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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래채널MyF 황준원 Oct 23. 2016

단벌신사와 개인브랜딩

『미래행복론』 변화하는 미래사회, 개인은 어떻게 행복할 것인가

단벌신사와 개인브랜딩    

 

요즘 집값, 식료품 가격 등 생활에 꼭 필요한 것들이 너무 비싸져서 살기 힘들다고 하지만 그 와중에도 점점 가격이 저렴해지고 물량이 넘쳐나고 있는 생활필수품이 있습니다. 바로 옷입니다. 물론 명품이나 브랜드에서 만든 신상 제품은 쉽게 구매하기 힘들 정도로 가격이 비싸지만, 유니클로, 자라, H&M 등과 같은 SPA 브랜드들, 그리고 대형마트와 재래시장, 인터넷 쇼핑몰 등에서 판매하는 옷의 가격은 놀라울 정도로 저렴할 때가 많습니다. 게다가 요즘 나오는 옷들은 저렴하다고 해도 그 질이 떨어지지 않아 몇 년이고 입을 수 있으니 참 세상 좋아졌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SPA 브랜드들


이렇게 옷이 넘쳐 나다 보니 이제 옷이란 것은 단순히 몸을 보호해주는 의복의 개념이 아니라 패션이란 새로운 가치를 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사실 인류가 지금처럼 패션에 대해서 생각하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은 일이죠. 산업혁명의 초창기였던 18세기 증기기관을 이용한 방직기가 발명되며 그 생산성이 크게 증가했고, 두 번의 세계대전이 끝난 후 찾아온 평화의 시대를 맞이하며 생겨난 인류 역사상 얼마 되지 않은 문화인 겁니다. 그리고 이 풍요의 시대에 사람들은 옷을 단순히 신체를 가려주고 추위를 막아주는 목적이 아니라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이제 옷은 인간이 생활하는 데에 필요한 3요소인 의, 식, 주 중에서 가장 먼저 인간이 더 이상 걱정하지 않을 정도로 풍족한 요소가 되었을 뿐만이 아니라 오히려 너무나 많은 옷이 생산되지만 구매하는 사람들은 적어 문제가 되는 대표적인 공급과잉 물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행이란 패션업계의 마케팅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옷을 만드는 기업에서는 어떻게든 옷을 많이 팔기 위해 다양한 노력들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노력 중의 하나는 매년 매 시즌마다 새로운 유행을 만들어 내는 것이죠. 그런데 그들이 유행 패션을 만들 때 절대 빼놓아선 안 되는 중요한 요소가 있습니다. 바로 올해의 최신 유행이 내년에는 촌스러워져야 한다는 점입니다. 만약 몇 년이 지나도 유행을 타지 않고 입을 수 있는 옷만 만들어 낸다면 사람들은 더 이상 옷을 구매하지 않을 것이고, 그러면 그 회사는 망하기 때문이죠. 한 마디로 유행 패션이란 말은 패션업계가 만든 상술의 성격이 강하게 녹아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에드워드 버네이즈 스토리     


요즘에는 흔히 어떤 상품이나 서비스 등을 홍보할 때 PR(Public Relationship)이란 단어를 많이 쓰는데, PR이란 말은 20세기 초 미국의 에드워드 버네이즈가 퍼뜨린 단어입니다. 그래서 그는 흔히 PR의 아버지라고 불리는데, 19세기 초 그의 손을 거친 PR활동은 현대 소비문화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PR의 아버지 에드워드 버네이즈

그중 그가 패션업계에도 영향을 미친 적이 있습니다. 한 번은 럭키스트라이크 담배회사가 자신들의 담뱃갑 디자인에 들어간 녹색이 여성들에게 어필되지 않아 담배가 팔리지 않는다는 고민을 털어놓았습니다. 그러자 그는 그 해결책으로써 올해의 유행 컬러를 녹색으로 바꾸자는 제안을 했고, 결국 영향력 있는 패션계의 사람들이 올해의 색을 녹색으로 지목하게 했습니다. 결국 올해의 유행색인 녹색이 들어간 럭키스트라이크 담배의 판매도 늘어났다고 합니다. 


