 강도의 업무를 부여해야 하는 것. 그리고 직원들이 불편해 할 수 있는 사소한 것들을 마치 잡내를 잡듯이 제거하는 것. 이 모든 것들이 요리와 비슷하죠?


저도 미래채널 MyF를 운영하며 그 과정을 요리에 빗대어 생각하곤 합니다. 특히 제가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잡내를 잡는 일입니다. 미래소식이라는 것이 잘못 요리하게 되면 지나치게 전문적이고 공학적인 느낌이 강해져 극히 일부의 남성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되어 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는 그 잡내를 잡기 위해 콘텐츠에 디자인적인 요소를 많이 추가해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려 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과정을 잡내 잡는 과정이라고 부릅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가상현실과 증강현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는 조리 도구의 역할을 담당하는 헤드셋도 중요하지만, 그 안에 들어가는 여러 재료들이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면 멋진 콘텐츠가 나올 수가 없겠죠. 물론 헤드셋을 착용하고 콘텐츠를 즐길 때 발생하는 불편함이라는 잡내를 잡지 못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최근 그러한 사실을 여실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있었죠. 바로 ‘포켓몬 Go’라는 게임의 열풍이다. ‘포켓몬 Go’는 증강현실 기술을 이용한 게임인데, 사실 증강현실이란 그 발전 가능성은 높게 평가됐지만 몇 년 동안 대중들의 외면을 받아온 기술입니다. 즉 조리 도구는 있지만 맛있는 요리를 만들지는 못했던 것이죠. 


하지만 그 증강현실이라는 이제 특별하지도 않은 기술에 ‘포켓몬’이라는 전 세계적인 팬층을 거느린 아주 맛있는 재료가 들어가자 증강현실이라는 조리기구를 이용해 전 세계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요리가 탄생하게 됐습니다. ‘포켓몬 Go’라는 게임에는 물론 게임을 전개하는 과정, GPS 시스템, 마케팅 등 다양한 조리법이 들어가 있지만, 역시나 가장 중요한 요소는 ‘포켓몬’이라는 아주 맛있는 재료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실제 요리를 할 때도 재료 자체가 너무나 맛있을 때는 별다른 조리법을 동원하지 않아도 맛있는 요리를 만들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인 거죠.


가상현실 산업도 앞으로 대중들에게 호응을 얻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조리도구만 발달시켜서는 의미가 없습니다. 그 안에 들어가는 맛있는 콘텐츠와 그 콘텐츠들과의 조화, 그리고 발생하는 잡내들을 잡지 못한다면 맛있는 가상현실을 맛볼 수 없겠죠.     


플레이스테이션 VR 게임들: https://www.youtube.com/watch?v=uSTi2xYzIqQ



미래를 요리하라     


다시 말하지만 요리를 못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요리를 안 할 뿐입니다. 마찬가지로 자신의 미래를 못 만드는 사람도 없습니다. 다만 만들지 않을 뿐입니다. 자신이 살아온 환경과 자신의 가치관이란 기본 베이스에 세상에서 새롭게 배운 지식들을 재료로 추가하고 예술을 통해서 받은 영감을 뿌려 잡내를 잡아 적당한 시간과 온도로 요리를 한다면 누구나 자신만의 미래 레시피를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누구나 미래를 요리하는 셰프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셰프는 단순히 기존의 요리를 따라 하기만 하는 요리사가 아니라 자신만의 스타일로 새로운 요리를 창조할 수 있는 ‘요리 개발자’가 되어야 합니다. 단순히 따라 하는 것에 머물러서는 다른 사람과 경쟁을 피할 수 없고, 어쩌면 인공지능이나 로봇에게 자신의 일을 넘겨줘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죠. 


자신이 어떤 분야에 있던 지 상관없습니다. 누구나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 다른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간다면 누구나 자신만의 맛있는 인생을 만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그 각기 다른 맛있는 요리들이 어우러지는 세상은 얼마나 맛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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