이렇듯 유행이란 나의 개성과 의도는 무시된 채, 나와 전혀 상관없는 자본가들이 만들어내는 상술의 성격을 다분히 지니고 있는 겁니다.          




옷을 잘 입는 사람?     


흔히 저 사람은 ‘옷을 잘 입는다’ 혹은 ‘옷을 못 입는다’는 표현을 많이 쓰는데, 과연 옷을 잘 입는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요? 최신 유행이라는 옷을 빠르게 구매하는 것? 아니면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 옷을 입는 것? 비싼 명품으로 몸을 치장하는 것?


물론 여러 옷을 통해 자신을 끊임없이 변신시키며 자신을 표현하는 사람, 그리고 명품을 통해 자신이 남과 다른 부의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을 표현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중매체에서 유행이라고 하니 그냥 따라 하는 사람들이 많을 겁니다. 하지만 이는 그저 자신이 남을 잘 따라 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줄 뿐, 자기 자신에 대한 개성을 표현하는 행위라고 할 수가 없는 매우 수동적인 자세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상술에 걸려든 거죠. 미끼를 물어버린 겁니다.     



단벌 신사의 매력     


저도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유행이란 것에 매우 민감한 사람이었습니다. 촌스러운 옷은 절대 입을 수 없고, 매달 옷을 사면서도 입을 옷이 없다며 또 새로운 옷을 사는 사람이었죠. 그러던 어느 날 회사 출근을 앞두고 옷걸이 앞에서 오늘은 도대체 무엇을 입어야 하는지 스트레스를 받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대체 내가 이걸 왜 고민하고 있지?'


멋져 보이겠다고 이것저것 다양한 스타일과 색상의 옷을 사놓고 위아래 어울리는 옷을 고르고 며칠 전 입었던 옷은 선택에서 제외하는 등 머리를 굴리며 스스로에게 스트레스를 제공하고 있는 제 자신이 굉장히 한심하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아예 옷을 블랙으로 통일해버리면 깔끔하고 코디할 필요도 없겠는데?’     


그 후 저는 옷을 살 때, 검정, 회색, 가끔 흰색의 옷만 구매하기 시작했고, 옷에 대한 스트레스를 거의 받을 일이 없게 되었습니다. 위아래 색을 맞출 필요도 없고 늘 같은 색을 입고 다니니 사람들이 내가 어제 입은 옷을 또 입었다고 생각할까 봐 신경 쓸 필요도 없게 된 겁니다. 왜냐하면 이렇게 입는 것이 그냥 ‘내 스타일’이기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또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 만화 속 주인공들은 매화마다 옷을 바꿔 입는 것이 아니라 한 가지 스타일을 주구장창 입고 나올 때가 많다는 사실이 떠올랐습니다. 왜냐하면 그 스타일이 그 캐릭터를 가장 잘 표현해주기 때문이죠.

또 만화 속 주인공뿐 아니라 현실 속 인물 중에서도 그 사람의 스타일만 말하면 바로 그 사람이 떠오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Q. 짧은 머리에 동그란 안경, 터틀넥 블랙 티셔츠와 청바지, 뉴밸런스 회색 운동화를 신은 사람은?  

   

아마 IT 비즈니스에 관심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이 질문에 정답을 바로 파악할 수 있을 겁니다. 스티브잡스죠.     



이처럼 옷이란 단순히 유행에 따라 매 년 매 시즌마다 촌스러워지는 유행 아이템이 아니라 나를 가장 잘 표현해주고 사람들에게 나의 이미지를 각인시켜줄 수 있는 아주 효과적인 홍보 아이템이 될 수도 있습니다. 특히나 만약 개인 브랜딩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자신의 트레이드마크를 만드는 수단으로도 굉장히 유용하게 활용되기도 하죠.


공급과잉으로 넘쳐나는 옷들을 팔기 위해 만든 출처 모를 유행을 따르며 계절이 바뀔 때마다 쇼핑을 시작할 것인가, 아니면 나를 표현해줄 나만의 스타일로 개인 브랜딩을 할 것인가. 물론 그 선택은 개인에게 달려있지만, 자신이 상술에 속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매일 오늘 무엇을 입을까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면, 한 번쯤 자신의 소비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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